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에서 태어난 파이브백이 브라질을 주름잡다

윤은용 기자 2014. 6. 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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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아리고 사키가 수비수 4명을 두는 '포백' 시스템을 고안해낸 1980년대 중반 이후 현대 축구에서 '포백'은 교과서나 다름없는 것이 돼버렸다. 이전까지 스리백 시스템과 스위퍼를 이용한 수비 축구의 대명사였던 이탈리아 축구는 포백이 도입된 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더 완벽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게 됐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또다른 신선한 발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많은 팀들이 즐겨 쓰고 있는 '파이브백' 시스템이다. 어찌보면 지루한 수비전술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파이브백을 들고 나온 팀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던 사키의 포백에 비하면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나고 있는 파이브백은 '복고풍'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브백을 쓰는 팀들의 기본 골격은 스리백이다. 스리백은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포메이션이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양 날개에 있는 윙백 2명이 틈만 나면 공격에 나서 이를 보완한다. 중원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이 윙백들이 1차 압박을 가하는 것은 포백과 똑같다.

결과적으로 이 새로운 변형 수비를 상대하는 팀들은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윙백 2명의 존재에 큰 부담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역습을 노리려고 하면 어느새 5명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철의 장막'에 부담을 느껴 공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칠레와 코스타리카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 '파이브백'으로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팀이다. 하지만 이 두 팀의 '파이브백' 운영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을 제외하고 매 경기 상황에 따라 3-4-3과 5-3-2 포메이션을 경기 도중에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역습과 수비의 비중을 조절하는 코스타리카의 전술은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강국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조차 득점을 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에 비해 칠레는 윙백들뿐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부터 압박을 시도하는 대단히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수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리백에 전방 압박을 가미하면서 칠레 축구는 그 어느 팀보다 공격을 중시하는 팀이 됐다. 물론 이는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를 포함한 칠레 선수들의 왕성한 활동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단점이 두 가지 있다. 제대로 숙달되지 않았을 때 공격 진행이 답답해지고, 안 그래도 힘든 양쪽 윙백들의 체력 소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지난 30일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전반전에 5-3-2 전술을 들고 나왔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윙백들의 체력 소모만 시킨 뒤 후반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내주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코스타리카도 같은날 열린 그리스와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추가골은 얻지 못하며 어려운 승부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간신히 이겨 사상 첫 8강 진출을 일궈냈다.

축구 전술에 영원한 것은 없다. '티키타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페인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리백의 변형인 '파이브백'을 앞세운 네덜란드와 칠레에 혼쭐이 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혁명'은 아니더라도 '신선함' 정도는 되는 파이브백이 조금씩 전성기를 열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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