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안준철 기자] '고시엔 끝판왕'은 도쿄돔에서도 끝판대장이었다.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이 일본 무대 첫 세이브를 도쿄돔에서 신고했다.

오승환은 2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4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5-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잘 지키며 자신의 첫 세이브도 챙겼다.

하지만 이날 오승환의 투구를 무결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요미우리 타자들의 계속된 커트에 투구수가 치솟았다. 이날 첫 세이브를 따내기 위해 그는 32개의 공을 던졌다. 보통 마무리 투수들은 1이닝 기준 15~20개 정도의 공을 던지는데 2배 가량을 더 던진 셈이다.

그렇다고 오승환의 돌직구가 실종된 건 아니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53km까지 나왔고, 150km가 넘는 직구를 연신 뿌려댔다. 그러나 요미우리 타자들은 오승환의 공을 거의 배트에 맞췄다. 32개 중 20개가 파울로 기록됐을 정도. 아웃카운트도 모두 범타로 잡아낸 것이어서 이날 오승환의 공이 포수 미트에 제대로 꽂힌 건 9개였다.

특히 마지막에 상대한 하시모토 이타루와는 15구 승부를 펼쳤다. 하시모토가 끈질기게 오승환의 공을 커트해낸 것도 있지만 오승환도 긴장한 내색 없이 계속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쳐 하시모토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우고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오승환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다. 경기 후 그는 "다른 변화구를 던지지 않고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으로 승부했다"밝혔다. 이는 자신의 신무기를 감췄다는 얘기. 오승환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123km의 느린 변화구를 선보였다. 흔히 신무기로 알려진 슬러브. 또한 투심 패스트볼도 새로 준비해왔다. 결국 오승환의 위력적인 직구가 역설적으로 요미우리 타자들에게 분석당해 투구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일본 야구관계자는 "결정구로 떨어지는 공이 있으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내려온 오승환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힘들지 않다"고 덤덤하게 말한 그는 "첫 경기라 투구수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승환은 "(다음 등판에서는)투구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