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건진 '금'..모태범 '오기 발동' 사건

2010. 2. 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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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밴쿠버 올림픽]

대표팀 형들에 가렸던 막내 '뜻밖의 낭보'

"언론 무관심에 오기…생일날 최고 선물"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보가 없다. 당신에 대해 설명해 달라."

16일(한국시각)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가 열린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기자회견에서 외국의 한 기자는 모태범(21·한국체대3)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500m가 주종목도 아닌,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선수의 금메달은 이처럼 뜻밖의 사건이었다. 이에 모태범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난 위험하고 스릴 있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학생"이라고 여유 있게 답했다. 쟁쟁한 선수들과 선배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난다"며 당찬 소감을 밝히는 그는 그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이번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대한 시선은 이규혁(32·서울시청)과 이강석(25·의정부시청)에게 쏠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록이나 경력에 비춰 둘의 메달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메달을 안긴 것은 그 둘의 그늘에 가려 있던 모태범이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태릉에서 미디어데이 할 때 나한텐 질문도 하지 않았죠" 하고 웃으며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1m78, 79㎏의 탄탄한 체격의 모태범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취미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는 2007년 토리노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며 성인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1000m, 1500m가 주종목인 그는 지난해 하얼빈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1000m, 1500m 금메달 외에 아직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500m 훈련도 1000m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는 "1000m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500m 구간 훈련을 아주 열심히 했다. 그게 생각지도 못한 금메달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모태범에 대해 "말은 없지만 속으로는 남에게 절대 지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메달에 대해서도 "워낙 열심히 하는데다 체력이 뛰어나다"며 "지난해 월드컵 4차대회부터 기록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빙질이 좋지 않았던 경기장에서도 성적을 낸 것은 타고난 힘 덕분이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경기장 빙판 점검으로 경기가 1시간30분 지연된 탓에 그만큼 긴장감이 지속된 다른 선수들과 달리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대범함도 금메달의 바탕이 됐다.

이날(15일·현지시각) 모태범은 생일을 맞았다. "내가 내 생일에 생애 최고의 선물을 준 것 같아 너무 기쁘다"는 그는 "아직 1000m가 남아 있어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걸로 생일을 기념하겠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꾸준히 유지하면 오래갈 수 있는 선수"라며 흐뭇해했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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