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치의 비바스페인] 1군 진입률 3%→50%, 셀타 유스는 어떻게 변했나?

한준 2013. 10. 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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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스페인축구협회에서 지도자 연수를 진행하며 UEFA B급 라이선스를 취득한 조세민 코치가 바르셀로나로 날아갔다. Always Soccer Barcelona 축구학교 코치로 일하며 스페인 유소년 축구의 비밀을 현장에서 체득하고 있다. 조코치가 스페인 현지에서 전하는 선수 육성의 비밀을 '풋볼리스트'가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스페인에서 매년 10월 12일은 신대륙 발견 기념일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을 얻은 역사적인 날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스페인은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관적인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런 가운데서도 축구 만은 세계 1위를 고수 중이다. 거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다른 유럽리그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있다. 지금 스페인은 인재의 마르지 않는 샘이다.

대부분의 유럽 축구 리그는 우리나라 K리그 클래식과는 다르게 매년 9월에 시작하여 6월에 끝이 난다. 그리고 스페인 축구협회는 가장 높은 카테고리인 프리메라리가에서부터 가장 낮은 카테고리인 Prebenjamin(만 6~7세)까지, 스페인의 모든 축구 리그 일정을 동일하게 계획한다. 이 일정의 가장 큰 장점은 낮 기온이 35도가 넘어가는 7,8월의 무더위 속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지 않고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달콤한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 온 선수들에게는 팀 훈련과 프리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프리 시즌에는 각종 컵대회들이 유소년 팀들의 참가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RCD에스파뇰, 데포르티보 데 라 코루냐(이하 데포르티보) 그리고 셀타 비고 유소년 팀들이 참가한 컵대회 마지막 날, 데포르티보 데 라 코루냐 유소년 팀에게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하여 준우승을 차지한 셀타 비고 U-13 유소년팀 감독과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그의 입을 통해 스페인 유소년 축구의 지도 철학을 보다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셀타 비고는 몇 개의 유소년 팀을 보유하고 운영하고 있나?

"큰 카테고리로 본다면 6개의 유소년 팀을 운영하고 있다. Prebenjamin(6~7세), Benjamin(8~9세), Alevin(10~11세), Infantil(12~13세), Cadete(14~15세), 그리고 Juvenil(16~18세)로 나눠진다. 하지만 각 카테고리에서 다시 A, B팀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총 12개의 유소년 팀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팀들은 몇 명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각 팀(A, B)마다 20~25명의 선수가 등록되어있다."

각 카테고리의 훈련 양은 얼마나 되나?

"Prebenjamin(6~7세), Benjamin(8~9세)과 Alevin(10~11세)는 일주일에 두 번, Infantil(12~13세)과 Cadete B(14~15세)는 일주일 세 번, 그리고 Cadete A(14~15세)와 Juvenil B와 Juvenil A(16~18세)는 일주일에 네 번 훈련하며, 각 훈련은 두 시간 진행된다. 시즌 중에는 매주 주말리그 경기가 있다."

몇 일전부터 셀타 비고 U-13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FC바르셀로나 축구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FC바르셀로나 선수 출신인 루이스 엔리케가 올 시즌부터 셀타 비고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후, 그가 유소년 팀 지도자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린 것이 있나?

"직접적으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유소년 총괄 감독관에게 어릴 때부터 현대 축구(볼 점유율, 압박)를 몸에 익혀야 한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매주 실시하는 유소년 팀 감독들과의 회의에서 유소년 총괄 감독관은 앞으로 우리 지도자가 지도해야 할 방향을 전달해주고 있으며, 현재 그 철학에 맞추어 지도하고 있다."

Juvenil(16~18세) 이후 몇 %정도가 성인 프로팀으로 승격하나?

"06/07 시즌에 세군다리가(2부리그)로 강등 된 이후부터, 줄어든 재정 상황에서 우리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리하여 최근 5년 동안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현재 Celta Vigo 성인 팀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데뷔하는 확률은 3%미만이었다."

'롱볼' 위주의 데포르티보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하여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늘 같은 지역 라이벌과의 중요한 대결에서 데포르티보가 플레이 했던 것처럼, 롱킥을 사용하여 상대 팀 어린 수비 선수들의 실수를 유발하는 경기를 통해 승리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는지?

"모든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이다. 물론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승을 했느냐'다. 오늘 롱킥 위주의 데포르티보와 결승전을 치른 우리 선수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훈련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훈련해 나갈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오늘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드물고, 그로 인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 가끔씩 학부모님들, 그리고 관중들의 불만 섞인 야유를 듣기도 하지만, 어떤 길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우리 축구 지도자들이 그분들보다 더 잘 알기에, 인내해야 한다. 데포르티보는 우승컵을 가지고 가지만, 우리들은 우승컵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가지고 간다."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를 나눠주고 그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20분 후 다시 가지고 돌아오면, 더 많은 마시멜로를 준다는 내용의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욕구 만족을 지연 시킬 줄 아는 어린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사회에서 더 높을 지위에 오르고 물질적으로도 더 풍요로운 삶을 산다.'라는 실험 결과를 다루고 있다. 과연 데포르티보 선수들이 받은 우승컵은 처음 받은 마시멜로의 달콤함일까? 셀타 비고 선수들은 처음 받은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지 않고 유혹을 이겨낸 보상으로 더 많은 마시멜로를 받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날 경기 내용이 아이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조세민 (Always Soccer Barcelona 코치)정리=한준 기자

:: 조세민 코치는 부산아이파크 U18세팀(개성고등학교) 출신 선수로 싱가포르 1부리그 슈퍼레즈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현재 스페인축구협회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으며 세계 축구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페인 축구의 비결을 체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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