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식의 ML현장] 타석에서도 제구 생각, 또 깨달은 오승환

입력 2016. 9. 20. 06:01 수정 2016. 9. 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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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인식 기자] ‘돌부처’가 또 깨달음을 얻었다.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다시금 제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오승환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회말 등판해 1이닝을 막고 9회초 타석에 들어간 뒤 1이닝을 다시 마무리하고 시즌 5승째를 수확했다. 2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었다.

타석에서는 무리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맷 레널즈는 오승환을 상대로 포심 패스트볼만 4개 던졌고, 결과는 볼카운트 1B-2S에서 헛스윙 삼진이었다. 구속은 87.2마일에서 87.6마일까지 나왔다. 그리 빠르지 않은 공이었으나 초구와 2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경기 직후 오승환은 “그리 빠른 공은 아니었는데 제구가 제대로 됐을 때 빠르게 느껴졌다. 나도 마운드 위에서 제구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타석이었다”라고 말하며 백 번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제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공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투수로서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로저 클레멘스는 1986년 올스타전에서 무지막지한 구위의 공을 타석에서 보고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자신의 빅리그 생활에도 큰 전환점이 됐다.

당시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 구장인 애스트로돔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클레멘스는 뉴욕 메츠의 드와이트 구든이 던진 공을 타석에서 경험했다. 구위에 놀란 그는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던 포수 게리 카터에게 자신의 공도 비슷한 위력이 있는지 물었다. 카터는 동의했고, 이에 자신감을 듬뿍 얻은 클레멘스가 스스로를 믿고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늘렸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스토리다.

19일 경기를 앞두고 다시 만난 오승환에게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는 신중했다. “그런 것보다 실제로 투수의 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전광판을 보니 90마일이 안 되는데도 낮은 코스로 잘 들어오는 것을 보고 느린 공도 좋은 코스로 들어오면 위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느꼈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제구력을 갖춘 오승환은 불펜투수로서 정상급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위도 자랑한다. 타석에서까지 제구를 생각한 그가 시즌 두 번째 타석 이후 더 정교한 공으로 타자들을 제압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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