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3백' 우라와 vs '투톱' 수원..전술 분기점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과 우라와레드다이이몬즈(이하 우라와레즈)의 경기 승패는 서정원 감독과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의 치열했던 전술 대결을 통해 갈린 지적인 승부였다. 수원의 2-1 역전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의 기자회견은 마치 바둑 복기전과 같은 느낌이었다. 양 팀 감독의 말을 빌어 수원의 2-1 역전승 과정의 전술적 분기점을 짚었다. #1. 선발 라인업우라와는 배후에 스리백을 배치하고 측면 풀백의 전진, 외국인 공격수 즐라탄을 중심으로 한 스리톱 공격수를 내세운 포메이션을 세웠다. 수원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다만 페트로비치 감독은 우라와의 스리백 운용에 대해 "상대 팀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팀의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수원도 볼란치인 김은선이 스리백을 이루는 모습이었다"는 말로 스리백 배치가 우라와 만의 시도가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우라와(페트로비치 감독): "우리는 언제나 스리백을 써왔다. 일본에 와서 감독으로 9시즌 째 보내고 있는데 계속 스리백을 썼다. 지금의 바르셀로나나 유벤투스가 쓰기 전부터 스리백을 사용했다."문전에 세 명의 수비를 두는 것은 기본적으로 슈팅 가능 지역의 수비를 두텁게 하고, 대신 좌우 풀백을 적극적으로 공격으로 보내며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우라와는 수비형 미드필더 아베와 아오키가 번갈아 두 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거나, 라이트백 료타가 두 명의 센터백과 스리백을 이루며 배후에 세 명의 선수가 자리했다. 료타는 센터백이자 풀백, 윙어의 역할까지 도맡았고, 아베는 수비 라인의 보호자였다. 아오키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 경기장 전역을 커버했다.수원(서정원 감독): "우라와가 스리백을 쓰고 상당히 운동장을 넓게 사용하는 경기를 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에 대해 대비를 했다. 전반전에는 컴팩트하게 가기로 했다. 수비를 중앙선부터 가지고 갔다. 미드필드 라인 안쪽, 우리 수비 지역에서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2. 정대세 중심의 수원 초반 공세수원은 우라와의 스리백에 대응해 라인을 높이지 않았다. 상대 측면 공격에 당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로 인해 오범석과 홍철 등 수원의 좌우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수원은 경기 초반 몇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었는데, 염기훈, 산토스, 정대세, 서정진 등 각자 무기를 갖춘 공격수들의 부분 전술을 통해 이룬 성취였다. 특히 지난 시즌 부침의 시기를 겪은 정대세는 이날 적극적이고 투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컨디션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활동해온 J리그 무대에 대한 적응력이 높았던 탓인지 우라와 수비 공략에 효과적인 플레이를 했다.수원(서정원 감독): "정대세 선수가 전반전에 원톱으로 나가서 혼자 축을 잡아줬다.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많은 운동량이 필요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공격적으로는 좋은 움직임과 찬스 못 만든 면이 조금 있지만, 그래도 원톱으로 상대와 싸워주고 공간 열어준 것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라와(페트로비치 감독): "경기 시작 전부터 생각한 대로 상당히 격하고 어려운 경기였다. 두 팀 모두 첫 공식전이라 전반전에는 어려운 경기를 했다." #3. 우라와의 선제골정대세의 공세 이후 전반전은 대체로 소강 상태의 공방으로 이어졌는데, 전반 종반으로 흐르면서 우라와가 좌우 풀백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 올리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뒤로 물러서던 수원은 중앙 수비 라인의 구심점 문제와 베테랑 골키퍼 정성룡의 부상 이탈로 인한 골문 안정감 문제로 급격히 흔들렸다.수원(서정원 감독): "우리가 (수비 진부터)빌드업 하는 형태의 경기를 하기에 우라와는 빌드업 전에 앞에서 프레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우리가 전반에는 고전했고, 한 골을 먼저 잃었던 것 같다."우라와가 전반 종료를 앞두고 급격히 공격 일변도로 나선 가운데 수원 수비진은 성급하게 달려들고, 움직이며 심리적 평정심을 잃었다.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에 서정원 감독은 하프타임에 선수들을 향해 냉정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후반이 되면 상대는 운동장을 크게 사용하고 측면을 이용하기에 조금 체력적으로 문제가 나올 것 생각 들었고 그래서 후반에는 예전부터 연습해온 염기훈이 스트라이커로 올라가고 정대세가 앞쪽에서 전방 프레싱 많이 한 것이 주효. 분명히 상대는 수비 선수도 양쪽 측면 오버래핑 많이 나가기에 후반에 체력 문제 발생 생각 들어서 그런 것에 주문했고 양 측면을 보호해서 그 부부늘 계속 노린 것이 상대 무너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수원(서정원 감독): "시즌 첫 경기이고 한일전이라는 (마음이) 선수들에게 있었다. 본의 아니게 전반전에 냉정함을 잃은 부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0-1로 지고 있었지만 후반전에는 덤비지 말고, 침착한 경기를 하라고 주문했다." #4. 후반전 지배한 수원, 전술적 역전극후반전 시작과 함께 수원은 강력한 전방 압박은 물론 수비 라인까지 전부 공격지역으로 달려드는 적극적인 축구로 주도권을 되찾았다. 과감한 공격 시도를 통해 후반 10분 만에 오범석의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고, 후반 42분에는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켜 승리를 차지했다.역전골은 경기 종료 시점에야 나왔지만, 후반전을 지배한 것은 누가 봐도 수원이었다. 전반전과는 180도 달라진 내용이었다. 우라와는 소극적으로 변했고, 이충성을 비롯한 교체 자원도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수원의 교체 카드는 차례로 위력을 발휘했다.우라와(페트로비치 감독): "전반전에는 우리의 전략대로 리드했다. 생각대로 되었는데 후반전에는 수원이 전방 압박을 시도한 것이 우라에게 데미지로 쌓이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수원(서정원 감독): "후반에는 우리가 투톱으로 가면서 앞쪽에서 프레싱을 가하자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 우라와 같은 경우 스리백 수비에 양 측면에 많은 숫자를 동원하는 경기 형태를 많이 했기에 (이를 상대하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 투톱을 가져가면서 양 쪽 측면 선수를 바꿔줬다. 많이 벌려서 뛰다 보면 (상대에게) 문제 생길거라는 생각 들어서 염기훈을 투톱으로 올리고 양 측면에 이상호와 레오를 측면에 넣었다."우라와가 동점골을 허용한 뒤에는 반격을 위해 몇몇 시도를 했지만 분위기는 계속해서 수원이 주도했다. 원정팀 우라와는 체력적으로나 피지컬적으로 수원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동점골로 사기가 오른 수원의 노도와 같은 공세에 밀려 내려 갔다.우라와(페트로비치 감독): "리드하면서 공격적으로 더 했으면 좋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ㄷ. 우리도 수원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충분히 받아쳤다고 생각한다. 프리시즌 훈련캠프를 통해서 힘든 훈련을 이겨왔다. 캠프를 마치고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선수들이) 본래 가진 능력,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동점이 된 후에도 우리 선수들의 컨트롤이나 리딩이 잘 됐다. 아베에게 결정적 기회가 있었지만 마무리 하지 못했다."
수원의 골은 염기훈이라는 확실한 왼발 무기를 갖춘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우라와는 알고도 당했다. 수원은 승리를 위해 준비한 카드가 적중했다. 일주일 간 집중적으로 다듬은 염기훈의 왼발이 프리킥 어시스트가 됐고, 야심차게 영입한 브라질 공격수 레오가 교체로 들어가 결승골을 넣었다.우라와(페트로비치 감독): "기회나 내용 등 봤을 때 무승부가 타당하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패배는 패배다. 다음 경기에는 확실히 잘 준비하겠다. 물론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깊은 곳에서 파울은 주의하기를 요구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리킥을 내준) 판정이 정말 파울이었는지 의심 가는 부분도 있다. 그것 또한 경기 일부분이다. 그런 것을 떠나 수원의 승리 진심으로 축하한다. 수원은 좋은 팀이다. 돌아가서 준비를 잘해서 다음 경기에는 복수하고 싶다."경기 전부터 서정원 감독은 후반전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전 버티기와 후반전 몰아치기라는 계획은 시즌 첫 경기이게 발생할 수 있는 체력적, 전술적 실수가 클 전반전을 최대한 슬기롭게 보내고, 후반전에 가진 공력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전반전 실점은 서 감독의 의도와 달랐지만, 후반전 2득점은 서 감독의 계획대로였다. 결과적으로 서 감독의 수원이 전술적 승리를 거뒀다.우라와 감독이 패배에 대해 몇몇 변명을 이어간 가운데 서 감독은 이번 경기의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결코 자만하지 않고 다음 경기는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기본을 강조했다.수원(서정원감독): "우리 팀의 경기 운영을 많이 읽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 우라와전을 다시 대비해야 한다. 일본 원정 갔을 때는 상당히 고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양 감독의 치밀한 전술대결은 축구 이론가들에게 적잖은 재미와 흥분을 줬다. 일본에서 이어질 두 번째 대결에 더 큰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기필코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페트로비치 감독과,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전술가 서정원 감독의 다음 대결은 오는 4월 21일 열린다.그래픽=한준 기자사진=수원삼성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