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선임기자의 스포츠 인사이드>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12년전 '여오현 드래프트'

이동윤기자 2012. 4. 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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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2월1일 창단한 현대자동차서비스 배구팀(현대캐피탈 전신) 초대 감독을 지낸 송만기(2007년 작고)씨는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스카우트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는 스카우트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더군요. "우리가 필요한 선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라이벌 팀이 필요한 선수를 먼저 빼돌리는 것도 스카우트다."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프로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995년 11월 창단된 삼성은 아직도 초대 사령탑 신치용 감독이 건재합니다. 18년간 슈퍼리그 8연패에, 프로 전환 후 8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고 이중 6번이나 우승을 일궈낸 것이죠. 신 감독이 끝나지 않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 라이벌 팀들은 그야말로 '감독의 무덤'이 됐습니다. 최대 라이벌이었던 현대는 강만수-송만덕-김호철 감독을 거쳐 지난해 하종화 감독이 부임했고 LIG는 삼성 창단 후 김갑제-김찬호-노진수-신영철-박기원-김상우 감독의 목이 차례로 떨어집니다.

만약 2000년 실업배구 드래프트에서 라이벌 팀들이 송만기씨의 스카우트론을 알고 있었더라면 삼성의 독주는 이렇게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당시 삼성은 신영철을 코치 겸 선수로 영입한 일 때문에 1, 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당했습니다. 삼성의 유일한 구멍은 리베로였지요. 마침 그 해 걸출한 리베로 여오현과 최부식이 시장에 나왔지만 신 감독은 "우리 차지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습니다.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LIG(당시는 LG)의 김찬호 감독은 그러나 예상을 깨고 모교(경희대) 후배인 이영수를 지명합니다. 이어 대한항공, 현대 역시 1, 2라운드에서 다들 공격수를 뽑습니다. 3라운드 1순위였던 신 감독은 드디어 차례가 오자 드래프트 진행을 일시 중단하고 회사에 전화를 겁니다. "호박이 넝쿨째 들어왔습니다."

삼성이 최부식도 아닌 여오현을 지명하자 그때서야 라이벌 팀 감독들은 정신을 차린 듯 했습니다.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며 "왜 여오현을 안 뽑았어?" 하며 서로 책망합니다. 당시 언론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이상한 드래프트"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신 감독에게 'V6'의 최고 수훈갑을 꼽으라면 주저않고 여오현을 듭니다. 빛나지는 않지만 상대의 득점이 될 공을 건져 올리는 여오현 덕분에 지금의 삼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철우를 영입할 때 신 감독은 보호선수 1순위로 175㎝에 불과한 '땅콩' 여오현을 지명했습니다.

또다시 삼성에 별을 달아 준 다른 팀들, 12년 전 눈에 콩깍지를 씌운 듯 여오현의 삼성 행을 막지 못했던 것이 망령이 되어 두고두고 그들을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dy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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