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 김연경..열쇠는 FIVB 손에

김태규 2012. 9. 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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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결국 골리앗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흥국생명이 골리앗, 김연경(24)이 다윗인 것은 주지의 사실. 김연경은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안에 서명했다.

대한배구협회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연경·흥국생명·배구협회 사이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일 흥국생명이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 중재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날 발표된 합의안은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 선수이고, 페네르바체에 2년 간 임대되며 이후에는 무조건 흥국생명으로 복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성민 배구협회 부회장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김연경 측과 흥국생명을 오가며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는 양측을 영원히 한 이불을 덮게 할 수는 없었다.

배구협회는 결국 판단을 국제배구연맹(FIVB)에 맡겼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양측을 설득할 수 없자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최후의 방법이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살얼음판 같은 관계는 일주일 가량 연장됐다.

박성민 부회장은 "오늘 오전 FIVB에 한국의 규정을 소개하면서 김연경이 임대되는 신분인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지를 묻는 메일을 보냈다. 다음 주 중으로 FIVB를 방문해 유권해석을 받아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를 김연경과 흥국생명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 로컬룰인 우리 규정을 국제 기준에 견주어 보고 검증을 받겠다는 뜻이다. 결론에 따라 우리 규정에 고칠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 모두 탐탁치 않았다. 전체적으로 김연경은 말을 아낀 가운데 권광영 단장은 쉴 새 없이 나름의 주장을 했다. 합의에 이르고 나왔다는 기자회견장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FIVB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외에 권 단장의 기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확고했다. 김연경을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임대라고 하는 것은 임대주가 임차인과 결정한다. 구단 끼리와의 본 계약이 있고 부속 계약을 선수와 하게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 김연경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하면서도 물건 취급을 했다. 쉽게 비유하기 위해서 나온 표현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선수를 향한 평소 의식이 어땠는지 엿볼 수 있었다.

참석한 취재진의 문제제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중계약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라며 취재진이 묻자 "이중계약이 문제가 아니고 애초에 김연경과 페네르바체가 맺었던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다"며 구단의 입장을 피력하기에 바빴다.

'이것은 안된다. 저것은 안된다'고 권 단장의 자기 권리 주장이 도를 넘자 취재진 한쪽에서는 "도대체 합의를 하고 나온 것이 맞냐"며 일침을 가할 정도였다.

권 단장이 맺음말로 "해외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선수의 열망을 받아들여 대승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귀기울여 듣는 이는 많지 않았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기본적인 시각 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국내에서 4시즌 밖에 뛰지 않은 김연경에 대한 소유권은 흥국생명에 있다는 입장이다. 5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김연경이 해외리그에서 임대 형식으로 뛰더라도 그 기간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김연경은 이미 흥국생명이 임의탈퇴를 공시한 이상 해외리그에서는 FA신분이 되는 것이 맞다고 응수하고 있다.

김연경은 "아예 가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다. 해외리그 소화 후 돌아와 2년을 뛸 생각이었다. 해외에서 많이 배우고 돌아와서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2년을 채울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자 생각도 달라졌다. 김연경은 "상황이 여기까지 온 만큼 FIVB 규정을 따르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만약 FIVB 결정이 FA신분을 보장하는 쪽으로 나온다면 흥국생명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인가' 라고 취재진이 다시 묻자 "이미 오늘 합의서에 사인을 마쳤다"고 답을 대신했다.

이미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겉보기에 합의를 이끌어 낸 듯 하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접촉을 할수록 상처는 깊어만 갔다.

모든 것은 FIVB의 판단에 달렸다. 다음 주가 돼야 흥국생명과 김연경이 끌어온 해외진출 논란이 사실상 마무리를 짓는 셈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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