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 익스프레스] UFC 6연승에 도전하는 김동현의 상대 카를로스 콘딧 철저분석

조회수 2011. 6. 28.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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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3일(일) 펼쳐질 UFC 132에서 대한민국 대표 종합격투가 김동현이 UFC 6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세계 최강의 파이터들이 총집결해있는 UFC에서 이런 연승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며, 이제 웰터급 대권 도전이라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기에 김동현의 이번 경기에 모인 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과연 김동현은 승리를 거두고 정상을 향해 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차근차근 짚어 보도록 하자.

김동현의 앞길을 막아설 카를로스 콘딧은 1984년생으로 김동현보다 세 살 어리지만 종합격투기 전적은 김동현의 그것보다 두 배나 많다.(콘딧 26승 5패-김동현 14승 1무 1무효경기)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콘딧은 UFC의 형제 단체였던 WEC에서 일찌감치 웰터급 챔피언을 차지한 후 세 차례나 방어에 성공하며 제왕으로 군림하다가, WEC가 웰터급 및 미들급을 없애며 자동으로 UFC로 넘어와 현재까지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무서운 강자다. 그렇다면 콘딧의 기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또, 김동현과의 상성은 어떨까?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자.

(김동현의 이번 상대 카를로스 콘딧)

체격 및 기본적 신체 능력

김동현은 필자와 함께 UFC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콘딧에 대해 '현대 종합격투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몸'을 가진 선수라 표현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 점은 김동현에게도 해당된다. 김동현과 콘딧의 몸에서 쓸데없이 두꺼운 근육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모델처럼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갖고 있는 동시에, 체간부 등 온 몸에 힘이 균형 있게 분포되어 있는 이상적인 파이터의 몸이라 하면 적당할 듯싶다. 키는 김동현 185cm-콘딧 188cm지만, 김동현은 "UFC 파이터들의 키는 직접 서봐야 아는 법."이라며 신체조건에서 결코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좀 마른 듯한 느낌까지 주는 콘딧의 계체량 때 사진)

이렇게 체격은 비슷할지 몰라도, 둘의 기본적 신체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일단 근력에서는 김동현이 앞선다. 김동현의 지인들은 누구나 '탈아시아'급으로 불리는 김동현의 근력에 찬사를 보내며, 심지어 한 체급 위의 초특급 강자인 오카미 유신과 레슬링 스파링을 해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과 균형이 좋다고 귀띔한다.

반면 지구력에서는 콘딧이 앞선다. 김동현은 그동안 몇몇 경기에서 경기 후반 힘들어하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는데, 콘딧은 그와 반대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힘이 나는 타입이다. 이번 대결에서 김동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콘딧의 무서운 신체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스탠딩 타격

일단 콘딧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뜨거운 가슴을 가진 파이터'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움직이며 공격을 던지는 선수가 바로 콘딧이다. 그런 콘딧의 '전사 기질'은 타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콘딧은 188cm의 큰 키와 긴 리치를 이용한 공격을 원거리에서부터 퍼붓는데, 아주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퀸튼 잭슨 같은 경우, 활발한 위빙 및 슬립 동작을 통해 상대 공격을 흘린 후 중거리 및 근거리에서 펀치 공격을 퍼붓는 게 전매특허다. 또, 료토 마치다는 상대보다 거리를 훨씬 멀리 잡고 기습 공격 혹은 카운터 공격을 적중시키는 데 명수다. 콘딧의 타격은 이런 식으로 뚜렷하게 스타일을 정의할 만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콘딧의 타격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퀸튼 잭슨의 '펀치', 미르코 크로캅의 '하이킥' 같은 특기는 없지만, 펀치, 킥, 니킥, 엘보우 등 모든 타격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며, 난타전에서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 근성도 갖고 있다. 특히 제이크 엘렌버거 전에서 큰 공격을 허용하며 타격전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역전승을 일구어 냈던 걸 떠올려 보면, 맷집 및 회복력도 나쁘지 않은 터프가이란 걸 쉽게 알 수 있다.

(엘렌버거에게 멋진 킥을 날리는 콘딧의 모습)

그렇다면 김동현의 타격은 그에 비해 어떨까? 흔히 김동현의 타격에 대해 격투팬들이 애정 어린 비판을 종종 하는데, 늘 얘기하지만 김동현의 타격 기술은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UFC 옥타곤에서 아직까지 타격감 및 거리감을 100%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이제까지는 타이밍 태클에 이은 그래플링 전략으로 쭉 재미를 봐 왔기에 굳이 타격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여하튼 현재까지 전적만 놓고 본다면 타격에서는 콘딧 쪽이 더 화려해 보인다. 특히 최근 웰터급 탑클래스 타격가로 평가받는 댄 하디를 한 방에 KO시키며 한창 타격에 물이 올랐기에 그런 느낌이 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무리 뛰어난 타격가라 해도, 장신의 왼손잡이인데다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타이밍 태클까지 장착하고 있는 김동현에게 강한 타격을 적중시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클린치 및 레슬링

많은 팬 및 전문가들, 그리고 선수 본인들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할 것이다. 콘딧의 레슬링은 과거부터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콘딧 본인도 거기에 대해선 일찌감치 인정한 상태다. 반면 김동현은 레슬러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레슬러들을 넘어뜨릴 정도로 극도로 강한 레슬링을 갖고 있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로 꼽힌다. 필자가 이 점에 대해 놀라움을 표할 때마다 김동현은 "제가 그거 하나로 UFC에서 먹고 살아 왔거든요."라 농담을 하는데, 그만큼 그의 레슬링은 강하다. 물론 콘딧이 니킥과 엘보우를 활용한 공격적인 무에타이 클린치 기술로 재미를 보긴 하나, 중심싸움에서 꽤 차이가 나기에 아마 그런 공격을 날릴 때가 오히려 김동현에게 테이크다운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놀라울 정도로 안정된 중심을 갖고 있는 김동현)

그라운드

스탠딩 타격에서 콘딧의 공격적인 성향에 대해 이미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 사실 콘딧의 그런 기질은 그라운드에서 오히려 제일 잘 드러난다. 콘딧은 위에 있건 밑에 있건 간에 끊임없이 움직이고 공격 기회를 노리며, 공격이 무산되면 그 틈을 이용해 일어나 상대에게 달려든다. 한 마디로 상대를 질리게 만들 정도로 많이 움직여 댄다. 격투기를 잘 모르는 팬들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화끈한 그래플러라 할 수 있다.

(제이크 엘렌버거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점유한 카를로스 콘딧의 모습)

반면 김동현은 콘딧보다 그라운드에서 활발한 느낌은 좀 덜하지만, 안정감 및 무게감에서 훨씬 앞선다. 네이트 디아즈, 아미르 사돌라, TJ 그랜트 등 만만찮은 그래플러들을 못 일어나도록 계속 눌러놓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리한 서브미션을 노리는 것 보다는 상위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압박을 늦추지 않는 것이 김동현의 기본 전략인데, 현재 UFC 웰터급을 지배하고 있는 조르쥬 생 피에르, 존 피치, 조쉬 코스첵 등의 움직임과 기본적으로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되겠다.

(UFC 데뷔전 때부터 심상치 않은 그래플링 실력을 자랑했던 김동현)

그렇다면 둘 중 그라운드에서는 누가 앞설까? 타격이든 그라운드든 가장 중요한 건 선제공격이다. 선제공격의 비율만 따진다면 분명 적극적인 콘딧 쪽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선제공격이 우선'이라는 원칙 위에 '신중함'이라는 부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신인 때엔 무조건 잽 잽 뻗으며 밀어붙이는 게 맞지만, 고수끼리는 잽 한 번 잘못 뻗었다가 따라 들어오는 크로스부터 이어지는 연타에 그대로 KO될 수도 있다. 그라운드에서도 밑에 있는 사람은 가드를 열고 엉덩이를 빼며 먼저 움직이는 게 좋고, 위에 있는 사람은 상대 다리를 눌러 내리며 먼저 가드패스를 노리는 게 1번이지만, 고수들 사이에서는 그런 선제공격을 충분한 사전 작업 없이 무작정 했다가는 외려 상대에게 기회를 주게 되고, 그러다 유리한 포지션이라도 일단 내주게 되면 그 다음에 회복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신중하고 묵직한 김동현이 활발하지만 그만큼 공간을 많이 주는 콘딧보다 앞서는 게 사실이다. 다만 상식 밖의 투혼을 기반으로 계속 움직이는 콘딧의 빠른 페이스에 결코 말려들지 않는다는 게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김동현이 콘딧 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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