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IOR | 김연아, 스케이트에 영혼을 담은 피겨여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특집 2
김연아, 스케이트에 영혼을 담은 '피겨 여제'
- Chapter 2. 나는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이 아니라 'Yuna Kim'이다.(주니어 연아)
"(김)연아가 주니어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일본 피겨 관계자와 이런 말을 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10대 초반에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뛴 천재적인 아이가 있다고 자랑을 했죠. 그랬더니 그 일본 관계자는 "우리에겐 10대 초반에 트리플 악셀을 뛴 천재가 있다"고 맞받아쳤어요. 알고 보니 그 선수가 바로 아사다 마오였어요"
-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 이사
강인한 체력과 정확한 점프 등, '기초의 정석'을 확실하게 배운 김연아는 '과천 팀'을 떠나 신혜숙(54) 코치의 새 제자가 됐다. 더블 악셀까지 완성한 김연아는 신 코치 밑에서 본격적으로 트리플 점프를 익히게 된다.
"(김)연아가 저에게 처음 온 뒤, 그 해 여름에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었어요. 거기서 연아가 대단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같이 밀착하면서 생활을 해보니 이 아이의 '특별함'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어떤 과제를 제시하면 곧바로 답을 풀어냈어요. 그리고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도 다른 아이와는 남달랐죠. 재능도 뛰어난 아이가 노력도 다른 아이보다 열심히 하니 쭉쭉 성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연아를 위한 특별한 지도 방식은 없었습니다. 그저 하던 대로 똑같이 지도했는데 매일 경이적인 일이 나타났어요"
- 신혜숙 피겨 코치
김연아는 만 12세 이전에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완성했다. 더블 악셀까지 점프의 기초를 탄탄하게 완성한 김연아는 트리플 점프도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현재, 김연아의 트리플 점프 중, '트리플 룹'이 김연아가 가장 뛰기 힘들어하는 점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트리플 룹도 김연아가 잘 뛰던 점프 중 하나였다. 이 점에 대해 신 코치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연아는 룹을 포함한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뛰고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지만 특별하게 룹 점프를 어려워하던 기억은 없었습니다"
- 신혜숙 코치
2002년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대회인 슬로베니아 트리글라프트로피대회 노비스(만 13세)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그해 11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베어 노비스 부분에서도 1위에 올랐다.
또한, 2003년에 있었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3세의 나이에 국내 정상에 등극했다. 13세의 어린 선수가 '국내 챔피언'이 된 것은 대단한 사건이었고 김연아란 선수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기 시작됐다.
주니어 무대에서 만난 아사다 마오
2004년 국제무대에 주니어 선수로 데뷔한 김연아는 두 번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노비스에 이어 주니어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김연아는 2005년 3월에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때, 김연아보다 높은 단상에 올랐던 선수가 바로 그 유명한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였다.
아사다 마오가 누구인가. '트리플 악셀의 귀재'인 이토 미도리(41, 일본)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육성하자는 '얼음 폭풍'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다. 일본 전역에서 뽑아낸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키는 이 시스템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아사다였다.
아사다가 어린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뛰자 일본 언론은 흥분하며 '일본 역사상 최고의 피겨 천재가 등장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세계 피겨 스케이팅의 스폰서를 주름잡고 있는 일본은 차세대 선수로 어린 아사다를 지목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터져 나온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공식은 이때부터 형성됐다. 라이벌이라고 하면 서로 대등한 성적을 내면서 호각세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시니어 이후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성립되지 않았다.
김연아가 월등하게 발전하는 사이, 아사다 마오는 정체되고 있었다. 현재 두 선수를 라이벌로 몰아가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주니어 시절의 김연아-아사다 마오의 관계는 최고의 라이벌 구도였다.
2005년 주니어 월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는 2006년 주니어 월드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이라는 새로운 병기와 뛰어난 표현력까지 입고 나온 김연아는 실로 위협적이었다.
특별어린 재능을 가졌던 아사다 마오, 그러나 잘못된 출발이 발목을 잡았다
아사다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토 계열의 점프가 모두 약했다는 점이다. 아사다 마오의 기본기를 가르친 지도자는 야마다 마치코 코치다. 일본 피겨 지도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코치 중 한 명인 그는 아사다 마오를 가리켜 "내가 지금까지 지도했던 선수 중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볼 때, 야마다가 완성한 아사다 마오는 '거품'에 가까웠다. 부정확한 러츠(플러츠)와 잘못된 에지, 여기에 도약하기 전 몸을 비트는 습관은 아사다 마오를 괴롭히는 '평생의 콤플렉스'가 됐다. '트리플 악셀'을 완성하기 위해 아사다는 상당수의 점프를 건너뛰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야마다 밑에서 성장한 나카노 유카리(25, 일본 와세다대)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연아가 안정미가 넘치는 조형물인 '에펠탑'과 같다면 아사다 마오는 불안하게 보이는 '피사의 사탑'에 가까웠다. 에지 점프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파워를 지닌 아사다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그러나 피겨를 시작할 무렵, 스케이팅 스킬과 정확한 점프로 초석을 다진 김연아에 비해 아사다는 잘못된 길을 걷고 말았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나타나는 두 선수의 명암은 이미 '출발선'에서 결정되었다.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김연아에게 돌아갔다.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를 펼치자 아사다는 그토록 자랑했던 트리플 악셀에서 실수를 하며 무너졌다. 김연아가 주니어 세계 챔피언에 등극할 때, 현장에 있었던 이지희(48) 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및 ISU 심판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김)연아와 함께 많은 국제대회를 돌아다녔어요. 지난해 벌어진 세계선수권 우승도 기억에 남지만 2006년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정상에 올라섰던 과정이 드라마틱 했어요. 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땐 눈물까지 나왔습니다"
- 이지희 현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부회장
주니어 시절, 김연아는 스케이트 부츠 문제와 부상 등으로 몇 번의 고비를 맞이했다. 너무나 열악한 국내 환경 때문에 은퇴를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러한 고난을 모두 극복하고 주니어 정상에 등극했다.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로 여겨졌던 김연아는 '아사다의 라이벌'이 아닌, 'Yu-na Kim'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김연아의 '세계무대 정복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고 멈출 줄 모르는 김연아의 명연기는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 Chapter 3. 록산느의 탱고에서 죽음의 무도까지(시니어 연아) 편이 계속 이어집니다.
By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