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프리미어리그: 디 마리아가 반갑거나 불편하거나

윤진만 2014. 8. 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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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영화 '시스터 액트'(1992년)에서 우피 골드버그 누님과 수녀들이 관객 앞에서 열창한다. '오 마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모든 이들은 지금 노래 부르고 싶다. '오, 디 마리아!'

그렇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무려' 리오넬 메시의 공격 파트너, '무려'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한 앙헬 디 마리아가 맨유로 이적했다. 눈을 비비고 볼을 꼬집어도 팩트는 변함이 없다. 브라질월드컵 이란전에서 산책으로 이란을 조롱한 그 디 마리아가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료 5970만파운드(약 1005억원)가 말해주듯이 디 마리아에게 쏠린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늘에서 올드 트래퍼드로 내려온 천사(Angel)라도 된다는 양, 구단은 디 마리아의 영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선수들은 당연하거니와 판 할 감독조차 은근히 디 마리아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디 마리아라고 해도 이 정도 크기의 기대는 낯설다. 아르헨티나에선 '메시 형'이, 레알 마드리드에선 '(호)날두 형'이 앞장섰다. 그러나 이제부터 디 마리아는 맨유의 메시이자 호날두가 되어야 한다.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어쨌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눈이 디 마리아에게 쏠린 건 분명하다.

# 오 1000억! 오 레알! 오 월드컵! 오 스타!

영국 언론은 시즌 초 판 할 감독 기사만 쏟아냈다. 루크 쇼, 마르코스 로호 등 신입생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개막 후 팀이 부진하자 다시 판 할 감독의 입만 주목했다. 그때마다 판 할 감독은 "우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 더 발전해야 한다. 블라블라"라고 말하는 중이다.

8월 중순 디 마리아의 맨유 이적 가능성이 떠오른 뒤로는 새 아이템에 신바람이 났다. '디 마리아'라는 새로운 철자를 매일 같이 두들기는 재미란 꽤 쏠쏠하다. 예상 가능한 기사는 이런 것들이다. '내 친구 리오넬 메시는 수줍은 선수', '어린 시절 맨유의 긱스를 좋아했다', '판 할이 안첼로티보다 명장' 등등.

지난 2년간 영입한 로빈 판 페르시와 후안 마타는 바로 옆 동네에서 건너왔지만 디 마리아는 바다 건너왔다. 레알 마드리드 물을 먹어서인지 딱 보기에도 축구를 잘할 것 같다. 벤피카 시절보다 잘 생겨진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뒤로 호흡을 맞출 파트너에 굶주렸던 웨인 루니의 눈에선 지금 '하트 뿅뿅'이다.

판 할 감독은 근엄하게 서서 디 마리아를 반겼다. 하지만 속으로는 좋아서 펄쩍 뛰고 싶었을 것이다. 판 할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아르연 로번 역할을 디 마리아가 대신해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다. 겉으론 "적응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당장 30일 번리전부터 왼발 감아 차기 득점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는 자그마치 1000억원짜리 슈퍼스타이니까.

# 민폐 마리아..."여기 왜 왔어? 뭐 볼 거 있다고"

모두가 디 마리아를 반기진 않는다. 에드낭 야누자이처럼 포지션 경쟁자는 심기가 불편하다. 가뜩이나 판 할 체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데 자신이 봐도 실력, 경험적 측면에서 한두 단계 위인 디 마리아의 영입은 곧 입지 축소를 의미한다. 카가와 신지, 마루앙 펠라이니 등 모든 2선 공격수들의 자리에서는 가시가 돋게 생겼다.

후안 마타도 아주 즐겁지는 않을 듯하다. 지금까지는 그가 최고 몸값이자 팀플레이의 중심이었다. 모든 공격 상황에서 수비수의 볼은 자신의 결재를 받아야만 판 페르시 또는 루니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런데, 3-4-1-2 전술에서 '1' 포지션인 디 마리아가 새롭게 들어왔다. 공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타는 말한다. '1'이 아니면 자기는 안 된다고.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각각 5, 6위를 기록한 에버턴과 토트넘은 노심초사다. 데이비드 모예스 체제에서 스스로 무너진 맨유를 그들은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꼈다. 맨유가 개막전(스완지)에서 패하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디 마리아가 들어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격이다. 그들은 외친다. '동네도 멋진 파리생제르맹이나 가지 여긴 왜 왔대?'라고. 아스널과 리버풀도 들릴 듯 말 듯 소곤댄다. '사실 우리도 무서워'라고.

글=윤진만, 사진=포포투, 일간지 <데일리메일>, <데일리미러> 관련 보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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