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인터뷰] 김태균 "일본 와서 하루도 맘 편한 날 없었다"

2010. 5. 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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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조선 칼럼니스트인 무로이 마사야씨의 도움을 받아, 요코하마의 간나이역 인근을 서성거리다 요코하마구장에 입장했다. 한눈에 보기엔 사직구장 비슷한 구조였다. 잠시후 원정중인 지바 롯데 김태균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엔 원정팀 선수를 취재하는 게 쉽지 않은 편이다. 훈련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스탠딩 인터뷰를 위해 짧은 시간을 빼앗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김태균은 아직 '신입 용병'이기 때문에 그가 멈춰서면 쳐다보는 눈이 많다. 하지만 그는 13일 요코하마전서 시즌 10호 스리런홈런을 때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성심성의껏 솔직한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김태균 "日서 마음 편한 적 한번도 없다"

日투수들 138km짜리 직구 145km로 느껴져AG 대표팀 부르면 가겠지만 … 너무 힘들 듯이대호, 나 따라해놓고…거짓말 말라고 해라

◇지바롯데 김태균이 13일 요코하전에서 스리런포를 터뜨린 뒤 스포츠조선과 맨투맨 인터뷰를 가졌다. 김태균은 일본프로야구에서의 힘든 점과 아시안게임 엔트리 합류 여부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오키나와 이시가키섬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김태균의 모습.

 -그동안 어찌 살았나. 낯선 리그에서 힘든 게 많았을 것 같다.

 ▶아는 사람 없는 거, 혼자 사는 거, 한국에선 그래도 경기 끝나면 사람들 만나서 밥도 먹었는데, 경기 끝나는 순간에도, 야구장에서도 그냥 혼자라는 생각만 들다보니, 휴~ 그게 힘들었다. 잡생각도 넘쳐났다.

  -겪어보니 투수들의 구위 차이가 있는가. ▶많이 느꼈다. 겉으로 보기엔 대부분 일본 투수들의 직구가 140㎞대 초반 아니면 138㎞ 정도다. 그런데 내 체감 스피드는 그게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145㎞ 넘는 직구도 받쳐놓고 쳤다. 여기선 138㎞짜리 직구에도 배트가 밀린다. 솔직히 모르겠다. 일본 투수들의 공끝이 좋은건지, 아니면 여기 스피드건이 적게 나오는 건지. 138㎞짜리가 145㎞로 느껴진다.

  -용병이라서 서러웠던 것이 있었나. ▶서러운 건 없다. 그런데 구단에서 아무리 잘 챙겨주고 감독님이 부담없이 대해줘도 나는 역시 용병이라 스스로 눈치가 보인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은가. 용병이 잘 못하면 동료들이 앞에서는 격려해도 뒤에서는 '용병이 뭐 저러냐' 하는 소리를 하지 않나. 그런 걸 알기 때문에 힘들다. 지금 이렇게(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페이스로) 하고 있어도, 내가 느끼기엔 잘 하는 것 같지 않다. 더 잘해야 용병답다는 생각이다. 마음 편한 적이 한번도 없었고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한국쪽에서 보고싶은 사람이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한화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다 그립다. 특히 김인식 감독님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분이 나를 지원해주고 편하게 야구 하도록 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5년 동안이었으니 가장 오래 본 분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작년 정규시즌 마지막날 한화 선수들 모두가 김인식 전 감독에게 큰절을 했다. 기억나는가. ▶겉으로 눈물 안 보인 선수들도 그때 속으로 모두 울었다. 팀이 꼴찌하고, 나는 그후에 일본으로 왔고, 또 내가 4번타자였기 때문에 그게 더 마음 아팠다. 우리(선수들) 때문에 꼴찌한 거를 책임지고 감독님이 나가신 거니까. 우리가 잘 했으면 계속 계셨을 것 아닌가. 4번타자였던 나는 정말 죄송했다.

  -곧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가 발표된다. 갈 수 있겠나. ▶지금 여기서 41경기를 치렀는데 체감으로는 100경기쯤 한 것 같다. 캠프때부터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시범경기 때부터 100%로 뛰었다. 따라서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 오게 된 것도 (WBC) 대표팀 경력 덕분이다. 그 덕분에 군대 혜택도 받은 것 아닌가. 아시안게임은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가겠다.

  -일본 첫시즌에 연착륙중이다. 팬들 중엔 벌써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처음엔 어디든 큰 무대로 옮기는 게 꿈이었다. 미국에 갈 수도 있었지만 여러 생각을 해본 결과, 내가 혼자니까(미혼이니까) 미국은 멀고, 이동거리도 길고 홀로 사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일본으로 굳히자는 마음이었다. 3년후에는 미국에 도전해볼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단언할 순 없다. 그때 가서 내가 계속 혼자라면 여전히 미국 가는 건 힘들지 않을까.

  -편한 질문 좀 해보겠다. 절친 동기생인 롯데 이대호가 최근 몇 경기에선 다소 주춤한 것 같다. ▶어? 아닌 것 같던데. 펄펄 날아다니는 것 같던데. 계속 잘해오지 않았나? 그나저나 대호 녀석이 날 따라했다. 요즘 보니 (양말을 올려신는) 농군 패션을 하던데, 그런 거 안하던 녀석이. 얼마전에 인터뷰한 걸 보니 더워서 그랬대나, 어쨌대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전해달라. 내 예전 스타일을 따라한 거다. 대호야, 그거 아무나 어울리는 거 아니니까 원래대로 바지 내려라.

  -올초 '일본 여성과 결혼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기회는 있었는가. ▶만날 기회도 없고, 여유도 없었다. 잠깐만 틈나도, 여기서 야구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야구 잘하기 위해 고민 많았고 신경 많이 쓰면서 살았다.

  < 요코하마=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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