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축구서 얻은 명예,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다"

임기환 2014. 7. 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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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신문로)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홍 감독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는데 실망감만 줘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1년간 많은 일과 실수가 있었다. 내가 성숙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어 죄송하다. 1990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감독까지 24년을 보냈다. 팬들이 부족한 내게 많은 격려와 채찍질을 해 줬는데 오늘로서 이 자리를 떠나겠다. 조금 더 발전된 사람으로서 많은 노력을 하겠다. 늦게 사퇴를 발표한 이유는 인천공항에 내리면서 사퇴 얘기를 했으면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비난까지 받는 게 내 몫이라 생각했다.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월드컵 기간에 경기력과 기술적 문제 등 전체적으로 모든 것들을 내가 판단했고 결정했다. 순간엔 최선의 판단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론 많이 실패했다. 죄송하고 고맙다"라고 대표팀을 떠나는 마지막 소회를 남겼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유임 요청은 왜 받아 들였나? 다시 지금에 와서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알제리전 끝나고 사퇴할 마음을 갖고 있었고 벨기에전을 마치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간단히 나만 나간다면 그 역시 무책임한 생각일 거다. 새로운 감독이 와서 아시안컵까지 남은 6개월 동안 팀을 만들긴 쉽지 않다. 후임자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판단한 끝에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단을 추스려 다시 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지 되돌아봤다. 한국 축구는 나아가야 하지만 난 아직 부족하다. 잘못된 점을 반성하겠다."

- 허 부회장이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전에 이미 두 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벨기에전이 끝나고 황보관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귀국 후 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으면 작은 비판을 받고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후 정몽규 KFA 회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6개월 안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팀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내 계약 기간은 아시안컵까지였기 때문에 그때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 내겐 쉬운 선택의 길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사퇴냐 유임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중요했고 그걸 우선시했다. 비판을 끝까지 받고 떠나는 게 마지막 일이라 생각했다."

- 유임은 명예 회복의 연장선 아니었는가?

"명예 회복이 어떤 건진 생각해 볼 문제다. 처음 감독에 취임했을 때 '내 명예는 축구에서 얻은 거다. 그래서 축구에서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성실하게 경기에 임했고 항상 최선을 다했다. 유임 결정이 쉽진 않았는데 그래도 6개월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예 회복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선수들과 아시안컵까진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서 수락했던 거다. 다시 사퇴를 결정한 이유는 '과연 내가 1년도 못했는데 6개월 더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24년 정도를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일원으로 축구판에 있다 보니 많이 지쳤고 에너지도 고갈됐다. 결과적으론 내 모든 능력이 아시안컵까지 가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 힘든 결정을 내렸다. 일부에선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했단 보도가 나왔다.

"땅 매입은 지극히 개인적 일이었다. 그간 비겁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훈련 시간에 나와서 한 일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절대 아니다. 뒤풀이 동영상 사건은 벨기에전이 끝나고 이구아수 캠프로 돌아와서 '이구아수 폭포를 갔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선수들이 '더는 감독님께 짐을 지우기 싫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당시 사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마지막이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슬픔이 컸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단 생각이다."

-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은?

"일본 친구로부터 '아시아 모든 팀들이 떨어지고 다 감독이 바뀌었다. 한국은 좋겠다. 월드컵 자산이 남아 있어서'란 편지가 왔다. 귀국 후 생각을 많이 했다. 전술적 부분, 선수 컨디션 등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많이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이번 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있어서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내가 월드컵서 해 왔던 모든 것들을 KFA에 정확하게 넘길 것이다. KFA가 앞으로 준비하는 데 있어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 독이 든 성배란 생각은 없었나?

"꼭 그렇진 않다. 한국 축구는 많이 발전했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독이 든 성배'의 본질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나가는 데 있어서 주위 영향을 받는단 의미다. 알고 시작했고 올바르게 가려 했다. 모든 것들이 결과론이다. 내 결과는 나빴고 실패했다. 모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 월드컵 전이었다면 어떤 준비를 했었을까? 아쉬운 부분은?

"실패 원인을 여럿 찾았다. 돌이켜 보니 난 지역 예선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었다. 때문에 지역 예선을 거쳤으면 알 수 있는 선수들의 장단점과 능력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 부분을 모르다 보니 취임 후 팀을 아는 선수들로 구성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국내 선수들과 전지훈련을 치르고 많은 걸 유럽파와 비교했다. 아무래도 2012 런던 올림픽을 맡은 바 있어 더더욱 올림픽 멤버와 국내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놓고 평가했다. 그러나 K리그 선수를 놓고 비교했을 때 올림픽 멤버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가령 이런 거다. 국내에선 A급인데 유럽선 B급인 선수가 있다. 잘하는 선수인데 유럽서 경기를 못 뛰는 경우와 수준이 그들보다 떨어지는 선수를 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지난 1월 0-4로 패한 멕시코전이 그런 생각을 바꿔 놓았다. 이 정도가 우리 레벨이라 한다면 약 5개월 남은 기간에서 그간 나왔던 점들을 반영해 경기해야 했다. 해외 리그에 진출할 만큼 실력이 좋은데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과 경기는 잘 뛰는데 그들보다 떨어지는 K리거들의 실력 차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는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한데 모아서 팀으로 이끌고 나갈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 '엔트으리 논란'이 있었다. 자신이 친한 선수만 챙긴다는 의혹이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 비판은 알제리전서 정점에 달했다. 당시 알제리전 분석 동영상을 처음 봤다는 게 논란이 됐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등으로 지도력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세상에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 선호하는 선수들을 데리지 않고 나가는 감독은 없다. 그렇기에 더 철저하고 냉정하게 검증했다. 100% 자신한다. 외부 시선이 안 좋게 비춰진 데는 내 실수가 컸다. 알제리전 후 4일이 있었다. 4일이면 경기를 뛴 선수틀은 회복, 나머지 선수들은 컨디셔닝 트레이닝 및 전술 훈련을 한다. 선수 피로도 등을 모두 감안한 스케줄이다. 알제리전 비디오는 지금껏 코칭스태프가 수십 번을 봤고 우리 선수들에게 상대 핵심 선수들을 보여 줬다. 4일 훈련 중에서 비디오를 선수들에게 두 번 보여 준단 건 무리다. 우리가 지난 경기에서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리뷰도 해야 한다. 지난 경기에서 잘못된 비디오를 한 번 보고 알제리전 영상을 한 번 봤다. 비디오 횟수는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상대 전술에 대처를 못한 건 내 불찰이었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체력이 문제없이 올라올 것이라고 봤다. 다만 경기 때 보인 체력은 결과적으로 좀 부족했다. 후반전에 체력 저하를 보였다. 그러나 상대와 비교했을 때 뛰는 양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 축구 내·외적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부임 후 사퇴 결단을 내리기까지 가장 가슴이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비판은?

"감독 자리에 서면 비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축구보단 다른 일들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비판을 받았지만,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하고 소속 팀으로부터 용서받고 경기할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한다."

▲ 기술위원회와 안툰 코치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나?

"기술위원회의 전력 분석은 굉장히 좋았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 지금껏 말하는 뉘앙스로 봐서는 앞으로 감독을 안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겐 축구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탤런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해 왔던 사회 활동도 해야 하고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줘야 한다. 여담이지만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에 가장 구실을 못했던 이가 지미 카터다. 그러나 임기 이후에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항상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머릿속에 새기며 선수 및 지도자 생활을 해 왔다. 늘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24년간 한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기분이 좋다. 한국을 위해 많은 성원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향후 계획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등한시했던 가족에게 가야 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할 말은?

"고맙다. 이젠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받을 일이 없다. 좀 더 받고 떠나겠다(웃음). 부족했던 것들을 공부하겠다.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간 축구를 통해 감사하고 고맙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사진=김동하 기자(kimdh@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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