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할타자' 유리베는 어떻게 영웅이 되었나

이용균 기자 2013. 10. 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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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유리베(34)는 사라져가던 선수였다. ESPN에 따르면 LA 다저스 네드 콜레티 단장은 "2012시즌이 끝났을 때, 다음 시즌 플랜에 유리베는 들어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리베는 메이저리거로서의 선수생활 위기를 맞고 있었다. 다저스의 주전 3루수는 2012시즌 막판, 루이스 크루즈에게 돌아가 있었다. 유리베는 2012시즌 9월 한 달 타율이 10할이었다. 딱 한 타석밖에 들어설 수 없었고, 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기 때문이다. 9월 월간 타율 10할은 타율을 그저 5리 끌어올렸을 뿐이다. 8월까지 1할8푼6리였던 타율은 1할9푼1리로 끝났다. 시즌이 끝났을 때 팬들은 '1할타자' 유리베를 방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리베의 역할은 이제 '백업'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유리베는 '그딴 일'로 소심하게 샐쭉해지거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유리베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겨울 동안 훈련을 통해 9㎏을 감량했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 유리베는 "메이저리그 데뷔 13번째 시즌이지만 나는 여전히 야구에서 배울 게 많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배움의 자세는 다저스의 새 타격코치 마크 맥과이어를 만나 더욱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맥과이어 타격 코치, 존 발렌틴 세컨 타격 코치와 함께 유리베는 자신의 타격 디테일을 손 봤다. 스윙 궤적과 이에 따라 공을 때리는 순간의 각도를 수정했다. 타석에서 볼카운트 싸움을 하는 방식,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도록 기다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터득했다. 물론,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 죽돌이' 역할도 계속 이어갔다.

류현진(오른쪽)의 모자 뺏는 후안 유리베(왼쪽) | 경향신문 자료사진유리베의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2013시즌 초반 크루즈의 부진이 이어지자 자연스레 다저스 주전 3루수 자리는 유리베에게 돌아왔다. 다시 올 기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유리베는 기회를 잡았고, 2할7푼8리, 12홈런, 50타점으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맷 켐프는 유리베에 대해 "지금껏 함께 뛰어 본 선수 중 최고의 팀 동료"라고 추켜세웠다. 류현진도 "내가 영어도 못하고 해서 선수들과 잘 섞이지 못할 때 그런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준 선수"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팀 적응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점이 유리베를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 유리베는 특히 다문화적 성격이 강한 다저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팀을 하나로 묶는 힘은 스스로의 희생에서 나온다. 유리베는 8일 NLDS 4차전 2-3으로 뒤진 8회말 무사 2루에서 기꺼이 2번의 희생번트 시도를 했다. 둘 모두 파울이 되는 바람에 벼랑끝에 몰렸지만 언제든지 벤치의 지시에 번트를 시도하는 게 또한 유리베다. 그리고 '역적'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유리베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저스타디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렸다. 그 홈런 한 방으로, 이제 유리베는 다저스 팀원은 물론, 다저스 팬들에게 절대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됐다.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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