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라리가: 고딘은 왜 저평가되는 걸까?

2015. 1. 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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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 영국 칼럼

[포포투]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고딘의 몸값으로 2천만 유로를 제안한다면 고려해볼 것 같은가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못 믿겠다는 듯이 "얼마라고요?"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2천만 유로"라고 대답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허공을 쳐다보며 숨을 들이켰다. 해서는 안될 말을 애써 참는 것 같았다.

시메오네 감독은 "다른 얘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2천만 유로에 고딘을? 우리가 그렇게 판다면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르는 거겠죠. 엄청난 실수요"라며 대답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화다. 세상이 디에고 고딘을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비드 루이스가 6500만 유로짜리 선수가 된 마당에 '2천만 유로라는 고딘 평가액은 시메오네 감독을 웃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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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한 저평가

아틀레티코라는 클럽과 소속 선수들에 대한 저평가 분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2강 체제를 무너트렸다. 그러나 FIFA FifPro(국제축구선수협회)가 발표한 월드 베스트XI에는 아틀레티코 소속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3-14시즌 아틀레티코는 라리가 최소 실점팀이었다. 그 중심에는 고딘이 있었지만 FifPro 월드 베스트XI의 백업 명단에서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고딘을 찾으려면 후보 명단에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시시한 시즌을 보냈던 제라르드 피케, 마츠 훔멜스, 다비드 루이스가 고딘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투표에 참가했던 전세계 선수들은 총 23,383명이었다. 선수들이 직접 뽑는 명단이라고 해서 반드시 객관적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아틀레티코는 다소 '컬트(cult)'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들의 이미지 자체가 계속 높아진다는 의미다.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투표에 응답한 3만 명의 사용자는 고딘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포포투> 베스트플레이어 톱100 명단에서도 고딘은 최고 센터백으로 선정되었다. 아틀레티코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팀 실적과 개인 활약을 종합해보면 2015년 1월 현재 고딘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가치평가는 항상 논란거리다. 고딘이 저평가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클럽이 팀 조직력을 최강점으로 삼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력한 조직력이 뛰어난 구성원 기량의 총합이라는 점을 간과하곤 한다. 2014-15시즌 아틀레티코 소속 아웃필더 중 가장 긴 출전시간을 기록 중인 선수라면 개인 능력을 논할 필요도 없다.

고딘 저평가는 중앙수비를 분담하는 주앙 미란다와의 협력 플레이 때문이기도 하다. 센터백 2인보다 센터백 1개 조로 여겨지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고딘의 활약상은 군계일학이다. 미란다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흔들리는 동안 고딘만이 단단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시메오네 감독은 3부 리그 팀과 만났던 코파델레이 32강전(2경기)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고딘을 기용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과의 16강전에서 고딘이 보여준 경기력은 최소한 FifPro의 선수 랭킹보다 훨씬 높은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투지 넘치는 공중 볼 다툼, 골라인에서 볼을 걷어내는 호수비 등 고딘은 그야말로 높고 튼튼한 벽 그 자체였다. 세상의 이목을 끌어당긴 페르난도 토레스의 맹활약도 고딘의 헌신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고딘이 없었다면 아틀레티코는 1차전 홈 승리를 고스란히 날려버렸을지 모른다.

# 숨은 영웅

고딘은 너무 꾸준해서 돋보이지 않는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고딘은 TV카메라를 끌어당기는 '터프'한 태클을 하지 않는다. 하이라이트에서도 고딘의 활약상은 잘 포함되지 않는다. 그냥 서있거나 실점 직후 낙담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중앙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고딘의 페어플레이는 대단하다. 올 시즌 라기가에서 범한 개인 반칙수가 13개밖에 안 된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27개, 다니 알베스는 29개로 두 배가 넘는다.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반칙이 4개뿐이다. 그 대신에 인터셉트가 많다. 반칙을 범하지 않고 볼을 빼앗는 정교한 스타일이다.

수비수도 공격 본능을 갖춰야만 평가받는 최근 세태가 고딘의 존재감을 억누르는 걸까? 확실히 고딘은 라모스나 피케만큼 눈길을 끄는 전방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진 않는다. 그러나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살펴보면 고딘이 얼마나 적재적소에서 공격에 관여하는지 쉽게 발견된다.

19일 있었던 그라나다전(라리가 19라운드)이 좋은 예였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빼앗은 고딘은 재빠르게 전진 패스를 보내 역습의 기점이 되었다. 패스를 내준 고딘은 그대로 내달려 상대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가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날 아틀레티코는 2-0 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컵대회 포함 모든 경기에서 고딘은 헤딩으로만 8골을 터트렸다.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아틀레티코는 고딘의 헤딩으로 선제골을 올렸다. 라리가 타이틀을 거머쥔 누캄프 원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고딘은 4골을 기록하면서 양쪽 페널티박스에서 골고루 활약하고 있다.

2013-14시즌 라리가 우승을 확정한 현장에서 시메오네 감독은 고딘에게 "너는 아틀레티코의 역사가 될 거야!"라고 소리쳤다. 어쩌면 겉치레일지 모를 각종 개인상보다 시메오네 감독의 칭찬이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고딘의 약점이라곤 개인 어필 능력뿐이라고 해야 한다.

선수의 값어치가 오직 시장성에 의해 좌우되는 걸까? 글쎄, 고딘을 보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꼭 그렇지만 않다고 생각한다.

글=Lee Roden,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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