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 김연아, 스케이트에 영혼을 담은 피겨여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특집 3
김연아, 스케이트에 영혼을 담은 '피겨 여제'
- Chapter 3. 록산느의 탱고에서 죽음의 무도까지(시니어 연아 편)
김연아가 '토털 패키지'임을 전 세계에 증명한 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
2007년 3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6-2007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20, 고려대)가 피겨 역사에 이정표를 제시할 '명연기'를 펼쳤다.
영화 '물랑루즈'에 수록된 '록산느의 탱고'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를 비롯한 모든 기술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프로그램의 모든 수행요소를 완벽하게 했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지만 김연아는 이 작품을 통해 완전한 '토털패키지'로 거듭났다.
김연아는 이런 시절부터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뛰어난 점프력과 더불어 표현력도 증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수한 기술에 비해 표현력과 스핀, 스파이럴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김연아는 이러한 부분도 정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김연아의 상체 움직임과 손동작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딱딱한 표정을 버리고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점이었다. 또한, 프로그램에 온몸을 던져서 연기하는 점도 필요했다. 표현력과 안무에 일가견이 있는 김세열 코치를 만난 김연아는 이 부분에서도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 내재 돼 있던 '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프로그램이 바로 '종달새의 비상'과 '록산느의 탱고'였다.
"개인적으로 (김)연아의 프로그램 중, 록산느의 탱고를 가장 좋아합니다. 다소 딱딱하게 보이던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어요"
- 변성진 코치
"(김)연아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고 난 뒤, 세계 각국의 피겨 관계자들이 찾아와 하나같이 극찬을 늘어놓았어요. 어느 분은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연기는 처음봤다'며 칭찬했죠"
- 김풍렬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음악을 해석하는 방법과 곡의 흐름을 읽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손동작, 여기에 매번 바뀌는 다양한 표정연기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으로 71.95의 쇼트프로그램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당시 김연아의 몸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고질적인 허리부상을 안은 상태에서 출전하고 있었다. 이 대회에 전념하기 위해 그해 겨울에 열렸던 동계 아시안 게임 출전을 포기했던 김연아는 자신이 처음으로 참가하는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초점을 맞췄다.
짧은 단거리 경주와 같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최상의 연기를 펼쳤지만 중거리 종목인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후반에 실수를 보이며 아깝게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큰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연기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시즌 내내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정상에 군림한 김연아는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르면 늘 부상으로 고전했다. 2008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07-2008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러한 '악몽'은 계속 이어졌다.
당시 김연아의 부상 정도는 매우 심한 편이었다. 진통제를 맞고 간신히 경기에 임했지만 정상적인 연기를 하기엔 무리가 많은 상태였다. 통증으로 인해 훈련 소화는 물론, 휴식도 편하게 취하지 못한 김연아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간신히 아이스링크에 들어갔다.
결과는 2007년에 이어 동메달 획득으로 끝이 났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진 뒤, 10초 동안 아무런 연기와 동작도 취하지 못한 아사다 마오는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여러모로 논란이 많은 대회였지만 김연아는 이 대회를 뒤로하고 다시 미래를 위한 도전에 착수했다.
피겨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 '죽음의 무도'
2008-2009 시즌에 들어서서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그리고 데이비드 윌슨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발전된 관계만큼이나 프로그램도 최고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이 때 들고나온 '죽음의 무도'는 오직 김연아만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릴 적부터 김연아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해온 최지은(22, 고려대)은 '죽음의 무도'를 본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죽음의 무도'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김)연아는 부드러운 곡보단 강렬한 곡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록산느의 탱고'에서도 나타났지만 연아는 강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잘 맞고 소화도 잘 시켜요. 이런 점을 볼 때, 죽음의 무도와 같은 곡이 연아의 장점을 더욱 잘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 최지은 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현재 김연아를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를 가리켜 '발전이 무궁무진한 원석'이라고 표현했다.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를 통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피겨의 예술성'을 확립했다. 그리고 록산느의 탱고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요소를 '죽음의 무도'에 와서 궁극적으로 완성했다.
'죽음의 무도'는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강렬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작품이다. 김연아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표현력에도 장점이 있지만 투쟁적인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에서 나타난 강렬한 표정연기를 통해 '전사'의 이미지도 보여주었다. 여자 싱글 역사상 이렇게 강렬하고 전율 적인 연기를 보여준 선수는 드물었다. 이제는 '피겨의 전설'이 된 카타리나 비트(45, 독일)의 걸작인 '카르멘'도 '죽음의 무도'가 보여준 전율과 비교해보면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트는 카르멘에서 탱고 리듬에 맞춘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힘이 넘치는 안무 소화와 다양한 표정연기는 죽음의 무도가 한 수 위에 있다.
"김연아는 그녀만의 특별한 레벨을 가지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는 최고였으며 내가 몇 년 동안 그리워하던 예술적인 감동을 느끼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 커트 브라우닝의 카사블랑카, 그리고 알렉세이 야구딘의 윈터와 함께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 소니아 비앙게티(이탈리아, 전 ISU임원이자 피겨계의 '대모'로 불리는 피겨 원로)
- Chapter 4. 빙판 위에서 자신의 모습과 투쟁해온 13년 (피겨 퀸 연아 편)이 계속 이어집니다.
By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