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김학범 이어 코치까지 내친 강원
정상적인 프로구단의 행정절차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강원FC 김용갑 신임 감독은 18일 인천과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구단은 14일 일찌감치 김 감독 선임을 마무리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밝혔다. 10일 김학범 전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한지 나흘 만이었다. 임은주 사장은 팀 정상화를 위해 빠른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면에는 임 사장의 독단에 눈물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전임 감독 체제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형열 수석코치와 김도훈 코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임 감독이 영입한 오주포 전 대전시티즌 수석코치 모습만 보였을 뿐. 김 감독은 "오 코치와 이을용 코치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를 것이다"고 말했다. 감독이 경질될 경우 남은 코치진도 팀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구단은 말을 바꿨다. 강원은 "코치진이 팀 잔류를 희망할 경우 팀에 남도록 배려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강원은 코치들을 철저하게 냉대했다. 구단은 신임 감독 선임 후 일방적으로 김 수석코치와 김 코치의 보직변경을 통보했다. 김 수석코치는 유스팀 총괄 감독으로 이동했고, 김도훈 코치도 다르지 않았다. 협의는 없었고 일방적이었다. 임 사장은 뒤로 피한 채 구단 직원을 통해 사실을 알렸다. 프로무대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이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16일에는 클럽하우스에서 내쫓겼다. 이들은 숙소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인근을 떠돌았다. 역시 협의는 없었다. 이들은 작년과 올 초 강원이 구단 연봉을 체납할 때도 자진해서 연봉을 받지 않았다. 아직도 밀린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돌아온 건 냉대와 차별이었다. 축구계 관계자는 "구단이 이들의 잔여연봉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이 이들을 경질하면 잔여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하지만 스스로 물러나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해 남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강원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1-2로 역전패했고, 김 감독은 데뷔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강릉|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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