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미국 대표팀 탈락.. WBC에 찬물을 끼얹는 일

조회수 2013. 3. 17. 04: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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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자. 최고의 연예 기획사 중의 하나인 J 엔터테인먼트가 대 규모 '슈퍼 K-POP 콘서트'를 기획한다. K POP 시장을 좀 더 키워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 메가 콘서트는 K POP 최고의 스타와 그룹들이 총출동한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J 측은 경쟁사인 S 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들도 대거 초대한다. S측은 스케줄상 어려운 면이 많았지만, KPOP 시장을 키운다는 취지를 받아들이며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참가를 J 측에 통보한다. 하지만 콘서트가 시작되자 J사 소속인 미쓰에이의 모습은 정작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콘서트는 성공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80만 명이 넘는 팬들이 콘서트 현장을 찾으며 '슈퍼 콘서트'를 기획한 J 엔터테인먼트는 4년 후 다시 개최하겠다며 만족함을 표시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가상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WBC (월드베이스볼)의 현실이다.

< '켑틴 아메리카'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번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했다. 사진/ MLB, WBCI 사무국 제공 >

미국 대표팀이 WBC에서 또다시 조기 탈락했다. 실력으로는 최강이지만 대회에 임하는 자세와 야구에 대한 자존심은 빵점이다. 물론 미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필드에서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아니다. 반대로 참가를 하지 않은 선수들이 문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WBC 대회를 진정한 글로벌 야구 축제를 만들 생각이 있다면 먼저 미국 대표팀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이번 대회 미국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뉴욕 메츠의 데이비드 라이트는 분명한 스타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RA 디키는 분명히 2012년 시즌 싸이영상을 수상했던 선수이다. 하지만 2013년 대표팀이 미국 최강의 전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가 각 포지션에 배치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강은 절대 아니다.

2012년 정규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는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셔 (평균자책점 2.53) 탬파베이 레이스의 데이비드 프라이스 (평균자책점 2.56)와 저스틴 벌랜더 (평균자책점 2.64)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WBC에 참가하지 않았다. 4강 티켓을 두고 꼭 이겨야 했던 푸에르토리코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언 보글송은 분명히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발투수이다. 하지만 그는 벨란더도 아니고 커셔도 아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 조 토레 미국 대표팀 감독이 마운드에 올린 선발 투수는 2012년 시즌 (미국인 투수 중) 평균 자책점 부분 16위를 한 투수였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미국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최고의 팀을 꾸렸다면 벌랜더나 커셔가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문제는 투수진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미겔 카브레라랑 아메리칸 MVP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우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괴물 루키 브라이스 하퍼도 이번 대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신시내티 레즈의 조이 보토는 2012년 시즌 무릎부상으로 111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는 참가했다. 희생 그 자체였다.

< 푸에르토리코의 '안방마님' 야디에르 몰리나. 미국 전에서 몰리나의 투수 리드는 결정적이었다. 반면 미국 대표팀의 포수 마스크를 쓸수 있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버스터 포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사진/ MLB, WBCI 사무국 제공 >

미국 대표팀 로스터 구성은 문제의 출발점이었지 전부는 아니었다. 대회 기간 경기 라인업 구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조 토레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은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고 토레 감독의 용병술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토레 감독은 WBC 기간 모든 선수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려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토레 감독은 대회 전 선수들의 소속팀 관계자들과 '플레잉타임'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 뜻은 정해진 선발라인업이 아닌 로테이션 형태로 매 경기 라인업 카드를 써내야 했다. 1차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캐나다전은 미국 팀이 꼭 이겨야 했던 경기였다. 한 마디로 캐나다에 경기를 내주면 1차 라운드 탈락을 의미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날 토레 감독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셰인 빅토리나의 이름을 라인업 카드에 적었다. 2012년 시즌 홈런 37개를 기록했던 지안칼로 스탠튼 대신 홈런 11개를 기록한 셰인 빅토리노를 기용한 것이다. 만약 토레 감독이 뉴욕 양키스 감독 시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꼭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이런 식으로 선수기용을 했다면 (경기 결과 상관없이) 곧장 그 다음 날 경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레 감독에게는 이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선수들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출장 기회를 줘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토레 감독에게는 불편한 현실이었고 이러한 광경은 솔직히 보기 어려웠다.

제3회 WBC대회는 이제 4강이다. 과연 어떤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궁금하다. (미국 대표팀을 제외하고) 모든 참가국이 나름 최선을 다해서 로스터를 구성했던 대회였다.

하지만 이번 WBC 대회 또한 아쉬움과 숙제를 잔뜩 남긴 대회가 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WBC 대회를 진정한 '월드시리즈'로 만들 생각이라면 일단 자국 대표팀인 미국 대표팀부터 손을 봐야 한다.

Twitter - @danielkim daniel@dk98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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