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고든 약물은 변화의 시작이 될까

조회수 2016. 5. 2. 19: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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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청년 고든의 약물 적발 충격과 함께 제도와 벌칙 강화 등 의견이 쏟아져

살다보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절대 없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 점점 잦아집니다. 대부분을 만족시킬지 몰라도 꼭 트집을 잡거나 비난을 하는 이들이 나옵니다. 물론 자신의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론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는 정말 욕먹는 일이 없었습니다. 늘 쾌활하고 밝은 모습에 정중하고 예의바라 모두가 사랑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는 물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배나 기자들에게도 꼭 Sir를 붙이며 존대를 하는, 어쩌면 옛 동양적 교육을 받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겸손하고 예의바른 선수입니다. 늘 성실하게 운동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유머도 있고 장난도 잘 치는 개구쟁이 기질도 다분했습니다. 

예의바르고 성실한 선수로 사랑받던 디 고든의 금지약물 적발은 MLB에 큰 파문을 올고 왔습니다. ⓒWikimedia Commons

그런데, 그런 선수가 금지약물 PED(경기력 향상 약물)를 사용해 적발되며 8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습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1번 타자이자 2루수로 올스타에도 두 번 선정되고 작년에 타격왕과 도루왕을 동시에 석권한 디 고든(28)의 금지약물 적발은 MLB에 적잖은 충격과 실망을 안기며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까지 생각할 정도의 파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사랑받던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어려웠던 과거가 알려지면서 더더욱 모두가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선수이고,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밝은 성격을 지닌 참 이상적인 프로야구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수들을 그와 팀메이트라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러웠으며, 말린스 팬들은 이 흑인 선수의 출현으로 인종을 넘어선 화합과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설마 디 고든이?

6세에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비극을 접한 디 고든은 양육권 재판 끝에 할머니 밑에서 컸습니다.

아버지가 톰 고든이라는 유명한 MLB 투수였지만 시즌 동안은 늘 곁에 없었고, 오프 시즌에도 다른 결혼으로 가진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외롭던 아이 디 고든은 스포츠를 즐겼지만 그의 사랑은 야구가 아닌 농구였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키(180cm)가 더 크지 않으면서 프로농구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야구에 전념했습니다. 루이빌 대학에서 농구 선수로 장학금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야구에 장래를 걸기로 했습니다. 워낙 빠르고 운동신경이 좋았지만 야구 선수로는 늦은 출발이었고 교고 졸업 후에는 프로가 아닌  2년제 대학을 거쳐 플로리다 서던대학에서 야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LA 다저스가 4라운드에 디를 드래프트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합니다.

2011년 드디어 빅리그에 데뷔한 고든은 놀라운 스피드를 과시하면서 때론 천재성도 보였지만 너무 가냘팠고 2루 수비도 덜 익은 모습이었습니다. 빅리그의 강한 투수들을 상대하기는 버거웠고, MLB에서 가장 가벼운 선수로 몸무게 65kg를 겨우 넘길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파워와는 거리가 있었고 다저스에서 뛴 4년간 그가 친 홈런은 0-1-1-2개였습니다. 

사장과 단장이 모두 바뀌면서 다저스는 고든이 정상급 2루수로, 1번 타자로 장기간 활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마이애미로 트레이드합니다, 연봉의 일부를 보존하면서까지. 2014시즌의 64도루에 92득점, 2할8푼9리의 호성적도 프리드맨 사장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고든은 보란 듯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냅니다.

3할3푼3리로 NL 타격왕에 올랐고 58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습니다. NL 선수 중에 한 시즌에 타격왕과 도루왕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1949년 재키 로빈슨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고든의 재능과 성격에 매료된 말린스는 지난 1월 5년 5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고든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괴팍한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도 고든에게는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지난 주 로리아 구단주는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메달을 고든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말린스의 팀 로고와 타격왕의 333 그리고 고든의 이름과 배번이 새겨진 메달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1주일 후 금지약물 사용 보도가 터졌고 고든은 보도 자료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지약물을 했다며 팀메이트와 팬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스무 번도 넘는 검사에서 한 번도 양성반응이 나온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둘러댔지만 궁색한 변명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현재 규정상 고든은 이번 적발에 대해 MLB에 항소할 수 있지만 포기했습니다. 해봐야 패소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든은 7월30일에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고든 적발로 시작된 충격파 

고든의 적발은 여러 면에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간 약물하면 건장한 거포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고든은 발 빠르고 재간있는 고전적인 1번 타자임에도 약물을 했습니다. 통산 홈런이 8개에 불과한 그가 77kg까지 몸무게와 근육양을 늘린 것은 아마도 약물의 도움이 상당히 작용을 했을 것으로 의심받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품성이 좋은 성실한 선수라도 약물의 유혹에는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고든이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선수든 근육강화제 등의 금지약물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임을 알고도 도대체 왜 그 착한 선수가 약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그 유혹은 언제든 선수의 정신을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약물의 유혹에 흔들리는 선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퍼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터지고 고든의 아주 친한 지인이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결코 설득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유혹이 얼마나 집요할 수 있는지는 느끼게 합니다. 그의 말은 '고든이 왜 했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왜 그라고 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뉘앙스입니다. ‘생각해보라. 고든이라고 그 기회를 택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 누구라도 거부하기 힘든 것 아닌가?’라고 말한 의미는 그에 따른 피해와 보상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보상 쪽으로 크게 기울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은 더 구체적입니다. ‘적발이 됐다고 하지만 그게 대순가? 마이너에서 대부분 야구 생애를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에 5000만 달러가 적립될 것이고 남은 생애 가족들을 돌볼 수 있게 됐다.’

아주 얄밉지만 그의 말에는 현실적인 이득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절대 옳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왜 유혹에 빠지는지의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금지약물을 한다고 다 야구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성공하면 엄청난 부가 보장되는 것 때문에 선수들에게 이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고든은 출전금지 기간 동안의 165만 달러의 봉급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계약의 남은 4835만 달러를 모두 받습니다. 이미 받은 15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도 그대로 갖고 내년에는 750만 달러, 2018년 1050만 달러, 2019년 1300만 달러, 2020년 1350만 달러는 보장돼 있습니다. 

만약 약물의 도움을 받아서 고든의 성적이 좋아진 것이 맞는다면, 단적으로 말하면 어쩌면 마이너에서 평생 165만 달러로 못 벌었을 선수가 5000만 달러 선수가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디 고든은 금지약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그 꼬리표는 평생 갈 것입니다. 그러나 엄청난 부는 이미 보장됐습니다.


현재는 첫번째 적발시 출전정지 80경기, 두번째는 한 시즌, 그리고 세번째는 영구제명이지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됩니다. 


반발은 거세지는데

MLB와 금지약물과의 전쟁은 이미 20년 이상의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깊은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여전히 그 폐해는 종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MLB와 선수노조의 소극적인 대처가 큰 원인이었습니다. 처음에 약물에 적발됐을 때 벌칙은 10일 출전정지였습니다. 두 번째는 30일, 그리고 3번째 적발되면 60경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사태의 심각성이 야구를 강타하면서 사회적인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검사를 강화하고 벌칙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2014시즌을 앞두고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초범일 경우 80경기 출전 정지, 재범이면 162경기 한 시즌 출전 정지, 그리고 세 번째는 영구 추방이라는 징계안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미네소타 트윈스의 투수 어빈 산타나가 작년에 80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고, 뉴욕 메츠 구원 투수 메이야가 3번째 적발로 영구 추방을 당하는 등 위반자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토론토 야수 크리스 콜라벨로도 적발됐습니다. 그도 고든처럼 몰랐다고 부정하며 항소했다가 결국 80경기 출전 정지가 확정됐습니다. 

그렇게 징계 수위를 높였음에도 계속 위반자가 나오자 일부 선수들은 공개적으로 강력 반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디트로이트 선발 저스틴 벌랜더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PED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양성 반응이 나왔으면 그 즉시 출전금지 시켜야 한다.’라며 현 제도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현 제도에 따르면 양성반응이 나와도 선수는 항소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은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고든이나 콜라벨로도 실은 스프링 캠프 기간 중에 적발됐지만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즌 초반 3주 정도 계속 출전을 한 것입니다.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는 더욱 강력발언을 했습니다. “현 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속임수의 시도라면, 그리고 실제로 계속 위반 사례가 적발되고 있으니 당연히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닌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자들에게 반복해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리에타가 최근 약물 복용 구설수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넬슨 크루스나 조니 페랄타, 멜키 카브레라, 바톨로 콜론 등 과거의 위반자들이 건재하게 다년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MLB는 금지 약물과의 전쟁에서 너무 소극적이고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습니다. 

풀어야할 숙제들

MLB와 선수노조의 단체협상계약은 오는 12월1일로 종결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안건 중의 하나가 바로 금지약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정확히는 벌칙과 규정 강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벌써부터 여러 의견은 쏟아집니다. 첫 번째 적발 시부터 한 시즌 출전 정지, 그리고 두 번째는 영구 추방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만약 적발되면 구단이 기존의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계약을 맺었을 당시 이미 해당 선수가 위반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항소 제도 역시 손을 봐서 일단 적발되면 곧바로 출전 정지를 시키고 항소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선하고 예의 바르고 성실한 선수였던 디 고든의 약물 적발은 MLB에 상당히 큰 파문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물 파동은 꼭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MLB의 나쁜 경험이 충분히 KBO로 흘러들어올 수 있습니다. KBO리그도 금지약물 예방을 위해 많은 조치를 취하고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절대 방심해서도 안 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방 조치와 그리고 강력한 처벌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금세기 최대의 ‘발코 약물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 빅터 콘테는 이렇게 폭로했습니다.

“영리하게만 사용하면 절대 적발되지 않는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야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빠르게 활동하는 테스토스테론을 섭취하면 새벽 1시 경에 활동이 정점에 이르고 점점 감소해 새벽 4시경이면 4분의 1로 줄어든다. 그리고 다시 야구장에 갈 때쯤이면 검사해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실험실을 통한 선수들은 모두 그렇게 했다.”

발코 실험실 스캔들의 중심이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년 출전정지를 당했습니다.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승부가 원칙인 스포츠에 사악한 꼼수가 자리를 잡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팬과의 약속을 깨고 기대를 저버리는 최악의 범죄 중 하나가 금지약물 사용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Wikipedia, AP, Bleacher Report, The Wall Street Journal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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