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정말 기뻤던 이대호, '아내에게 전하고 싶었다."

조회수 2016. 6. 12. 0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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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와~ 오늘 많네요. (웃음)”

경기 끝난 후, 이대호 앞에 몰린 취재진을 향해 건넨 말입니다.

한, 미, 일 취재진이 모두 모였습니다. 일본 취재진도 이대호의 활약이 반가운 눈치입니다. 대단한 홈런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한국과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서 보여주는 활약이 반갑다고 표현합니다. 이대호는 나라별로 세 번의 인터뷰를 나눠서 해야 하는 상황. 승리의 발판을 만든 홈런을 날린 터라 힘든 기색 없이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좌완 홀랜드를 맞이해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텍사스 홈에서 열린 3연전에선 모두 패했던 시애틀. 그래서 이대호는 이번 경기가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홀랜드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쓴맛을 절대 반복하지 않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동영상 캡처. 이날의 수훈 선수가 된 이대호는 ‘스웰멧’을 착용했다. 

# 01. 이대호, “데릭 홀랜드 상대로 멀티홈런 가능했던 이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를 생각했어요. 지난주 텍사스 원정에서 홀랜드를 상대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치지 못한 거에요. 타이밍도 맞지 않았고, 빗맞은 타구가 많았죠. 두 번 실수는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했죠.” 이대호는 지난 텍사스 홈에서 있었던 경기를 떠올리며, 두 번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보고, 타격 코치와 이야기도 나누며 작전을 짰습니다. 홀랜드 상대로 안타 뽑아낼 작전 말입니다.

“경기 전에 타격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타이밍을 조금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리를 조금 낮게 올리고 스윙을 하면, 방망이가 나가기가 쉬울 것이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근데 정말 이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이대호는 마르티네즈 타격 코치의 조언대로 스피드를 빠르게 가져갈 생각으로 타석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타석에 오르기 전, 타격 코치는 이대호에게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대호,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생각하고 있지?”

이대호는 “네, 코치님! 스피드를 염두에 두겠습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와서 타격 자세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의 타격 자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만 전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첫 타석에서 시속 92마일(약 148km) 싱커를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포를 쏘아 올린 이대호. 데릭 홀랜드를 상대로 두 번 실수하지 않겠다 다짐한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솔로포를 터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스리런을 날려, 지난 경기에서의 무안타 수모를 완벽하게 떨쳐냈습니다.

이대호는 “두 번째 타석에선 83마일 슬라이더가 왔는데, 타이밍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첫 번째 홈런도 기분 좋았지만, 스리런은 정말 기분 좋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대호는 이제 겨우 109타석을 소화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10호 홈런입니다. 대략 10타석에 한 번꼴로 홈런을 날린 셈이죠.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나?”라는 물음에 이대호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줄곧 생각했던 건 즐겁게, 재미있게 야구 하자였어요. 아시겠지만, 힘들게 합류했고, (개막전 로스터 합류)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근데 재미있게, 후회 없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죠.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이 생겼고, 투수들도 또 정면 승부를 겨뤄주니 치기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불확실했지만, 즐기면서 한 야구에 자신감이 붙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호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는 순간, 관중석에선 엄청난 환호가 들렸습니다. 그야말로 난리였습니다. 모든 구장에서 응원 구호로 사용되고 있는 ‘Day Oh’가 시애틀에서만큼은 ‘Dae Ho’로 불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대호를 응원하는 소리가 커진다는 말에 이대호는 웃으며 말합니다. “함성이 커지면 더 좋아요. 한국 롯데 자이언츠나 일본 소프트뱅크도 워낙 팬이 많은 팀이었죠. 관중(팬)이 많은 곳에서 경기하면 더 힘이 나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요.”

# 02. 카노, "바보 이대호는 참 좋은 친구이자, 좋은 선수"

카노와 이대호, 우리는 바보 친구.

시애틀엔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로빈슨 카노. 카노는 이대호를 ‘바보’라 부릅니다. 피츠버그 매커친이 강정호에게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친근함의 표시죠. 그런데 그 바보가 야구를 참 잘합니다. 그래서 카노는 이대호가 정말 좋다고 말합니다.

“바보(대호)는 항상 똑같아요. 경기 중이나, 클럽하우스에서나. 인간 이대호도, 야구 선수 이대호도 아주 좋은 사람이죠. 선발로 나오는 경기가 아님에도 항상 일찍 나와서 운동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늘 준비되어 있는 선수예요. 불평도 없고, 항상 즐겁게 팀을 응원하고 있죠. 그는 우리 가족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야구를 정말 잘해요. 이대호는 정말 좋은 선수죠.”

# 03. 이대호, “홈런의 기쁨, 고생한 아내에게 전하고 싶었다.”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이대호는 지난 여덟 번의 홈런과는 다른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관중석 어딘가를 가리킨 거죠.

첫 번째 솔로포를 날렸을 때도, 두 번째 스리런을 날렸을 때도, 이대호는 누군가를 가리켰습니다. 그 세레머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오랜만에 아내가 경기장을 찾았어요. 요즘 둘째 키우느라 고생이 많은데, 홈런 치는 순간 아내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동안 이런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내에게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함도 있고, 고마움도 있고, 많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는데, 아내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홈런을 두 번이나 치니 참 기쁘더라고요.”

자신의 꿈만 믿고 여기까지 와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다고 말하는 이대호는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아내와 딸 효린 양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 04. 서비스 감독, "대호가 쉽지 않은 걸 해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는 현지 기자의 질문에 서비스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빅보이. 공격에선 이대호가 잘 해줬다. 오늘은 이대호의 밤이었다. 여태까지 그가 해 온 게 엄청나다. 홈런을 10개나 쳤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오늘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대호가 선물한 목걸이를 만지며, 어쩌면 이게 행운의 아이템일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100타수를 소화하는 동안 이대호가 벌써 10개의 홈런을 날렸다. 정말 잘하는 선수다. 대호가 오늘 이걸 나눠줬다. 2~3주마다 한국 선물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 선글라스, USB 관련된 것, 그리고 오늘은 목걸이를 선물로 줬다. 오늘 모든 선수가 이대호가 준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걸 목에 걸고 있을 때마다 홈런 2개가 계속 터진다면, 계속 걸어야겠다. (웃음)”

그리고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오늘 홈런 다들 보지 않았나? 100번의 타석에 올랐는데, 벌써 실력을 보여줬다. 물론 계속지켜 봐야겠지만, 리그에서 사람들이 이대호를 알아보고 있다. 타석에서 꾸준히 잘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완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이고, 팀 승리에 큰 부분이 되고 있다. 사람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해도,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대호는 그렇게 하고 있다. 쉬운 게 아닌데, 그는 늘 준비가 되어 있다.”

서비스 감독은 성격 좋은 이대호가 경기도 잘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보여주는 플레이에 메이저리그가 주목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을 이대호가 해내고 있다면서 말이죠. 우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서비스 감독. 그렇다면 서비스 감독이 이대호를 활용하는 방식만 바뀌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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