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上]'대표팀 불발' 석현준 "슈틸리케 기준에 맞춰 변할 것"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진 입력 2015. 6. 13. 12:35 수정 2015. 6. 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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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글=이재호 사진=이혜영 기자] 석현준(24·비토리아 FC)이 2014~2015시즌을 포르투갈에서 활약하며 올린 기록은 40경기 10골. 유럽에서 두 자리 숫자 득점은 차범근, 설기현, 박지성, 박주영, 손흥민만이 해냈다.

그럼에도 지난 1일 발표된 A대표팀 소집명단에 석현준의 이름은 대기명단에도 없었다. 공격진이 2부리그 선수(이정협 K리그 챌린지, 이용재 J2리그)로만 꾸려진 것에 반해 포르투갈에서 10골을 넣은 석현준의 이름이 없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많았다.

석현준을 만나 직접 물어봤다. '아쉽지 않냐고', 그리고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에 대해 알고 있을까'라고. 석현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도 전훈에 석현준을 부르려고 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비 전지훈련. 석현준은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전지훈련 전에 대표팀 관계자로부터 '테스트를 받을 수 있으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향간에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의 존재를 모를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전혀 빗나간 셈이다. "저도 불러주시면 최선을 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후 연락이 없었고 결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 갔다"고 말하는 석현준의 표정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A매치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선호하는 스트라이커는 공격 재능도 있지만 수비할 때 적극적으로 열심히 뛰는 9번 공격수다"라고 못박았다. 이 기준에 따라 이정협(상주 상무)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2부리그 소속에도 선발될 수 있었다.

"솔직히 전 수비적으로 많이 뛰는 공격수는 아니에요. 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공격에 쓸 체력이 없어요. 팀에서도 저에게 '많이 움직이지 마라. 골을 넣을 때 모든 힘을 쏟아라'고 주문하며 수비부담을 최대한 덜어줘요.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님께서 많이 뛰는 공격수를 원하신다면 제 스스로 변해야겠죠. 변화로 인해 제가 피해가 오더라도 팀을 위해 뛰어야하니까요. 다음 시즌부터는 그 부분에 맞춰 훈련할 계획입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할겁니다."

섭섭함? 슈틸리케 결정 지지… 대표팀의 공격수 계보 잇고파

2010년 9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아약스(네덜란드)에서 활약하다 19세의 나이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던 석현준에게 두 번째 A매치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10골이나 넣었는데 자신을 대표팀에 뽑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냐'고 물었다.

"솔직히 저에 대해 말이 많다는걸 알아요. 하지만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감독님의 생각이 옳으실 거라는 겁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못 보셔서 그렇지 포르투갈에서 저 역시 매 경기 잘한 건 아니거든요. 아마 다 보셨으면 욕도 많이 하셨을 거예요(웃음). 감독님은 저 대신 뽑힌 선수들의 장점을 분명히 보셨어요. 신중하셨을 겁니다."

여전히 대표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고백한 석현준에게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냐고 묻자 "대표팀의 골게터가 되서 한국 대형 공격수의 계보를 잇고 싶다. 정통 스트라이커로서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해주는 선수로 대표팀에 다시 기억되고 싶다"라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꿈같은 아약스 입단 스토리

석현준의 프로 첫 팀이었던 아약스(네덜란드) 입단 스토리는 그야말로 '꿈 같다'는 다소 진부한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석현준은 사실 경기도 용인의 신갈고 재학 시절 이미 국내 최고의 대학 중 한 곳인 고려대 진학이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였고 국내 최고 빅클럽과도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석현준에게는 유럽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었다.

"박지성 선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가 제 고등학교 시절이에요. 그때 유럽축구를 처음 접하면서 막연히 '유럽에서 뛰고 싶다. 뛰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몰래 새벽에 일어나 유럽축구를 봤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맨유를 좋아했는데 제가 계속 유럽행을 타진하니까 첼시쪽에 테스트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죠. 그때부터는 제가 일원일 될 수도 있는 팀이니까 첼시를 좋아했어요(웃음)."

그렇게 에이전트를 따라 무작정 영국으로 떠났던 석현준은 첼시를 꿈꿨지만 테스트조차 받지 못했다. 당시 첼시 유소년팀 코칭스태프가 테스트를 도와주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기면서 꼬였다고 한다. 그 사이 몸을 만들기 위해 훈련하던 곳이 바로 현재 이청용이 활약 중인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하지만 석현준은 당시에는 챔피언십(2부리그)이었던 크리스탈 팰리스보다는 첼시만을 바라보는 상황이었기에 좋은 조건으로 입단 제의가 왔음에도 거절했다.

"크리스탈 팰리스 제의를 거절한 뒤 아약스에서 테스트 제의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네덜란드로 갔죠. 근데 막상 가보니 전혀 얘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 테스트를 볼 수 없었어요. 아약스 측에 제 프로필을 내밀었지만 답장은 없었어요.

한국 민박집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다 국내에서는 대학가야되니 들어오라고 하고, 에이전트 형은 안된다고 싸우고 시끄러웠죠. 안되겠다 싶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죠. 그때 에이전트 형이 '딱 한번만 아약스에 가서 감독님 뵙고 직접 부탁해보자'고 했어요.

결국 그 선택이 제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선택이 됐을 줄 당시에는 몰랐죠. 만약 그 형말을 듣고 자존심을 챙겼다면 전 지금 한국에서 뛰고 있을지도, 혹은 축구선수를 그만뒀을지도 모르죠."

마틴 욜 감독에게 내뱉은 한마디, 그리고 간절한 눈빛

마침 그날따라 구단 행사가 있어 아약스 훈련장은 북새통이었다. 팬들 사이에 섞여 당시 아약스 감독이었던 마틴 욜에게 힘겹게 다가가 '사진을 찍자'고 붙잡은 뒤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서 온 선수인데 테스트를 보게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얘기했지만 욜 감독님도 '얘 뭐지?'하는 눈빛으로 보시고 들어가시더라고요. 사무실로 들어가는 감독님을 잡으려했지만 경호원들이 제지했죠. 그때 에이전트 형이 뒤에서 '얘가 한국에서 온 최고의 스트라이커다'라고 말했고 '한번만 석현준에 대해 얘기하자'고 소리쳤죠."

"욜 감독님이 그말을 듣고 들어오라고 해서 같이 사무실에 앉았고 전 영어를 전혀 못하니 그저 앉아서 에이전트 형이 제 프로필을 내고 설명하는 걸 듣고만 있었죠. 그때 전 말은 못했지만 '정말 여기서 뛰고 싶다'는걸 눈빛으로 말했어요. 그 간절한 눈빛을 보던 욜 감독님께 에이전트 형을 통해 '저한테 딱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킬겁니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전해달라고 말했어요."

석현준의 아약스 활약 당시 모습. ⓒAFPBBNews = News1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욜 감독은 '내일 10시에 보자'고 얘기했지만 며칠간 아약스 구단은 연락이 없었다. 석현준은 그저 이상한애 돌려보내려고 좋은말로 달랜 것으로 생각하고 진짜 네덜란드를 뜨기 위해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오전 10시쯤 민박집으로 전화벨이 울렸고 40분 후까지 아약스 연습구장에 올수있느냐고 연락이 왔다. 고작 40분 남았지만 석현준은 지하철을 탄 뒤 비내리는 암스테르담에서 훈련장까지 내달렸다. 지금도 석현준은 "그때 부푼 가슴을 안고 비를 맞으며 뛰어가던 당시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며 추억에 잠겼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석현준은 그날 치렀던 연습경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남는 경기라고 추억하며 당시 온몸을 날려 뛰어다녔다고 한다.

"수비수들보다 더 많이 태클을 하고 공이 나갈 것 같으면 몸을 날려 살려냈죠. 당시 피터 가이스트 2군 감독이 연습경기 후 '넌 정말 강한 공격수다'고 칭찬해줬고 그때 비록 욜 감독이 없었어도 절 좋게 봐준 아약스였죠. 그때부터 훈련생으로 지원을 받아 훈련하다 결국 정식 입단으로 이어졌어요."

'[단독 인터뷰下]석현준이 말하는 아약스와 유럽을 포기 못하는 이유'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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