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잡았지만..흥국생명, 잃은 게 더 많다

2012. 10. 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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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결국은 흥국생명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승자의 얼굴에는 상처만이 가득했다.

대한배구협회는 11일 김연경의 해외이적과 관련한 국제배구연맹(FIVB)의 최종 결정을 받아서 발표했다.

FIVB는 "각 국가협회가 국내규정을 FIVB의 규정과 부합하게 하기 이전에 현재 문제를 풀기 위해 경과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타당하다. 당사자 간의 합의를 우선시 한다"며 김연경의 현 소속구단을 흥국생명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은 지난달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대한배구협회의 중재 아래 내린 합의안을 인정해줬다. '로컬룰 존중'이라는 FIVB의 원칙을 따른 것. 합의안에 따라 페네르바체는 흥국생명과 새로운 임대 계약을 맺게 됐다. 김연경은 2년간 페네르바체에서 임대 선수로 뛴 뒤 흥국생명으로 복귀하게 됐다.

선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구단과 자유계약 신분을 원한 선수의 싸움은 결국 구단의 승리로 끝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받았다. 2년 뒤 국내에 복귀할 경우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로 얻은 상처는 너무 깊다. 먼저 한국 배구계의 후진적인 계약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내 프로배구는 여섯 시즌을 국내 리그에서 뛰어야만 FA신분을 인정해준다. 이는 흥국생명이 김연경과의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붙잡을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근거였다.

FIVB는 이번 사태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일단 지금은 선수를 지키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제도 변경의 빌미를 마련해주고 말았다. '올림픽 4강' 진출국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갖춘 리그가 돼버렸다. 체면을 제대로 구긴 것이다.

진행 과정에서 흥국생명이 보여준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쪽으로는 선수의 해외 활동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또 한쪽으로는 국제이적동의서(ITC) 없는 대회 출전을 문제 삼으며 "규정 위반으로 대표팀에 나서지 못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흥국생명의 오판이었다. 김연경이 출전한 대회는 ITC의 적용을 받지 않는 프리시즌 대회였다. '선수 소유권'에만 목을 맸을 뿐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선수를 구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대승적 합의'는 말뿐이었다. 결국은 진흙탕 싸움의 연속이었다. 승자는 아무도 없다. 흥국생명은 선수 소유권을 인정받았지만, 팬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런던 올림픽 4강 진출 이후 모처럼 달아오른 배구 열기에 스스로 찬물을 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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