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손흥민 활용법 종결판

조회수 2013. 2. 11. 09: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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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손흥민이 시즌 8,9호골을 터뜨렸다. 크로아티아 전에서 보여주지 못한 폭발적인 플레이와 슈팅이 리그에서는 다시 살아났다. 다음은 손흥민의 2012~2013시즌 활약상을 정리한 표(분데스리가 홈페이지 자료)다.

 표를 살펴보면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일단 포지션은 오른쪽이다. 4-4-2 또는 4-3-3에서 주로 투톱 중 오른쪽 또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했다. 두 번째는 손흥민이 주요 활동한 지역을 보자. 이것도 중앙 또는 오른쪽에 쏠려 있다. 심지어 왼쪽 윙 포워드로 뛴 11R, 12R(아래 그림 참조)도 그랬다. 마지막은 뛴 거리다. 손흥민은 선발출전한 19경기에서 평균 10.16km를 뛰었다. 공격수로서는 평균 이상 활동량이다

  < 2012~2013시즌 손흥민 출전일지 >

< 11라운드 히트맵 >

< 12라운드 히트맵 >

다음은 손흥민의 이번 시즌 득점 위치다.

< 손흥민 득점 위치 >

 손흥민이 터뜨린 9골 중 2,6,9호골을 크로스에 이은 슈팅이었다. 그걸 제외한 6골 중 5골이 오른쪽에서 나왔다. 이 5골은 대부분 손흥민이 오른쪽을 돌파하다가 터뜨린 골이다. 오른쪽으로 돌파하면서 슈팅을 때리는 걸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훈련해오면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루틴이 됐다는 증거다.

 분데스리가에서 터뜨린 손흥민의 골 장면을 복기해보면 세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첫 번째는 역습, 인터셉트에 이은 속공에서 나온 골이 많다. 두 번째는 밀집된 수비를 돌파하는 게 아니라 상대 수비진이 구축되기 전에 엄청난 스피드로 거침없이 전진 드리블을 친 뒤 슈팅을 때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득점 2위인 팀의 중심이다. 누구 눈치를 보거나 누구에게 패스할 필요가 없이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이같이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보여준 걸 분석해보면 손흥민이 왜 국가대표에서 리그만큼 활약하지 못하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최근 크로아티아 전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자. 슈팅 하나 시원하게 때린 걸 빼고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분데스리가에서 모습과 비교해도면 답은 금방 나온다. 첫 번째 이유는 손흥민의 포지션이다. 크로아티아 전에서는 손흥민이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는데 그건 분명히 낯선 포지션이었다. 오른쪽 윙 포워드가 알맞은 포지션이었지만 거기에는 이청용이 있었다. 두 번째는 한국대표팀 플레이 스타일이 함부르크와는 확연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한국은 크로아티아 전에서 역습, 속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크로아티아 수비가 자리를 굳힌 상태에서 볼을 받는 게 대부분이었다. 손흥민의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가 나오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국가대표 선배들을 의식하는 듯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슈팅을 해도 괜찮은 상황에서 패스를 하려고 했고 미드필드로 처지는 경우도 종종 나왔다. 즉, 낯선 포지션, 전체적으로 느린 팀 플레이, 선후배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적 위계질서가 합해지면서 국가대표 손흥민이 작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국가대표에서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은 분명하다. 포지션을 원톱 또는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시킨 뒤 특히 역습을 할 때 손흥민 쪽으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이루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원톱인 지동원·박주영·이동국, 또는 오른쪽 요원 이청용을 희생해야 한다. 이들은 손흥민의 선배들이다. 손흥민에게 자기 포지션을 내준다면 이들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선배들이 손흥민에게 자기 포지션을 내줘도 열심히 해준다면 몰라도 자칫 태업 또는 분위기 저하로 이어진다면 전체적으로 대표팀에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전제조건은 팀 공격이 손흥민 위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체 훈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국가대표 소집훈련 자체를 충분히 할 수 없는데 어렵게 얻는 얼마 안 되는 훈련시간 대부분을 손흥민 위주 공격훈련에 집중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손흥민 위주로 공격진을 개편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손흥민의 능력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너무 아깝다. 결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손흥민을 조커로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지 모른다. 물론 공격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거나 오른쪽 요원이 없을 때, 그 포지션에 손흥민을 전격적으로 기용하는 것은 해볼만하다. 손흥민이 지금과 같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주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함부르크에서처럼 속공 찬스를 잡는다면 손흥민은 좋은 장면을 연출해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에게는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 전보다는 6월에 집중된 6,7,8차전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때는 유럽리그가 모두 끝난 뒤 유럽파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때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손흥민이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을 잊고 끝까지 정신적으로도 무장을 잘 한다면 찬스는 분명히 온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기막힌 골을 터뜨려줄 날,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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