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유리베가 류현진에게 'I like you'를 외친 이유

조회수 2013. 11. 5.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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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2013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컵의 주인공은 보스톤 레드삭스가 되었고, 축하 퍼레이드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 감독, 스텝이 서로에게 맞는 팀을 찾아 나서고, 구단도 팀 재정비를 하는 기간인 스토브리그입니다.

지난 7월부터 연재한 'MLB현장'은 더그아웃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모습과 경기,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소식을 사진을 통해 전해드렸습니다. 내년에도 MLB현장은 이어질 예정이지만, 이번 시즌을 이대로 마무리 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들려드리지 못했던 몇몇 소소한 이야기를 더 전해 드릴까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차마 직접 전해드리지 못했던 '유리베와의 댄스 해프닝'입니다. 정말이지 모른척 지나치고 싶었지만, 많은 분들이 유리베와의 댄스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그날의 상황을 전해드립니다.

평소 유리베가 춤을 추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습니다. 라틴 음악이 나왔다하면 신나게 춤을 추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저스가 경기를 앞서나가고 있을 땐 혼자만의 댄스타임이 꽤 길어집니다. 승리의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는 거죠. 유리베의 이런 돌발행동에 선수들은 물론 팬들까지도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5일(한국시간)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다저스타디움. 경기 시작 15분전쯤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유리베가 스타디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라틴 음악에 흥겨웠는지 댄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혼자 스텝을 밟으며 즐기더니 옆에 있던 윌슨에게 다가가 함께 춤출 것을 제안했습니다. 유리베가 스텝을 밟으며 유혹(?)하지만 상남자 스타일의 윌슨이 동참할 일이 만무했습니다.

단번에 거절하는 윌슨. 윌슨이 유리베의 손을 뿌리치자 유리베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뒤돌아 옵니다. 하지만, 이날 유리베는 매우 기분이 좋았나봅니다.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계속해서 춤을 추더니 갑작스레 "할 말이 있다"며 취재진을 부릅니다. 유리베의 자리와 사진 기자석은 정말 가깝기에 평소에도 이런식의 대화가 주고 갑니다. 간단한 안부나 농담을 주고 받는 식이죠. 평소처럼 한치의 의심도 없이 유리베에게 다가갔는데, 팔을 잡는 유리베를 보고 깜짝 놀라 소 뒷걸음질 치듯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테라(BUTERA)는 친절하게도 기자의 카메라를 들고 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줬습니다. 당시에는 누가 제 카메라를 가져 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뒤늦게 영상을 보니 부테라였습니다.

이게 바로 부테라가 찍어준 사진들입니다. 이 동영상을 본 많은 분들이 '육덕한 등빨'을 언급하시면서 '유리베 무안하게 너무 뺀다'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등빨은 제가 생각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ㅠㅠ) 하지만, 당시 춤을 추지 못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많은 카메라가 유리베를 향하고 있어 나까지 미디어에 노출되는게 두려웠고, 두 번째 이유는 저 시간은 사진 기자들은 더그아웃에 들어가면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기자 취재 규정이 그렇습니다.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사진기자는 사진기자석에만 있어야 합니다. 물론 선수가 끌고 갔기에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제가 춤을 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유리베와 댄스 사건(?) 이후, 얼굴이 화끈거려 한동안 LA에 쥐구멍이 없나 찾아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은 제가 봐도 재미있어 다음날 유리베에게 직접 보여줬습니다.

"한국에서 이 동영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네(유리베)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 너의 행동들이 모두 화제가 되고 있는데, 나까지 기사로 나왔다."라고 말하면서 보여주니 시종일관 웃으면서 동영상을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이런 동영상은 누가 찍어서 올린거냐"며 출처를 묻기도 했습니다.

동영상을 모두 본 유리베에게 "나 진짜 창피해서 한국 못 갈것 같아"라고 말하니 적지 않게 놀라며 "정말이야?"라며 "그냥 장난이었어"라고 말합니다. 제가 던진 농담을 유리베는 또다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유리베와의 댄스는 웃어 넘길 수있는 행복한 해프닝이었습니다.

다시 유리베의 댄스 타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윌슨과 취재진에게 거절 당한 유리베는 함께 춤출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파트너는 역시나 류현진. 류현진이 더그아웃에 나오자 춤추자는 제안을 하였고, 류현진은 환하게 웃으며 함께 춤을 췄습니다.

하지만, 춤을 추는 건지 싸움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모습입니다.

유리베는 또다시 꿀밤을 맞았습니다. 류현진이 원하는 춤을 제대로 추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류현진이 원하는 춤은 손을 잡고 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리베가 류현진의 의도를 이해 하지 못하자 류현진은 "이것도 못하냐"며 연속해서 꿀밤을 때렸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춤 한 번 제대로 추고 싶었던 유리베는 윌슨과 취재진에게 거절당하고, 류현진에게는 혼까지 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류현진에게 꿀밤 몇 대를 맞고 나더니 유리베의 표정이 의미심장합니다. 즐거움에 시작한 댄스가 이제는 유리베의 이를 악물게 하였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다저스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의 편에 선다는 것입니다. 꿀밤을 때린 류현진의 잘못이 아니라 춤을 제대로 못 춘 유리베의 잘못이라는 거죠.

그 이후에 유리베는 어땠냐고요? 클럽하우스로 피신을 갔습니다.

유리베가 류현진을 피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려 하자 푸이그가 불러 세웁니다.

푸이그의 말에 잠시 멈춰선 유리베에게 류현진이 다가가 "이젠 안 때리겠다"고 말합니다. 이때 유리베의 입에선 "I like you, I like you..."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왜 넌 때리기만 하냐는 늬앙스였습니다. 류현진이 "알았어, 이제 안 때릴게"라며 손을 내밀자 유리베는 또다시 말합니다. "됐어! 팬들에게 사인이나 해줘"라고 말입니다. 가끔씩은 둘이 정말 사랑 싸움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아 재미있습니다.

유리베의 말대로 류현진이 옆에서 공을 내민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화기애애한 이런 풍경은 다저스 더그아웃이기에 그려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유리베의 댄스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재계약 결과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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