[라이브인터뷰]최연성 감독이 말하는 SK텔레콤이 최강인 이유

2015. 9. 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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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부터 장장 9개월 동안 치열하게 진행된 2015시즌 프로리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이슈와 이변이 속출한 가운데, 4라운드 내내 강팀의 면모를 잃지 않은 팀이 있다. 바로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세 번의 정규시즌 1위와 두 번의 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팀이며, 1~4라운드 합산 성적에서 홀로 20승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통합 포인트에서도 2위 CJ에게 80점 앞서는 394점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2015시즌 통합 결승전 진출까지 이미 확정한 상태다.
 
이렇게 잘 나가는 SK텔레콤의 수장은 스타크래프트 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괴물 테란’, ‘빌드 깎던 노인’ 최연성이다. 올해로 감독 3년 차가 된 최연성 감독은 부임 후 첫 대회였던 2014시즌뿐만 아니라, 2015시즌에도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선수 시절 못지 않은 커리어를 쌓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최연성 감독이 이끄는 SK텔레콤은 2015시즌 프로리그 포인트 1위로 통합 결승전 한 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 아직 4라운드가 채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작년에는 4라운드 포스트시즌까지 치러서 진에어를 몇 점 차이로 제치고 아슬아슬하게 1위로 통합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었어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1등을 했는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서 기뻐요. 조직력도 더 좋아졌고, 빈틈이 없어진 것 같아요. 포스트시즌에서 상대가 5번째 카드까지는 예상하겠지만, 6번째 카드는 (김)준혁이인지, (김)지성이인지 헷갈릴 거예요. 거기다 (김)도경이랑 (박)한솔이도 게임을 못해서 출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잘하는데 한 끗 차이로 준혁이나 지성이게게 밀려서 나오지 못한 것 뿐이죠”
 
성적에서 나타나듯이 SK텔레콤은 1년 내내 기복 없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최연성 감독도 그런 부분에서 지난 1년을 후하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이 서로를 위하고 함께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에 선수-코치-감독으로 10년 동안 있었는데 정상을 찍었을 때도 있었고, 바닥이었을 때도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올해 SK텔레콤은 성적은 차치하더라도 팀워크만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어요. 형들이 이끌어주고, 동생들이 잘 따라가면서 이상적인 팀이 됐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맙고,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시즌 전만 해도 SK텔레콤과 최연성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4시즌 때 활약한 주력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위기’를 거론했고, 최연성 감독이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졌다.
 
“사표를 품 안에 들고 시작했죠. 코치들도 마찬가지였고, 우승을 하지 못하면 그만 둘 생각을 하자고 했어요. 그만큼 강한 각오로 시즌에 임한 것이죠. 사실 권오혁-박대경 두 코치가 있어서 2015시즌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어요. 여기에 선수들이 스스로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도 한 몫 했고요. 형들인 (김)도우와 (어)윤수가 더 잘하고 싶다는 분위기를 많이 풍겼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후배 선수들도 보고 따라 하게 됐죠. 지금 어린 선수들도 나중에 고참이 되면 후배들에게 똑같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팀 내에서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그 공로는 선수들을 잘 도와준 코치들과 모범을 보여준 선배 선수들에게 있고요”
 
회사에서는 큰 기대를 갖지 않은 시즌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강한 의욕이 생겼을 것이고, 무언가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결국 최연성 감독은 시즌 초반 1라운드 정규시즌 1위와 라운드 우승을 달성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SK텥레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회사에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1라운드 성적이 나와 코치들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떠났고, 새로 들어온 (이)신형이는 정상급 폼이 아니었죠. 또 시즌 초만해도 (조)중혁이와 (박)령우는 경험이 부족했고, 윤수는 폼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거기에 도우도 하락세였던 상황이었죠. 그런 상태로 1위를 찍고 우승까지 하니까 회사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프로리그 명문팀이자 터줏대감인 SK텔레콤은 항상 최고를 목표로 하는 팀이다. 그런데 2015시즌 1라운드를 앞두고는 그렇지 않았다. 팀 운영에 있어서도 최연성 감독과 권오혁-박대경 코치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넘기며 마음껏 할 수 있게 했다.
 
정말 마음대로 했어요. 그렇다고 회사가 아예 신경 쓰지 않아서 잘 된 것은 아니에요. 회사는 팀과 선수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에 집중하면서 도와줬어요. 그러면서 선수-코칭 스태프-사무국이 분할된 역할들을 잘 수행하면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선수들은 코칭 스태프들에게 의문을 갖는 게 아니라 연습에만 집중했고, 코칭 스태프들도 선수들을 딴짓할까 봐 걱정하지 않고 엔트리와 전체적인 운영에만 집중했어요. 여기에 사무국도 여러 가지 지원에 힘쓰면서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죠”
 
여러 악조건을 뚫으며 1라운드 우승으로 2015시즌 첫 단추를 잘 꿴 최연성 감독. 하지만 1라운드 우승이 크게 기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뻤을 때는 3라운드 전승을 확정했을 때였다. 라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의 라운드 전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라운드의 일등공신으로 시즌 중반에 합류한 권오혁 코치를 꼽았다.
 
3라운드를 앞두고 권오혁 코치, (박)한솔이, 준혁이가 들어왔어요. 그 중에서 권오혁 코치의 합류가 가장 컸어요. 권오혁 코치가 합류하자마자 3라운드 전승을 거뒀고, 현재까지 1패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요. 정말 쭉 달렸어요. 팀에 플러스 알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권오혁 코치는 휴일에도 나와서 경기를 준비해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연습실에서 가장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어서 선수들 파악도 잘하죠. 박대경 코치도 자신의 몫을 다해주면서 두 코치가 든든한 기둥으로 팀을 지탱하고 있어요.
 
선수 구성에서는 한솔이랑 준혁이가 들어오면서 많이 안정됐어요. 이전에는 종족 별로 연습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른 팀들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돼요. 두 선수의 영입에 사무국이 지원을 많이 해줬어요. 덕분에 부족함 없이 연습할 수 있게 됐고요”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SK텔레콤의 성적은 ‘넘사벽’일 정도로 좋다. 최연성 감독은 그 배경에 주전과 비주전, 선배와 후배를 가리지 않는 ‘원칙’이 있었다고 밝혔다.
 
엔트리에 대한 제 원칙은 ‘폼’이 떨어지면 이름값에 상관없이 뺀다는 거예요. 폼이 떨어지는 순간 위아래 상관없이 제외하죠. 기록도 중요하지만 경기력이 더 중요해요. SK텔레콤은 내부 풀리그를 거의 하지 않아요. 어떤 팬들은 매주 풀리그를 해서 1~4등이 경기에 나가는 줄 알더라고요. 가끔 평가전을 치르는데, 내가 팀에서 어느 정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끔 할 뿐이에요. 전체적인 폼, 기본기, 준비된 1승 빌드가 있느냐에 따라서 출전 여부를 결정하죠. ‘1승 빌드’에서 지성이가 엔트리에 많이 들어갔어요.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거든요.
 
선수들에게 '철밥통'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해요. 스스로 증명해야 하죠. 타팀과의 교류전도 실전처럼 평가하고, 내부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대회 성적, 래더를 시켜서 1위를 찍을 수 있느냐 하는 것들을 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요. 물론 여기에 상대 팀 종족 분포도 고려 사항이고요. 확실히 비주전이 엔트리에 끼기 힘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올라와서 주전을 위협해야 해요. 비주전을 주전을, 코치는 감독은 쫓아가고 위협해야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져요. 모두가 제자리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봐요”
 
때문에 SK텔레콤은 선수들은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엔트리에서 빠지면 최연성 감독에게 항의하는 선수도 있다. 그리고 최연성 감독은 그 모습을 좋게 본다.
 
제가 선수일 때가 생각나요. 저는 리플레이를 만들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어요. 여기서 뭘 하고, 이럴 때 어떻게 할지. 그러고서 기용해달라고 요구했어요. 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배나무 밑에서 배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죠.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이 능동적으로 바뀌는 거예요. 그나마 최근에는 해외 대회에 자주 나가면서 자기 일 처리 하는 게 늘었어요. 예전에는 여권 만드는 것도 잘 못했죠. 게이머를 80살까지 할 수는 없잖아요. 게이머 이후의 사회 생활을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예의를 갖춰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법도 알아야 하죠. 그래서 코치들에게 얘기할 때도 거리낌 없이 말하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서 말하게끔 해요”
 
연습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도 명확하다. 스스로 동해서 하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을 게임을 잘하기 위한 과정으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탁구를 치면서 쉬거나,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결국에는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서 여야 해요. 집에 가더라도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 기분을 전환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거죠. 프로게이머라면 모든 일들이 게임을 잘하기 위한 과정이 되야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자기 관리죠. 그것만 잘 지키며 뭘 하든 상관없어요. 이런 것들은 예전에 박용운 감독님께 배운 거예요. 연습할 때 뒤에서 보면 연습에 집중하는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지 다 알 수 있어요. 선수가 집중을 못하고 있으면 면담을 해서 얘기를 나누고, 쉬었다 오라고 권하기도 해요. 능동적으로, 본인 스스로 하고자 하는 선수만 남기고 싶어요”
 
최연성 감독은 연습 과정에서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 하려고 한다. 선수가 쉬고 있으면 슬쩍 가서 리플레이를 보고 가볍게 질문을 하는 식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이때 이렇게 하면 어떨지 등을 물어보고 제안한다. 이후 문제점이 보이면 코치들에게 주문을 하는 편이다. 자신은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게끔 기운을 북돋워 주는 역할을 맡았다.
 
 
최연성 감독이 갖고 있는 ‘감독관’은 무었일까. 그의 대답은 ‘울타리’였다. 선수들을 지키는, 외부의 침입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감독이라고 했다. 자신은 코치들과 함께 단단한 울타리와 좋은 환경을 만들고, 선수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 성정하는 것이다.
 
이제 4라운드 포스트시즌이 마무리되면, 1주일 간의 정비 시간을 가진 뒤 통합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2015시즌은 통합 포스트시즌 방식이 프로야구처럼 바뀌었다. 따라서 통합 포인트 1위 SK텔레콤은 미리 결승에 올라 3주 동안 마지막 경기를 대비하게 됐다. 

그렇지만 최연성 감독은 안심하지도, 방심하지도 않는다. '0%에서 시작한다' 2015시즌 우승을 노리는 SK텔레콤과 최연성 감독의 의지가 역설적으로 더 강하게 느껴진다.
 
“코치들에게 한달 계획을 짜라고 주문했어요. 10월에 맞춰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려고요. 그게 코칭 스태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어요. 우승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우승하기 편한 상대는 없어요. 진에어는 올해만 보면 잘 이기기도 했지만, 작년에는 정말 힘든 경기를 많이 했어요. CJ도 쉽게 이기기 힘든 상대고요. 스타2는 절대 강자가 없고,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어요. 준비를 많이 해도 당일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경기 결과가 크게 차이 나죠. SK텔레콤도 0%에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김성표 기자 jugi0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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