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논란' 홍명보 감독, 亞컵 이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이석무 2014. 6. 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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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보면서 홍명보(45) 대표팀 감독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 하지만 월드컵 16강 탈락이 확정된 뒤 자진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선수 출신이자 감독으로도 지금까지 실패를 맛본 적이 없었다.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각 연령별 대표팀을 맡을 때마다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렇기에 이번 참패는 누구보다 홍명보 감독 본인에게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선수 선발에서부터 훈련 과정 전술·전략 등 대표팀 운영 전반에 걸쳐 코칭스태프의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홍명보 감독의 사퇴만이 능사는 아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지역예선을 이끈 사령탑은 조광래 감독과 최강희 감독이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2차 예선 오만전 패배를 이유로 전격 경질됐다. 최강희 감독은 시한부 대표팀 감독 신분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렇지만 최종예선이 끝난 뒤 자신이 공언한대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홍명보 감독은 위기의 대표팀을 구하기 위해 뒤늦게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해 6월 25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겨우 1년 월드컵 준비에 몰두했다. 기간으로 놓고 보면 359일로 만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H조의 다른 나라들은 지역예선부터 감독과 선수들이 손발을 맞췄다.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만 3년간 팀을 맡아 준비했다. 벨기에와 마크 빌모츠 감독과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부임 후 2년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가 오랜만에 배출한 대형 감독감이다. 상처를 입고 물러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성적부진으로 중도사퇴한 뒤 감독으로 재기하지 못한 차범근 SBS 해설위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그전까지의 성과를 무시한 채 홍명보 감독을 무조건 벼랑 끝에 모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년 초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지켜봐도 늦지 않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아시안컵이 6개월 앞에 놓여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다른 감독이 오면 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아시안컵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도 불거질 수 있다. 월드컵 팀을 기초로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4년 간 3명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사령탑만 바꾼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마친 뒤 "가장 부족했던 것은 감독이었다"라고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사퇴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 그렇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휘둘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깊이 고민해서 판단하겠다"고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귀국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축구협회와 상의한 뒤 조만간 입장 표명이 있을 전망이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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