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통역 구기환씨 "오승환과 한글에 빠진 카디널스"

조회수 2016. 8. 2. 03: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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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코치 포스 풍기는 통역 구기환(영어 이름 Eugene)을 말하다. 

“오승환의 통역 ‘유진 구(Eugene Koo)’입니다. 마치 코치처럼 보이죠? (돌부처) 오승환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평소엔 정말 잘 웃고 성격 좋은 사람입니다. 카디널스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요.”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고, 타자가 바뀌는 타임에 중계 카메라는 세인트루이스 더그아웃을 비춥니다. 매서니 감독과 릴리퀴스트 투수 코치가 서 있고, 그 가운데 오승환의 통역 구기환 씨가 서 있습니다. 이 장면이 화면에 보이자 해설진은 위같이 설명합니다. 그의 포스가 매서니 감독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뿐더러 돌부처라 불리는 오승환처럼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역 담당자가 이처럼 현지 팬들에게 주목을 받는 경우도 드문데, 카디널스 팬들은 정말 그를 좋아하고,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첫째는 오승환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그가 부각된 것이고, 두 번째는 통역이라는 업무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뛰어난 친화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불펜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는 구기환 씨. 오승환이 경기에 투입되면 어느새 그도 더그아웃에 나타나 매서니 감독과 릴리퀴스트 투수 코치 사이에 자리 잡고 서 있습니다.  

외야 불펜에 있던 그가 이닝 시작 전에 더그아웃에서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열심히 달린 덕입니다. 

오승환이 투입되면, 그도 열심히 달려야만 합니다. 

워낙 현지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터라 오승환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해 볼까 생각도 했다고 말합니다. “내가 등판할 때, 기환이도 마운드까지 나랑 같이 마운드에 올라, 하이파이브하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이동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규정상 그건 안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그아웃까지 외야 펜스를 따라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오승환과 더불어 카디널스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구기환 씨. 그를 만나 통역의 역할, 그리고 카디널스에서의 오승환의 위상을 들어봤습니다.

Q) 코치 포스가 난다는 표현을 현지 중계방송에서 먼저 사용했다. 많은 팬이 동의를 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손사래를 치며) 코치 포스라뇨. 제가 엄청 긴장해서 표정이 정지 상대가 된 거예요. (웃음) 정말 긴장하면서 경기를 보고 있어요. 시즌 시작하기 전, 구단 측에서 선수가 등판하면 상황을 대비해 늘 감독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 옆에 자리 잡게 됐는데, 이 모습이 이슈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Q)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카디널스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보니, 인기가 정말 많은데?

“제가 아니라, 오승환 선수를 좋아하는 거죠. 사실 야구 팬들이나 취재진, 해설진들이 오승환 선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데, 제가 중간 역할을 하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 승환이 형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죠.” 

Q) 종종 옆에 있는 매서니 감독이나 릴리퀘스트 투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보인다. 대화의 내용이 궁금하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요. 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내용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경기 흐름에선 타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타석에 오르는지, 그럼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어떤 대응을 하게 되는지. 바람이나 습도에 따라 투구와 타격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선수들의 심리상태 등 상황에 맞는 야구를 알려주세요. 타자들의 성격, 리그의 성격 등등”

Q) 대화 내용이 의외다. 마운드에 오승환 선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거로 생각했는데?

“상황별로 야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통역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말씀하셨고, 저 역시 이 일이 처음이라 야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죠. 야구의 전반적인 그리고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주시고 계세요. 진지한 야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코치 포스가 더 풍기는 거 아닐까요? (웃음)”

Q) 야구 관련된 일도, 통역도 처음이라고 했는데, 통역을 잘한다는 평이 많다. 그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한국말과 영어 모두 서툴다고 생각하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한 게 도움이 조금 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 태어나 7살 때 한국으로 건너갔죠. 초, 중,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한국에 있는 한국인 학교에서 공부했고, 고등학교 1학년 도중에 서울에 있는 국제학교를 입학, 그리고 미국 대학(뉴욕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으로 진학했는데, 군대에 가기 위해 다시 한국에 머물렀습니다. 제대 후, 다시 뉴욕으로 건너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 있는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하게 됐죠.”

Q) 오승환 선수의 통역을 담당하게 된 계기는?

“승환이 형의 부름에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이곳에 왔습니다. 전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김동욱 대표(스포츠인텔리전스)와는 이전 회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였는데, 입단식 때 통역을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무조건 OK. 뉴욕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 단번에 날아왔죠.”

Q) 통역을 하기 위해선 구단을 통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입단식 통역은 임시였어요. 그런데 입단식을 마치고, 통역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고요. 구단에서도 승환이 형도. 전 정말 당연히 좋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구단과 선수, 그리고 제 의견은 일단 모였는데, 입사 절차라는 걸 거쳐야 하더라고요.”

Q) 입사 절차라면 서류, 면접을 말하는 건가?

“네, 서류 심사와 인터뷰도 통과해야 했죠. 인터뷰(면접)를 하는데, 인성과 상황 대처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던 것 같아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선수의 상황, 생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어요.” 

“난 파악하기 쉬운 사람”

경기중에 비치는 그의 얼굴은 해설진의 말처럼 감독보다 더 감독 같고, 오승환만큼이나 돌부처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저는 정말 파악하기 쉬운 사람인 것 같아요. 솔직하게 그대로 이야기하고, 표정에도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이죠.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이 정말 즐거워서 늘 웃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사진=카디널스의 선수들은 구기환 씨를 동료와 똑같이 대한다고 한다. 그래서 잘 융화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새롭다.”

Q) 하루하루가 새롭다는 말은 오승환 선수도 했던 말이다. 아직도 적응 기간이라는 의미인가?

“형이랑 자주 하는 말이에요. 메이저리그의 생활도, 전혀 다른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것도 처음이죠. 새롭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즐거움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적응 기간이라고 하기엔 승환이 형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요. 마운드에서도 클럽하우스에서도 최고! 적응 완료된 것 같아요.”

Q) 오승환 선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터뷰 요청도 많아졌는데 인터뷰 시 오승환 선수의 버릇 같은 게 있나?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한결같다는 것. 그리고 굉장히 언어 습득력이 빨라요. 일본어에 능숙해서 놀랐는데, 영어 이해력도 굉장히 빠릅니다. 인터뷰할 때 특별한 버릇은 없는데, 친절하고, 밝은 성격이라 현지 미디어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통역하면서 기억에 남는 상황이 있다면? 

“아무래도 첫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긴장하지만, 그땐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실수하까봐. 다행히 큰 실수는 하지 않았는데, 카메라가 사람을 상당히 긴장하게 하더라고요. (웃음)”

Q) 클럽하우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 일이 처음이다 보니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야구도 통역도. 방송으로 나간 후엔 꼭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실수 한 건 없나, 이 상황에서 이 표현이 맞았나 등 이런 체크를 하면서 공부를 해요. 그리고 감독이나, 다른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어떤 형태로 이야기하는지를 유심히 살피는데, 야구선수들의 입장이나 생각을 파악하고, 그 생각을 미국 문화에 맞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02. 한글 사랑에 빠진 카디널스 선수들

카디널스 소속으로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오승환이 팀내에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코치진은 물론이고, 구단 스텝, 동료, 그리고 언론과의 의사소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문화에 맞는 의사전달’이라고 말합니다.  

타일러 라이온스는 오승환에게 자주 다가가는 동료이다. 자연스럽게 한글도 배우고 있다.

Q) 오승환 선수는 물론이고, 구기환 씨도 카디널스 선수들과 굉장히 친해 보인다. 

“같이 즐기고 있어요. 다 같이 친한 동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수들도 저를 동료처럼 대해주고 있고요.”

Q) 오승환 선수는 모든 선수와 두루두루 잘 지낸다고 하는데, 특히 가까운 선수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정말 한 선수를 선택하지 못할 정도로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다만 선수마다 특징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몰리나, 웨인라이트, 로젠탈 등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특히 타일러 라이온스가 형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많이 다가가는 모습이에요.”

Q) 한국 선수가 있는 구단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 카디널스는 유독 더 많은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세인트루이스에 한국 선수가 최초로 입단했고, 워낙 잘하니 관심을 많이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매서니 감독을 비롯해 몰리나, 웨인라이트가 사용하는 한국말은 언론에 통해 공개된 적이 있었죠? 사실 한글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선수는 타일러와 로젠탈입니다.”

“로젠탈은 한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동안 한글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모음과 자음으로 단어를 만드는 걸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어요.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달라고 하면서 종이와 펜을 건네길래 한글로 써줬더니 “이거 혹시 욕한 거 아니지?”라며 웃더라고요. 가끔 알고 싶은 단어가 있으면 한글로 쓰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제 생일에 축하 메시지 카드를 직접 한글로 써서 선물하더라고요. ‘생일축하 유진’이라고 직접 쓴 카드를 말이죠.”

Q) 타일러가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도 의외다.

“타일러가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놀라운 게 숫자 1에서 100까지 우리나라 말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습니다. 갑자기 “Fifty one?”이라고 말하면 “오십일”이라고 말하는 수준까지 왔어요. 정말 놀랍죠? 지금 숫자부터 배우는데, 조금 지나면 정말 웬만한 한국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승환과 로젠탈의 보직이 변경된 첫날에도 둘의 사이는 평소와 같아 보였다. 오히려 로젠탈이 오승환을 기다렸다 같이 클럽하우스로 이동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Q) 말했듯이 동료들과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사실 보직이 변경되면서 로젠탈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팬들도 생겼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일단은 두 선수의 성격이 정말 좋아요. 프로의 세계이고, 본인이 주춤해서 생긴 일이라는 걸 로젠탈도 알고 있어요. 오승환 선수는 또 배려심이 깊기 때문에 서로 응원해주면서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로젠탈이 마무리에서 내려오고, 오승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서먹서먹하거나 거리가 멀어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요.”

# 03. 오승환! 이런 선수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Q) 현재 같이 살고 있고,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이라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정말 모두가 형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죠.”

Q) 실력은 이미 기록을 말해주고 있는데, 인성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구단 관계자들이 단 한 번의 불만, 불평을 하지 않았어요. 감독, 코치, 스텝, 동료까지 오승환 선수들 정말 좋아한다는 게 말과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원정 갔을 때도, 클러비(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팁도 후하게 주는데, 제 몫까지 챙기느라 두둑하게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규정상 스텝은 클러비들에게 팁을 주지 않지만, 오승환 선수는 자신의 통역을 주 업무로 하는 구기환 씨를 대신해 팁을 두둑이 챙긴다는 것.  

Q) 스프링 캠프 초반에 매서니 감독은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오승환 선수들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지금은 사랑이 넘칠 것 같다.

“매서니 감독이 평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항상 준비된 선수. 믿을 만한 선수’입니다. 잘하고, 늘 준비돼 있고, 성격 좋고, 체력관리까지 훌륭해서 감독이 봤을 땐, 정말 완벽한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늘 ‘항상 준비된 선수’, ‘믿을 만한 선수’라는 표현을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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