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다르빗슈는 '멘탈 갑' 류현진보다 한 수 위였다.

조회수 2014. 4. 30. 09:0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다르빗슈가 하루 사이로 선발 등판하여 류현진은 5이닝 6실점, 다르빗슈는 3 1/3이닝 4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승패를 떠나 류현진은 올 시즌 최악의 구속이었고, 경기 내내 버거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다르빗슈 유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적은 이닝인 3 1/3이닝만을 소화하고 강판당했습니다.

지난 2012년 5월 21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이후 56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투구했던 다르빗슈 유가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큰 아쉬움이었으며, 그 상대가 오클랜드였다는 사실은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째부터는 실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 진출 2년차인 류현진에게는 갖가지 징크스가 붙여지고 있습니다. 4일 휴식 후 등판하니 '또'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낮 경기에서 '또' 대량 실점을 했다.

현지 언론도 이런 징크스 만들기를 거들고 있습니다. 유독 홈경기에서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죠. 공식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한 현지 기자는 결국 류현진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수준이라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오클랜드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이는 다르빗슈가 3 1/3이닝 동안 4실점을 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하루 뒤 등판한 텍사스 다르빗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클랜드전에서 '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까지 노렸던 다르빗슈 유가 유독 힘겨워하는 팀이 바로 오클랜드입니다. 메이저리그 진출한 첫해인 2012년 5월 17일 첫 승을 따낸 이후 오클랜드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승수를 따내지 못했고 내리 6연패를 기록했습니다. 다르빗슈에게 오클랜드는 힘든 상대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또'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당연히라는 의미를 내포하면서 징크스라는 불명예가 생기가 됩니다.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이 징크스이기에 선수에게 있어 징크스는 백해무익입니다. 징크스라는 것은 고스란히 선수에게 부담으로 전달됨으로 만들 필요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되는 것이죠.

[4회 마운드를 내려오는 다르빗슈 유는 조기 강판이 못내 아쉬웠는지 마운드를 뒤돌아봤습니다.]

MK스포츠 김재호 기자는 "류현진에게 '낮 경기', '4일 휴식' 징크스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는 아직 표본이 너무 적다."며 류현진 징크스에 반박했습니다. '4일 휴식'과 '낮 경기'라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 류현진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고, 성적도 더 안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히 이 두 가지 문제로 모든 이유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입니다.

맞습니다. 최근 치른 류현진과 다르빗슈의 경기를 징크스라고 치부하기에는 구위가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유 없는 부진이 아닙니다. 이유 있는 부진은 징크스가 아닙니다. 이 두 선수 역시 징크스를 거부하고, 단지 좋지 않은 날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좋지 않은 플레이를 보였다."고 말하며 징크스가 아닌 그 날의 피칭이 부족했음을 알렸습니다.

매번 좋은 모습만을 보여 줄 수는 없습니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라 불리는 크레이튼 커쇼도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와의 NL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진 경험이 있습니다. 언제나 잘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4일 휴식이나 낮 경기와는 상관없이 모든게 좋지 않았던 날이다."며 본인의 실력이 평소와 달랐을 뿐 다른 침해 요소는 없었다는 것을 어필했습니다.

다르빗슈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나치게 못 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했음을 인지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 '멘탈 갑' 류현진보다 한 수 위인 다르빗슈

잘 하는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좋지 못한 경기를 치른 날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짧은 기억력(Short memory)은 운동선수에게 좋은 작용을 합니다. 그만큼 아쉬움과 괴로움에서 빨리 벗어 날 수 있어 원활하게 다음 등판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취재진보다 야구 팬보다도 더 신경 쓰이고 아쉬운 건 선수 본인입니다. 경기 중에 붉으락푸르락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안정을 찾느냐에 따라 다음 등판 준비를 잘할 수 있습니다.

2이닝 2실점을 한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한참을 눈을 감고 앉아 있었습니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결국 스리런을 허용하고 6실점을 한 류현진은 시즌 최악의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수비의 탓으로 돌리기엔 류현진의 투구가 약해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본인도 이날 보여준 투구에 만족을 못 했던 탓에 인터뷰장에서조차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매팅리 감독의 마음도 좋을 리 없습니다. 지난 시즌 가장 꾸준했던 선수로 류현진을 지목했고,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가장 준비를 잘한 선수, 올 시즌 출발이 가장 좋은 선수가 바로 류현진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언급한 게 바로 매팅리 감독이니까요.

우리는 류현진 선수를 '멘탈 갑'이라 부릅니다. 위기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고, 대량 실점에도 일상으로의 복귀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류현진의 멘탈을 뛰어넘는 선수가 바로 다르빗슈 유입니다. 사실 현장에서 취재하던 필자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가 강판당한 선수가 다시 더그아웃으로 나와 경기를 지켜보는 광경은 처음봤기 때문입니다.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다르빗슈 유는 4이닝이 끝날 때까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본 후, 클럽하우스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6이닝 시작 즈음에 다르빗슈 유는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나와 동료 선수들을 독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뼉을 치며 "자자! 텍사스 파이팅하자"고 외치는 다르빗슈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료와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다르빗슈가 류현진보다 더 짧은 메모리(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아쉬움에서 빨리 벗어 날 수 있고,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경기 준비에도 도움이 되는 건 당연지사.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에게 '징크스'라는 불명예 이름표보다는 빨리 제 실력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