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구원 기록' 삼국지 쓴다

김철오 기자 2016. 9.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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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까지 세이브 2개만 남아.. 삼진 2개 추가 땐 100탈삼진도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3-0으로 앞선 9회말 불펜에서 몸을 풀고 나와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투수에게 안방 관중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불과 19시간 전 샌프란시스코에 통한의 역전패를 안긴 세인트루이스의 승리투수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세이브를 쌓겠다고 다시 나오자 안방 관중들이 반가워 할 리 없었다.

무심하게 깎아 만든 석상처럼 무뚝뚝한 그의 표정에서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를 중계한 미국 방송사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은 그 모습이 “스톤붓다(Stone Buddha) 같다”고 했다. 담대하고 침착하게 위기를 극복해 한국과 일본에서 ‘돌부처’로 불렸던 사나이, 세인트루이스의 간판 마무리투수 오승환(34·사진)이었다.

오승환은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공격기회를 삼자범퇴로 봉쇄했다. 첫 타자 브랜든 벨트(28)에게 시속 150㎞짜리 묵직한 패스트볼을 뿌려 헛스윙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에두아르도 누네즈(29)와 조 패닉(26)을 각각 2루수 앞 땅볼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아웃카운트 3개를 잡을 때까지 던진 공은 모두 14개였다.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샌프란시스코 원정 4연전 마지막 날 3대 0 완승을 지켰다.

올 시즌 18세이브(5승3패). 가벼운 사타구니 통증으로 1주일을 휴식하고 마운드로 복귀한 전날 3차전(3대 2 승)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5승을 수확한 지 하루 만에 추가한 세이브다. 앞으로 두 차례 더 승리를 지키면 2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미국 일본 등 프로야구 3대 리그에서 모두 20세이브를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로 입문하고 일본 한신 타이거즈에서 2년 동안 활약한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평균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인 2005년(16세이브)과 어깨 부상으로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2009년(19세이브)·2010년(4세이브)을 제외한 나머지 8시즌 동안은 꾸준하게 20세이브 넘게 찍었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에서 357세이브(32승20패)를 쓸어 담았다.

오승환은 원래 세인트루이스의 7∼8회를 전담하는 프리미어 셋업맨이었다. 간판 마무리투수였던 트레버 로젠탈(36)의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시즌 중반인 7월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잠그는 클로저 역할을 맡았다. 18세이브는 불과 2달 동안 쌓인 기록이다. 시즌 전반기 3개월 동안 작성한 14홀드가 세이브였으면 이미 30세이브를 넘어설 수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의 잔여 일정이 13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20세이브는 충분히 가능하다. 등판 간격에 따라서는 25세이브까지 바라볼 수 있다. 패스트볼 평균 시속 148㎞로 다소 평범한 구속을 가졌지만 마운드부터 타석까지 수평으로 날아갈 정도로 공 끝이 살아있는 구위,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면서 1할대 피안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은 오승환의 20세이브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2세이브와 함께 삼진 2개를 추가하면 ‘20세이브-100탈삼진’을 달성한 메이저리그 사상 6번째 신인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오승환은 현재 9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47)를 능가했다는 평까지 나온다. 미주리주 지역 라디오방송 KMOX의 야구 해설위원 톰 애커먼은 “오승환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리베라가 연상된다”고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자인 샌프란시스코 원정 4연전에서 초반 2연패를 당하고 스윕(연속경기 전패) 위기에 놓였지만 오승환을 투입한 뒤부터 2연승을 질주하고 기사회생했다. 중간전적 78승71패로 중부지구 2위를 안전하게 지켰고, 내셔널리그 전체 순위에서는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79승70패)를 1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이 승차를 좁혀야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선두는 동부지구 2위 뉴욕 메츠(80승69패)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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