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키 또 폭탄발언 "멍청할수록 야구 잘한다" 누구?

정재호 2014. 9.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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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는 잭 그레인키(30·LA다저스)가 또 한 번 폭탄에 가까운 엉뚱한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어 화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유력 일간지인 'LA 타임스'와 '야후 스포츠' 등은 "단순하고 멍청할수록 야구는 확실히 더 잘한다는 게 그동안 메이저리그 바닥에서 체득해온 그레인키의 신념 중 하나"라고 5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현존 최고의 우완투수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레인키는 "야구경기 안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 정신력에 달린 문제들로 너무 많은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운을 뗐다.

이른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우둔해져야 야구를 잘한다'는 본인만의 야구철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 야구는 멍청해져야 잘하는 스포츠란 '발상'

그레인키는 "내가 하는 일에 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았을 때 대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곤 했다"며 "주위를 돌아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빅리그 11년차임에도 그게 아직도 쉽지 않은 듯 그레인키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구는 멍청해지는(being stupid) 스포츠다. 많은 시간 동안 일을 아주 간단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대로 야구할 수 있는 옳은 방법이다"면서 "수많은 정보를 머리에 담고 그것을 적용하며 꾸준히 잘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마운드에서 공을 움켜쥔 잭 그레인키가 무언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여기서 말하는 '멍청함'이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디고 어리벙벙함'이라는 원래의 뜻보다는 너무 계산적이고 똑똑하지 않게 그냥 머리가 단순해지는 정도로 풀이될 수 있다.

그레인키는 "어떤 특정 이름을 거론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이제껏 같이 뛰어본 녀석들 가운데 꽤나 멍청한 선수일수록 정말로 잘하는 선수들을 봐왔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인드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레인키의 이번 발언은 듣기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이치에 맞을지 모른다.

당장 선수 하나하나(스카우팅 리포트)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부터 선수들은 강요당한다. 그 결과물 또한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될 수 있다.

그래서 70%의 실패가 성공으로 간주되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가 야구라는 얘기마저 생겨났다.

◇ 야구 잘하는 멍청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한때 그레인키는 '사회공포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으로 알려졌는데 한편으로는 웃기고 재미있는 사람이며 여러 면에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의견이 많다.

단어 선택이 약간 센 편이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이런 솔직한 발언들은 그레인키라는 사람 자체의 독특한 성향으로 차차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올 시즌 호주 개막전에 대해 "기대감이 제로"라고 털어놨다가 한동안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고 지난 7월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중요한 라이벌전을 앞두고 "아마 내 스스로가 샌프란시스코를 라이벌이라고 느낄 만큼 여기 오래 있었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단지 2~3차례 그들을 상대로 던졌을 뿐이다"고 선을 긋는 등 그레인키는 항상 직설적이었다.

이런 그레인키에 대해 마크 트럼보(2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그냥 그레인키가 솔직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와 같은 팀에서 뛰어본 적이 있어서 워낙 정직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도 곧잘 하곤 한다"고 어떤 의도가 담겨있지는 않다는 걸 명확히 했다.

트럼보는 "중요한 건 호주 개막시리즈가 정규시즌에 기록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그레인키에게 약간 부담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모두가 좋은 시즌 스타트를 꿈꾼다. 첫 시작이 평상시와 다르게 먼 곳에서 치러지는 경기라면 약간 혼란스러울 수는 있겠다. 나와 우리 팀은 호주에서의 경기에 흥분을 느끼고 있다"며 에둘러 그레인키를 감싼 적이 있다.

다만 팬들과 언론은 다저스 소속의 그레인키가 언급한 '야구 잘하는 멍청한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이왕에 실명까지 밝혀줬으면 속이 다 시원했을 뻔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한편 당초 오는 8일로 예정돼 있는 류현진(27·다저스)의 다음 선발등판일(애리조나 홈경기)이 7일인 그레인키와 맞바꿔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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