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월드컵환상곡] 아르헨티나, 평가전 없는 이유는?

한준 2010. 6. 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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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전 대비 평가전으로 꼽힌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전력을 점검하는 것에 평가전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본선 개최지인 남아공 땅에서 A매치를 치러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다. 자체 훈련과 연습 경기의 경우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진정한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열리는 2010 FIFA 월드컵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본선 진출국들은 마지막까지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모의고사로 담금질에 나서고 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모두 한국전을 대비해 북한과 경기를 치렀다. 이는 그리스와 북한에게한국 축구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고, 우리에게도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공략해법을 찾는데 좋은 자료가 됐다.

하지만 B조의 가장 위험한 적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가상의 한국, 가상의 나이지리아, 가상의 그리스와 평가전을 치르지 않고 본선에 임한다. 아르헨티나의 평가전 일정이 비어있는 것 무슨 이유일까?

모의고사 없이 월드컵에 나서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24일 안방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체 캐나다와 한 차례 A매치 경기를 치른 것 외에 평가전 일정을 잡지 않았다. 5월 5일 아이티와 평가전은 국내파 선수들로만 나섰고, 자선 경기의 성격이었다.

캐나다는 B조에 속한 한국, 그리스, 나이지리아 등 어떤 팀을 가상으로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 이 경기는 그저 대표 선수들을 소집한 뒤 컨디션을 점검하고 국내 팬들과 출정식을 치른다는 의미였다.

캐나다전에서 아르헨티나는 불 같은 화력을 자랑하며 5-0 대승을 거뒀다. 부상 위험이 있었던 리오넬 메시는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누구도 무리하지 않았고, 그저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평가전 특유의 조심스럽고 긴장되는 모습은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축제와 같았다.

1. 부상 선수의 방지

아르헨티나는 이후 국내에서 자체 훈련만을 소화했다. 지난 주말 남아공 베이스 캠프 입성 후에도 일정은 오직 자체 연습 경기와 전술 훈련뿐이다. 본선을 앞두고 무리해서 힘을 빼지 않겠다는 것이다. 빠듯한 평가전 일정이 없는 첫번째 이유는 부상의 방지다.

개인 기술이 좋은 아르헨티나 스타 선수들의 경우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을 당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부상 위험이 높다. 본선에서 부상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평가전에서 부상을 입고 스타 선수를 잃게 된다면 그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다.

실제로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에서 선수들의 의욕이 앞서고, 아직 100% 컨디션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이 무리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가 일본전에서 팔 골절상을 입었고,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도 헝가리전에서 쓰러졌다.

온두라스는 두 에이스 다비드 수아소와 윌슨 팔라시오스가 모두 쓰러지는 악몽을 겪었다. 가깝게 한국의 경우 수비수 곽태휘가 벨라루스전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의 꿈이 무산됐고, 박지성역시 경미한 부상으로 코칭 스태프를 긴장하게 했다. 경기 도중의 일은 아니지만 그리스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무릎 부상을 입어 한국과 첫 경기에 최상의 모습으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남아공 입성 후 첫 기자회견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주축 수비수 마르틴 데미켈리스는 무리한 평가전 없이 본선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말했다.

"어떤 팀들은 많은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차분하게 남아공에 와서 훈련하는 것을 택했다. 아르헨티나는 다른 팀들이 갖지 못한 행운을 가졌다. 우린 부상 선수 없이 월드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코칭 스태프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고, 우린 최상의 모습으로 대회에 갈 것이다."

2. 고된 유럽 시즌 치른 아르헨티나…컨디션 조절에 중점

아르헨티나 대표들은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동 중이며, 주전으로 경기를 소화해왔다. 5월 중순까지 긴 시즌을 치른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지쳐있다. 아르헨티나는 선수들에게 실전이 아닌 훈련과 휴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기 보다 유능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본선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소집 훈련을 소화 중인 아르헨티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는 "지금 컨디션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보다 더 집중력이 높아졌다"며 새로운 대회 준비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거들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B조의 한국, 그리스, 나이지리아와는 목표치가 다른 팀이다. 그것이 준비 방식의 차이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첫 경기가 아닌 16강 이상의 토너먼트 무대를 준비하는 우승후보다. 컨디션의 포인트도 토너먼트전에 맞춰져 있고, 오히려 이들에겐 토너먼트 경기가 평가전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베일 속에 감춘 메시 활용법

브라질보다 화려한 선수 자원을 자랑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그 동안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지도력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2010년 들어 아르헨티나가 치른 평가전 가운데 가장 실전에 가까웠던 경기는 3월 독일 원정이었고,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메시를 100% 활용하지 못한다는 논란은 여전했다.

메시는 독일전 이후 평가전에 나서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자체 훈련으로 해결책을 고안중이지만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가 열리기 까지 평가전이 없어 문제가 해결됐는 지를 확인할 수 없다. 대신 상대팀들도 아르헨티나의 전술적인 변화을 체크할 수 없다.

아르헨티나가 본선에 데려간 6명의 공격수는 모두 세계 탑 클래스 선수이고, 마라도나 감독은 아직 공격 조합을 확정하지 않았다. 평가전을 치르지 않은 아르헨티나가 어떤 모습으로 본선에 임할지는 베일 속에 있다.

어떤 방식이 옳았는가의 결론은 오직 성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낸다면 평가전을 줄이고 자체 전술 훈련에 매진한 마라도나 감독은 지도자로써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 강한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어린 시절의 영웅을 감독으로 맞아 강하게 뭉치고 있다. 마라도나는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드는 세 번째 감독이 될 수도 있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마라도나의 감독 경력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선수 시절 쌓아올린 명성에도 흠집이 갈 수 있다.

과연 마라도나와 아르헨티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답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1차전 일정

12일 밤 8시 30분 : 한국 vs 그리스

12일 밤 11시: 아르헨티나 vs 나이지리아

사진=아르헨티나 대표팀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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