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 프리뷰] 아르헨 vs 칠레, 우승의 오랜 숙원 풀 주인공은?

정현준 입력 2015. 7. 4. 16:04 수정 2015. 7. 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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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믿기 어렵지만 첫 우승에 도전한다. 한 쪽은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이나, 선수들은 자신들의 국가대표팀 경력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다른 한 쪽은 자국의 사상 첫 코파 아메리카 우승에 도전한다. 바로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앞둔 결승전 이야기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문턱에서 상대를 이겨야 하는 기로에 선 서로다.

5일 오전 5시(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펼쳐진다. 칠레는 28년 만의 결승 진출이자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순간이다. 특히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결승전에 임할 자세가 남다를 칠레다. 칠레를 상대할 아르헨티나 역시 8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며 자국의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2004년과 2007년, 아르헨티나는 우승을 코앞에 두고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더욱이 자국에서 열렸던 지난 2011년 대회에서는 8강에 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던 아르헨티나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선 인상적인 활약이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오르며 기세를 이어가는 아르헨티나다. 이젠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고 싶을 그들이다.

의외인 점은 두 팀 선수들 모두 코파 아메리카 우승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어느덧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지 22년이란 세월이 흐른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도 여태껏 코파 아메리카와 거리가 멀었다. 메시(바르셀로나)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파스토레(파리 생제르망)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지만 좀처럼 우승의 연이 없었던 아르헨티나다.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것은 칠레 역시 마찬가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남미의 강호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칠레지만, 코파 아메리카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조금 부족했다. 지난 2011년 대회에서는 8강에서 베네수엘라에게 덜미를 잡히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칠레다.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칠레는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칠레는 이번 대회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홈 어드밴티지 의혹과 지나치게 거친 축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분명 우승후보다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칠레다.

바르가스와 메시, 발끝에 서로의 우승이 달렸다

공격의 핵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날)가 칠레의 중심에 있는 가운데, 에두아르도 바르가스(나폴리)는 실질적으로 팀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다. 바르가스는 현재 4골을 기록하며 아구에로, 비달, 게레로(이상 3골)를 제치고 코파 아메리카 득점 1위에 올라있다. 한 경기에 뒤집어질 수 있는 격차이나, 바르가스 또한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어 칠레의 우승과 함께 득점왕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바르가스의 발끝에 따라 우승팀의 향방과 득점왕이 가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바르가스의 장점은 강한 슛 능력이다. 어느 위치에서든 위협적인 슛을 구사할 수 있어, 상대 수비와 골키퍼에겐 부담스러운 바르가스다. 바르가스의 경기력이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페루와의 4강전이었다. 팀이 동점골을 내주며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태에서 바르가스의 강한 오른발 슛은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득점을 가져왔다. 수비에서 순간적인 실수로 실점을 헌납한 아르헨티나 수비와 미드필드에 있어 바르가스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바르가스의 한방은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칠레가 지닌 또 하나의 무기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다. 스타군단인 아르헨티나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메시의 존재감이다. 비록 대회에선 1골에 머무르며 만족스럽지 못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으나, 팀플레이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메시다. 지난 파라과이와의 4강전에서는 혼자서 수비 두 세명을 끌고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줬을 뿐만 아니라 도움 해트트릭까지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직접 득점을 하지 않아도 팀을 이기는 방법을 아는 이번 대회 메시의 모습이다. 메시에게 코파 아메리카 우승은 더 간절하다.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트로피를 다 차지했지만 정작 대표팀에만 가면 작아지는 것이 메시였다. 대표팀이 부진한 경기력을 펼칠 때는 가장 먼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메시였고, 팬들의 기대감이 가장 큰 대상도 메시였다. 자국 내 언론에서도 가장 많이 다뤄졌던 소재 또한 대표팀의 메시 활용법이었다. 그만큼 아르헨티나에게 메시의 존재는 더 많은 활약을 해줘야하나 아직은 아쉬움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 메시는 확연히 달라졌다.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점차 힘을 발휘해가는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를 통해 정점에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뛰어난 개인기와 드리블 외에도 날카로운 왼발을 바탕으로 팀의 세트피스 플레이를 도맡고 있고, 전방을 향한 패스로 팀의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로 득점을 노렸던 지난 역할들에 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메시의 다재다능한 능력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서서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메시 사용법이다. 최종적으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우승이 필요한 메시와 아르헨티나다. 유독 국가대표팀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메시, 조금씩 옛 명성을 되찾아가는 축구 강호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가져올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4-3-1-2와 4-3-3, 치열할 양 팀의 중원 공방전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을 함께 운용하며 상대 혹은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주로 4-3-1-2 전술로 나서고 있는 칠레다. 호르헤 발디비아(파우메이라스)가 1의 위치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칠레의 핵심 원동력은 중앙 미드필더진에 있다. 디아스(바젤) 아랑기스(인테르나시오날) 비달(유벤투스)가 꾸리는 칠레의 미드필드는 활동량을 토대로 칠레의 공수 모두에 기여하고 있다. 패싱력이 뛰어난 디아스, 수비 가담과 중원에서의 볼 쟁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아랑기스는 맞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 중에서도 비달의 활약은 눈부시다. 대회 기간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삼파올리 감독과 칠레축구협회는 우승을 위해 필요한 선수라며 비달을 대표팀에 잔류시켰다. 그 선택은 현재까지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비달은 수비와 더불어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3골을 넣으며 아직 1골에 그치고 있는 산체스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비달이다. 비달의 전술적 활용은 칠레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관심사다. 측면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를 소화할 수 있어 경기 내적으로 다양한 전술적 변화가 가능하고, 뛰는 위치에서마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로서 비달의 힘은 아르헨티나에게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될 수다. 다만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비달이 경기 중 감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는 점은 칠레의 불안요소다. 펠리페 구티에레스(트벤테) 다비드 피사로(피오렌티나)가 비달의 위치에서 뛸 수 있으나, 수비적인 면까지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칠레에게 있어 비달의 침착성이 요구되는 결승전이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4-3-3을 기반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고 있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가 최전방에 위치하고 왼쪽은 디 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른쪽은 메시가 맡는다. 메시의 경우,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며 주로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펼치며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메시의 중앙 이동으로 생기는 측면 공백을 사발레타(맨체스터 시티)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메우며 효율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어가는 아르헨티나의 전술이다. 중앙에서는 파스토레가 전방으로 볼 배급을 담당하고, 메시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으며 경기를 이끄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 역시 중원에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마스체라노가 수비를 보호하는 볼란치로 나서고, 파스토레가 볼 배급을 담당한다. 마르티노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빌리아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 마스체라노와 파스토레를 지원한다. 아르헨티나 중원의 핵심은 바로 마스체라노다. 아르헨티나가 오타멘티의 파트너로 데미첼리스와 로호를 기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지만, 둘 모두 안정감이 뛰어나진 못했다. 팀이 위기에 빠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여러 차례 발생했었다. 중앙 수비로도 출전이 가능하나, 마스체라노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마스체라노는 강한 수비와 빌드업의 첫 출발점 역할을 하며 아르헨티나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비록 파라과이와의 4강전에서 잘못된 위치선정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곤 팀에 큰 도움이 됐던 마스체라노다. 아르헨티나에게 마스체라노는 없어서는 안 될 중원의 핵이다.

공수에 걸쳐 중원의 균형이 서로 잘 잡혀있기에 기선제압이 더 중요할 양 팀의 대결이다. 양 팀은 지금까지 경기를 치른 상대들을 대상으로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경기를 펼쳤다. 칠레의 이번 코파 아메리카 경기당 볼 점유율은 61.4%, 아르헨티나는 경기당 57.5%로 중원의 볼 소유에 힘입어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단 한 경기도 점유율에서 뒤지는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흐름을 뺏기면 되찾기 힘들 수 있다. 물론 점유율이 팀의 승리를 가져다 주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코파 조별예선 이후 역습 전술을 택하거나 미드필드에서 밀린 팀들 중 다음 단계로 진출한 팀은 파라과이, 단 한 팀에 불과하다. 그나마 파라과이도 4강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5점차 대패를 당해야만 했다. 중원에서 주도권 싸움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대회다. 축구는 점유율 싸움이 아니다라고 치부하기엔 힘든 지금까지의 양상이다. 자칫하면 양 팀의 미드필드 대결 향방에 따라 우승자가 가려질 수가 있는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이다. 오래 기다려온 우승을 위해선 미드필드에서의 활약이 반드시 요구되는 양 팀의 경기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정현준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남미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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