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승부조작 과거 미화하는 유베 전설의 망언

강대호 2015. 5. 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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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이쯤 되면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현재의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이웃 나라가 연상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유벤투스가 1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자 ‘살아있는 전설’이 ‘승부조작’이라는 씻을 수 없는 잘못을 터무니없이 미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벤투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레알과의 2014-15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원정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홈 1차전에서 2-1로 이겼기에 합계 3-2로 결승에 올라갔다. 2002-03 준우승 이후 12시즌 만에 트로피에 도전하게 됐다. 2013-14 유로파리그 준결승 진출에 이은 2년 연속 UEFA 주관대회 4강도 이미 달성했다.

전 유벤투스 공격수 알렉산드로 델피에로(41·이탈리아)는 14일 오전 5시 46분 트위터 공식계정을 통하여 “베를린으로부터 세리에 B, 세리에 B부터 베를린, 환상적인 유벤투스”라는 글을 남겨 친정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베를린’은 2006 독일월드컵과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인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을 말한다. 이탈리아는 2006월드컵에서 프랑스와 연장전까지 120분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 5-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리에 B는 이탈리아 2부리그다. 유벤투스는 2005-06 세리에 A, 즉 1부리그 정상에 등극했으나 승부조작으로 최하위인 20위로 강제이동되어 2006-07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내야만 했다.

물론 승부조작이라는 치부만 빼고 보면 이탈리아 최고 명문팀 유벤투스가 월드컵 우승이라는 국가적인 경사 후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가 다시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게 된 과정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승부조작으로 2부리그에 강등됐던 과거를 인제 와서 ‘환상적’이라 포장한 것은 반성의 결여가 심각한 수준이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델피에로가 ‘울마크’로 유명한 ‘국제양모사무국’ 홍보대사 자격으로 임한 행사에 지각하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델피에로가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축하하며 승부조작으로 2부리그로 강등됐던 과거를 미화했다. 사진=델피에로 트위터 공식계정 화면
유벤투스는 승부조작으로 박탈당한 2차례 우승을 인정하지 않고 세리에 통산 33번째 우승팀이라 자처하고 있다. 사진=유벤투스 공식홈페이지

현재 유벤투스는 2011-12시즌부터 세리에 A 4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이탈리아축구의 독보적인 강호다. 그러나 승부조작으로 2004-05·2005-06시즌 우승이 박탈되어 통산 31번째 챔피언임에도 공식홈페이지 배너로는 버젓이 ‘33회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델피에로는 유벤투스에서만 705경기 289골을 기록했고 2001~2012년 주장을 역임한 클럽 역사의 산증인이다. 축구황제 펠레(75·브라질)가 국제축구연맹(FIFA) 100주년을 기념하여 선정한 ‘위대한 125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를 잊고도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델피에로나 이탈리아와 유럽을 호령하는 강자로 부활한 유벤투스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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