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야수진 보강이 절실한 이유

신희진 2012. 9. 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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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올해 같은 공격력 반복되면 팬들 신뢰 잃을 수도..

[마니아리포트 신희진] KIA가 4강 진출의 마지막 보루였던 지난 7연전에서 2승 5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사실상 가을 야구에 대한 꿈을 접었다. 특히 7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나사 빠진 플레이가 연달아 나오는 등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주말 2연전에서 잇달아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이 팀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LG와의 3연전을 모두 내준 가장 큰 원인은 수비였다. 특히 8~9일 경기에서는 1루수 조영훈이 저지른 4~5차례의 실책성 수비가 KIA의 발목을 잡았다. 잠실 야구장의 그라운드가 딱딱해 바운드가 이리저리 튀었다지만, 주말 경기에서 조영훈은 그라운드 컨디션과 상관없는 수비의 기본기를 전혀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조영훈뿐만 아니다. 포수 차일목, 3루수 박기남과 2루수 안치홍도 모두 수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야수 출신으로 준수한 수비를 자랑했던 앤서니마저 넋이 나간 수비로 대량 실점을 불러일으켰다. 집단적인 수비 붕괴 사태에 상당수의 KIA팬은 선동열 감독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시즌 조범현 감독의 KIA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책을 자랑했지만, 올해 선동열 감독의 KIA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 최악의 1루 수비를 보이고 있는 조영훈

올 시즌 조영훈은 1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실책 순위 10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그의 포지션이 1루수라는 점이며, 고작 74경기만에 저지는 숫자라는 점이다. 팀이 치른 경기의 3분의 2정도만 나왔을 뿐인데도 그는 팀 내에서 김선빈(13개) 다음으로 많은 실책을 저지르고 있으며, 전체 1루수 가운데 그의 실책 숫자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8개 구단 전체 1루수들 가운데 조영훈 다음으로 실책이 많은 선수는 6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넥센의 박병호와 롯데의 박종윤이다. 하지만 이들은 조영훈의 1루 수비이닝(437⅔이닝)의 2배 가까운 이닝을 소화했다.

심지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개 구단 주전 1루수들 가운데 두 자릿수 실책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전문 1루수라 부르기 힘든 LG 최동수가 2007년에 9개의 실책을 저지른 것이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하지만 최동수는 이 해에 1루수로 992이닝이나 소화했다. 조영훈은 최동수의 44% 수준의 수비이닝을 소화하고 있을 뿐인데, 벌써 그보다 1개 더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조영훈을 1루 수비로 내세우고 있는 선 감독의 선택은 최악의 용병술이라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 조영훈이 1루수로 출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1루수로 쓸 선수가 없기 때문에 조영훈이 1루 수비 글러브를 끼고 출장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KIA에는 1루수로 쓸 만한 선수가 팀 내에 너무 부족하다. 김주형과 최훈락, 그리고 2군에 권희석 정도가 KIA의 1루 자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 역시 수비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며(최훈락은 외야수가 본 포지션) 공격력이 중요한 포지션의 특성상 타력이 수준 이하인 선수들이 1군 무대에 선발 출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조영훈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김주형이지만, 올 시즌의 그는 타력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97타석이나 들어섰지만, 김주형은 78.7%의 확률로 아웃 카운트를 늘려줄 뿐이다. 진루타도 힘들어 김주형의 삼진 확률은 무려 25.8%에 달한다.

조영훈 역시 빼어난 타격 능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웃 확률 71.1%, 삼진 확률 23.2%로 김주형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이다. 특히 두 선수의 가장 큰 차이는 득점권 타율이다. 김주형이 득점권에서 1할1푼8리로 자신의 타율(.161)만 못한 기록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조영훈은 자신의 타율(.214)보다 나은 2할6푼6리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의 2군 성적을 비교하더라도 2군에서 .886의 OPS(88타수)를 기록한 조영훈과 .756의 OPS(93타수)를 기록한 김주형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물론,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비교다. 또한, 이번 7연전에서는 조영훈의 수비가 팀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조영훈이 주말 경기에서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KIA는 여전히 4강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조영훈과 김주형이 KIA의 1루수 자리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 KIA의 가장 큰 비극이다. 게다가 82년생인 조영훈은 유망주라 부르기 어려운 선수고, 김주형 역시 몇 년째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채 내년이면 29살이 된다. 이것이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 최희섭이 빠진 KIA의 암울한 현실이다.

▲ 팬들 신뢰 회복 위해선 야수진 보강에 사활 걸어야

1루 포지션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KIA의 야수진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KIA의 클린업 트리오인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모조리 부상으로 자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3명의 선수가 재활에 몰두하는 동안 KIA는 올 시즌 장타력이 가장 나쁜 팀이 됐다. 지는 것도 문제지만, 장타 없이 번트만 대다가 경기를 내주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선 감독에 대한 KIA팬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선 감독은 최근 언론을 통해 소사가 만약 일본에 진출하면 외국인 좌완투수를 뽑는다거나 FA 영입 없이 키워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면 KIA의 중심타선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 심정수라는 최악의 실패를 겪은 선 감독의 경험도 외부 FA 영입을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우완 정통파 위주의 선발진에 올해 유먼 같은 좌완 선발의 활약은 상대 팀의 라인업을 흔들 수 있는 좋은 선수 구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김상현은 2009년 이후 올해까지 3년째 풀 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최희섭 역시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을 반복했으며, 올 시즌 전에는 트레이드를 요청할 정도로 팀에 정착하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범호의 부상은 아직까지도 그 원인이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즉,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모습이 반복될 확률이 결코 적지 않단 의미다. 여기에 LCK포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나지완의 군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년이면 29살이 되는 나지완이 언제까지고 군입대를 미룰 수는 없다.

KIA는 야수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2군에서도 내세울만한 장타 유망주도 찾아볼 수 없다. 선동열 감독의 야구 철학인 '지키는 야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야수들이 승리를 따낼 만큼의 공격력을 갖춰야 하고, 투수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탄탄한 수비력을 보유해야 한다. FA 영입이 됐든 외국인 타자가 됐든 야수진 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장타 없는 번트 야구에 지친 KIA팬들의 눈높이도 충족시켜야 한다. 내년에도 지금의 경기력에서 나아지지 않는다면, 선동열 KIA 감독이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 할지라도 그를 믿고 지지할 팬들의 모습은 하나 둘 사라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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