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엿보기①] 배팅볼 투수 연봉이 8700만원!

2013. 5. 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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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오사카) 김원익 기자]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프로야구의 태동이 46년 앞선다. 1936년 출범한 일본 프로야구와 1982년 프로팀이 생겨난 한국야구 사이에는 그 간극 이상의 차이가 있다.

WBC와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한국이다. 그러나 깊이와 방대함에서는 차이가 큰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고교 야구팀 숫자 4000개와, 세계 프로스포츠 관중동원 2위에 해당하는 일본프로야구(NPB) 연관중 총 2137만226명이라는 저변은 일본야구의 근간. 동시에 야구를 국기(國伎)로 숭앙하고 아끼는 일본 국민들의 인식은 '야구왕국 일본'을 만든 배경이다.

야구 인프라, 뜨거운 인기, 폭넓은 관심, 탄탄한 아마야구, 경제와 결합된 선진 모델 등 깊이와 풍부함를 동시에 아우르고 있는 문화이자 산업인 '일본야구'에 한국 야구는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일본 국민들은 야구의 종주국은 미국이지만, 야구를 현대식 스포츠로 체계화시킨 것은 자신들이라고 믿는다. 일본의 야구를 엿봤다.

▲ "배팅볼 투수도 우리 선수" "배팅볼 투수도 선수단의 일원이다. 물론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귀한 자원인 것은 분명하다."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버펄로스 관계자의 말이다.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위해 공을 던져 주는 투수를 일컫는 배팅볼(batting ball) 투수의 정확한 명칭은 타격 연습 투수(batting practice pitcher)다. 보통 경기 시작 전 1시간30분 정도 진행되는 타격훈련에서 타자들이 타격감을 점검하고 감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배팅볼 투수의 미덕은 원하는 코스에 정확하고 일정한 속도로 공을 던져줘야 하는 것으로, 컨트롤과 체력이 필요하다. 치기 좋은 공을 던져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운 일인 듯 하지만 던지는 이들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만족도를 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문적인 배팅볼 투수는 거의 없다. 주로 코치들이나 현장 불펜 요원들이 임무를 대신한다. 혹은 프런트에서 이 임무를 위해 나서는 구단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왼손 배팅볼 투수가 희귀하다. 때문에 왼손 투수코치는 상대 선발이 왼손일 경우 경기 전 배팅볼을 던지면서 진을 다 뺄 정도다.

반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는 전문적인 배팅볼 투수가 있고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주로 프로로 성공하지 못한 야구선수 출신이 많으나, 그 중에는 현역 시절 유명 선수 출신도 있다.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버펄로스의 경우에는 총 8명의 배팅볼 투수가 있다. 오른손 투수가 4명, 왼손투수가 4명이다. 그 중에는 전문 사이드암 투수도 1명이 있다. 오릭스의 관계자는 "배팅볼 투수 포함 불펜 포수까지 홈과 원정 경기에 모두 동행하며, 선수단의 일원으로 존중받는다. 물론 실제 선수단은 아니지만 그들을 돕는 서포터로서 충분한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이들이 1년에 받는 연봉은 대략 400만엔(4300만원)에서 800만엔(8700만원) 정도. 관계자는 "연차와 경력에 따라서 다른 대우를 받는다. 이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배팅볼 투수들도 있지만 일본 12개 구단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일본의 고액 연봉 선수들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한국의 어지간한 신인 선수들이나 저연봉 선수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들은 배번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지급받는다.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준 이후 덕아웃에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등, 언뜻 봐서는 정식 선수와 다르지 않다.

▲ 왼손 배팅볼 투수 어디 없나? 이들의 존재로 한국과 일본의 타격 훈련은 실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 타자들은 그날 선발 투수의 좌우 여부와 관계없이 왼손과 오른손 배팅볼 투수의 공을 긴 시간 동안 쳐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의 배팅볼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일정한 속도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타자가 요구하는 곳에 들어온다.

당일 선발 투수에 따라서 한쪽 투수를 상대로, 혹은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들쭉날쭉한 공을 짧은 시간 동안 치고 경기에 들어가는 한국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고난 이후 타자들의 배팅볼을 직접 던져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 전 감독대행은 "코치때부터 해오던 것이라 특별한 일도 아니다. 늘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됐다. 타자들의 컨디션을 직접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한 전 감독대행의 사례는 특별한 것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타자들이 부진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이나 수석코치가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를 문화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선수들은 좋은 배팅볼의 유무와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경기력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오릭스의 관계자는 한국의 사례를 들은 이후 "코치들의 역할은 타자들의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찌보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것부터 선수들을 위해 애쓰고, 최상의 경기력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본과 한국과의 인식의 차이는 이처럼 극명했다.

▲ 28년 한우물·현역 올스타 출신 배팅볼 투수 지난해 28년간 배팅볼 투수로 활약한 이노우에 다쿠야(히로시마)가 심장병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 일본내에서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1980년 히로시마 구단에 입단해 딱 한 번 1군 무대에 선 그는 1985년부터 배팅볼 투수로 변신해 55세가 되던 해까지 한 우물을 팠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노우에 씨는 '매일 던져도 같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신조로 그간 살아왔다고 한다. 이노우에 씨는 일본 내에서 배팅볼의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오릭스에는 현역시절 150km에 가까운 광속구를 던졌던 오구라 히사시 씨가 2008년 선수 은퇴 이후 배팅볼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구라 씨는 2001년 오릭스에서 구대성과 함께 뛰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기도 했던 뛰어난 투수였다. 1993년 이후 2008년까지 프로로 활약했고, 2006년 미일 올스타전 대표로 뽑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완벽한 배팅볼 투수로 거듭났다. 타팀에도 오구라와 비슷한 정도의 커리어를 지닌 투수들이 매일 타자들의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이노우에 씨나 오구라 씨 같은 '맞춤형 배팅볼 투수'가 나타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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