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팬들 눈으로 본 강원FC 직관의 아쉬움

조회수 2017. 3. 13. 1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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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큰 목표 아래 야심찬 도전을 시작한 강원FC가 지난 주말(11일) 홈팬들 앞에 첫 인사를 전했다.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전 경기 식전공연'을 선언한 강원FC의 홈 개막전은 이래저래 볼거리가 풍성했다. 경기장에 도착한 팬들은 먼저 눈덮힌 거대한 스키점프대를 감상하고, 다음으로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식전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구경기를 관전했다. 맑은 하늘, 따뜻한  날씨, 쾌적한 공기. 축구보기 딱 좋은 주말 오후였다.

강원FC 홈 개막전이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전경 
경기시작 20분 전 수많은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립무용단, 제1야전군사령부 태권도시범단과 강원FC 치어리더팀 등 이날 식전공연에는 100여 명의 출연진이 참여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제공=강원FC]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 

킥오프 후에는 스키점프장을 개조한 특별한 축구장이 만든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중석 뒤편 언덕으로 무료 관중이 하나 둘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의 출동으로 산 중턱에 자리잡은 팬들은 결국 자리를 이동했지만 명당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무사히(?) 전반전을 모두 관전할 수 있었다.

시작이 주는 설렘과 에너지로 가득했던 강원FC의 홈 구장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분좋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장면은 딱 여기까지였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겠다',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을 사로 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뒷받침 할 만한 노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비단 논란이 되고 있는 '논두렁 잔디'만 꼬집는 것이 아니다.

눈덮인 축구장을 정비하느라 여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강원FC가 개막전에서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서비스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식전공연 외에 팬들을 위한 배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라운드 정비에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부분까지 미흡했다는 것은 문제가 커보인다. 처음이라 눈감고 넘어가기에는 개선되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그들이 놓친 부분이 어떤 것인지, 팬의 입장에서 강원FC 홈 경기를 직관할 때 겪게되는 어려움을 가상으로 경험해본다.

[다음 거리뷰 캡쳐]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강원FC와 관련된 엠블럼이나 푯말, 경기장 안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로 표지판을 믿고 침착하게 움직여야 한다.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경기장 아래에 주차를 하면 20분간 원치않는 '알펜시아 둘레길' 을 걷게된다. 언덕을 넘어 걷고, 걷다보면 저 멀리 스키점프대가 보인다.

운 좋게 안내요원을 뚫고 경기장까지 차를 가져갔다면 주차지옥에 입성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경기장에 도착. 시원하게 펼쳐진 스키점프대를 보니 화가난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아찔한 경험 후 사진찍기를 포기한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으니 집중 또 집중해 앞만 보고 걸어가야한다.

알다시피 우리의 안전은 우리의 몫이다.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걸어 경기장 입구에 도착.

이번 미션은 '기다림'이다.

바로 옆으로 주차지옥에 빠진 차량행렬이 이어지니 걸을 때는 필히 주변을 살펴야한다.

외부음식은  반입이 불가하니 필히 현금과 카드를 지참해야 하며 안내요원은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절대 질문하지 말고, 눈치껏 목적지를 찾아야한다.


"ㅇㅇㅇ 어디로 가야해요?"

"이쪽이요~"

"저쪽이요~"

"그쪽이요~"


자칫 안내요원의 말을 들었다가 돌고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어렵게 경기장에 입장하면 '진흙탕 신고식'이 하얀 운동화를 반긴다. 

"내가 이러려고 3만원 내고 여기에 왔나~"

왠지모를 자괴감에 빠져 경기장을 빠져나오면 '주차지옥'과 '알펜시아 둘레길'이  또 한번 나를 반긴다.


선수들이 경험한 논두렁 잔디와 임시 라커룸은 팬들이 경험한 불편함에 비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미숙한 진행으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차장, 매표소, 출입구. 어느 곳 하나 조용한 곳이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숙지하지 못한 진행요원으로 많은 팬들이 주변을 방황했고, 안전에 대한 문제는 매우 심각해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이후 이번이 첫 경기였다는 것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으니 서툴고 부족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잔디문제는 당장 해결이 어렵겠지만 팬 서비스는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렇게 부끄러울 정도로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 이유는 그들의 변화를 보고 싶은 까닭이다. 불편을 감수하고 경기장을 찾은 5098명의 팬들을 위해 무엇을 보답할 수 있는지 고민할 차례다. 식전공연 같은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닌 '주차장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셔틀버스 운영' 같은 현실적인 답이 필요하다.

올시즌 강원FC의 목표는 ACL 진출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행되야 할 것은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아시아무대 진출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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