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류현진도, 커쇼도 끝내 말 못하는 얘기

스페셜 2014. 10. 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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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어제, 그제….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게임을 보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매팅리에 대한 것이었다. '저런 돌+팅리'라는 감탄사로 시작해서 '계약기간이 언제까지냐'는 질문까지. 그 다음이 그 팀의 불펜 투수들, 무기력했던 돈 많은 타자들….

그리고 뜻밖에 많은 물음이 있었다. "저 심판(구심), 어제 그 심판이예요?"라는 질문. 물론 그럴 리 없다. 이틀 연속 같은 심판이 구심을 맡을 리 없다. 하지만 갑갑한 우리 팬들은 이상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나올 때마다 그런 불만을 느꼈다. 홈팀이라고 봐주는 건가? 그러지 않고서야 매팅리가 덕아웃에서 소리 지르고, 맷 켐프가 잡아먹을듯이 달려들고, 류현진이 굳이 고운 속살(혀)을 내보이면서 애교를 부릴 리 없지 않은가.

보셨다시피 이번 시리즈에서는 여러 개의 알쏭달쏭한 판정들이 있었다. 특히 다저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면 손해라고 생각되는 결정적인 것들이 실재했다. 그게 홈 어드벤티지였을까?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압도된 때문일까? 하지만 항상 얘기하듯 <…구라다>는 그런 식의 접근이 탐탁치 않다.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입증도 안되고,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뭔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연 심판들은 왜 편향된 볼 판정을 내린 걸까(적어도 그렇게 보인걸까). 다저스가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우리의 피해의식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구라다>가 오늘 제시하려는 것은 다른 관점이다.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하려 한다.

미트질 또는 프레이밍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미트질'이라고 부른다. 야구가 태어나고 자란 본토에서는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말로 쓴다. 좀 더 정확하게 하면 피치 프레이밍(pitch framing)이다. 포수가 투구를 잡는 요령을 뜻하는 말이다. 즉 간단히 얘기하면 얼마나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포구하느냐 하는 기술(art)이다.

포수는 무척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만큼 좋은 포수를 구성하는 요소도 복잡하다. ▶볼 배합(투수 리드)을 잘 해야 하고 ▶투수들과 관계도 좋아야 하고 ▶주자 견제 능력(어깨)도 필요하고 ▶경기를 읽는 감각도 있어야 하고 ▶바운드 볼에 대한 블로킹도 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프레이밍 능력이다.

심판들이 볼을 판정할 때 기준점은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지점이다. 그때 존으로 들어오느냐 벗어나느냐가 스트라이크/볼의 경계가 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그 찰라의 순간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포수가 받는 미트(글러브)의 위치가 판정에 '참고'가 된다. 경험적으로 '이 공의 궤적상 포수가 저 정도에서 받았으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거야'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프레이밍은 그걸 이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스트라이크/볼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투구를 마치 스트라이크 처럼 보이게 잡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스트라이크를 훔친다(steal)'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스트라이크도 잘못 잡으면 볼처럼 보이게 된다.

예전에야 그런 게 있다는 사실만 감각적으로 알았을 뿐 구체적으로 수치화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세이버매트릭스의 발달로 등장한 Pitch F/X(투구궤적) 시스템을 통하면 여기에 따른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같은 메이저리그 포수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서 아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수 명가 출신 야디의 능력치

아시다시피 카디널스의 야디어 몰리나(애칭 야디)는 자타가 공인하는 ML 최고의 포수다. 그는 지난 5년간 골드글러브를 연패했다. 공격 능력도 출중한데다 포수가 지녀야 할 모든 장점을 갖춘 선수다. 이반 로드리게스 이후 최고라는 평가다. 당연히 프레이밍 능력치도 출중하다.

반면 다저스의 AJ 엘리스는 그렇지 못하다. 그는 성실함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강하다. 상대를 분석하고 연구한다든지, 투수들을 편하게 해준다든지…. 그러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이 많다. 특히 프레이밍 부분에서는 안쓰러울 정도다.

StatCorner.com이라는 기록전문 사이트가 집계한 두 포수의 최근 5년간 수치다. Pitch F/X를 분석해 스트라이크였는데 볼로 판정받은 경우, 반대로 볼이었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경우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리그 평균치를 뽑아낸다. 그 평균치를 '0'으로 하고 그 보다 잘했으면 가산점(+), 못했으면 감점(-)을 하는 RAA(Runs Against Average) 방식으로 산정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점수가 높을수록 프레이밍 능력이 좋은 것이고, 마이너스는 평균치에 미달한다는 뜻이다. +20점이면 리그 최상위 수준, -10을 넘으면 최하위 수준이다. 위의 표에서 보시다시피 야디는 언제나 상위권, 엘리스는 최하위권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ML에서 가장 프레이밍 능력치가 높은 포수로는 단연 호세 몰리나(템파베이)가 꼽힌다. 2008시즌에는 RAA 44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바로 몰리나 가문 3형제 포수 중 둘째다. 즉 야디의 바로 위 형이다.

심판 탓이 아닌 포수 탓

물론 AJ 엘리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포수라는 포지션은 본질적으로 수비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아무래도 그는 야디와 견줄 수 있는 포수는 아니었다. 둘 간의 프레이밍 능력치를 굳이 환산하자면 한 경기당 스트라이크 2~4개 정도일 것이다. 그것도 작은 수치가 아니지만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

일례를 들면 이렇다. 1차전에서 커쇼가 만루 위기에 몰리던 7회, 존 제이 타석에서 2구째(볼카운트 0-1) 기가 막힌 커브를 던졌다. 74마일 짜리가 급격한 곡선을 이루며 몸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꽂혔다. Pitch F/X를 보면 걸친 정도가 아니라 (9등분의) 7번 존에 아주 넉넉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엘리스의 어정쩡한 포구 자세가 문제였다.

더 큰 재앙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이후 커쇼의 중요한 승부구 커브는 실종됐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못받으니, 더 이상 만루에서 던질 수가 없었던 거다. 11개 연속으로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참담했다.

3차전을 마치고 기자들은 류현진에게 물었다. "볼 판정에 손해본다는 생각은 없었냐"고. 역시나 그의 대답은 현명했다. "선수가 심판한테 맞춰야지요." 자주 듣던 말이다. 늘 그랬다. 그는 무던하고, 참을성 많아 보이는 미디어 맞춤형 답변을 잘한다. 하지만 사실은 심판탓만 할 일이 아니다. <…구라다>가 보기에는 엄연한 포수의 능력 차이였다. 그도, 커쇼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드러낼 수는 없다. 속으로 안고 가야할 일이다. 그들은 팀이기 때문이다. 슬픈 현실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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