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전훈 인터뷰] 바그닝요, "나 때문에 승격 못해 남았다"

안영준 2017. 2. 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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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전훈 인터뷰] 바그닝요, "나 때문에 승격 못해 남았다"



(베스트 일레븐=남해)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 공격수가 있었다. 지난 시즌 새로 합류한 이 선수는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의 돌풍을 이끌었고, 챌린지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 승부욕이 다소 앞서는 바람에 불필요한 퇴장을 당했다. 결국 팀은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한 채 끌려 다니다 후반 추가 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꿈을 접어야만 했다.

팀은 떨어졌지만, 시즌 내내 보였던 뛰어난 활약 덕분에 이 선수를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몸값은 더욱 높아졌고, 몇몇 K리그 클래식 팀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이 선수는 망설임 없이 팀에 남았다. 그는 “나 때문에 승격을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남아 그 승격을 다시 이루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퇴장으로 팀이 승격을 못했다는 아쉬움과 책임감을 이번 시즌 승격으로 반드시 씻어내겠다는 이 선수의 이름은 부천 FC 1995의 바그닝요다.

지난 7일, 경상남도 남해에 있는 부천의 전지훈련지에서 바그닝요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급했듯, 바그닝요는 어려울 때마다 천금 같은 득점을 올렸고 밀릴 때마다 시원시원한 돌파로 부천의 전진을 도왔다. 그러나 대단히 아쉬운 일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5일, 강원 FC와 벌였던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3분 만에 퇴장 당한 사건이다. 상대 강원도 얼마 뒤 길영태가 부천의 좋은 찬스를 막다 퇴장 당했던 것을 볼 때, 경기 흐름과 큰 상관없이 거친 행위를 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바그닝요의 행동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부천은 에이스 없이 싸운 10대 10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그 경기만 넘으면 성남 FC(K리그 클래식 11위)와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었으나, 바그닝요의 퇴장과 함께 부천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만 셈이다.

“시즌 종료 후 (브라질로) 돌아가는 내내 그 경기 생각이 났고 잊히지 않았다. 결국 다른 곳으로 가는 대신 부천에 남는 게 맞는 일이라고 마음을 굳혔다.” 바그닝요는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물론 평소에도 ‘부천사랑’을 외치고 다녔던 바그닝요로선 그 퇴장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 역을 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바그닝요는 “이번 시즌은 진짜로 승격할 수 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실수는 다시는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아쉬움과 미안함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팀에 남은 만큼 목표를 향한 의지가 대단히 커 보였다.

물론 모든 게 바그닝요의 계획처럼 될 수는 없다. K리그 2년 차를 맞이하는 바그닝요는 이미 다른 팀들의 경계 1호가 됐다. 두 번째 시즌, 이러한 이유로 어떤 외인들은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다 잊히기도 하고, 또 다른 선수들은 리그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된다. 바그닝요는 스스로 후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바그닝요는 “다른 팀들이 나를 아는 것처럼, 나 역시 다른 팀과 많이 붙어봐서 잘 알고 있다. 또한 첫 시즌에는 K리그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챌린지는 같은 팀과 리그에서 네 번이나 붙는다. 이는 브라질과는 다른 체계다. 따라서 여러 번 붙었을 때 집중력 등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즌엔 다를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즌 대부분 패하지 않아도 될 경기에서 승점을 잃었다. 이것 역시 집중력 부족과 연관 있다. 이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이번엔 처음부터 결과에 도달하는 날까지 늘 집중하고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그닝요는 이를 위해 동계 훈련부터 대단히 의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 진행된 훈련에서 바그닝요는 새치기(?)를 해 가면서까지도 계속해서 슛 연습을 반복했다. 가장 많이 슛했고, 가장 많이 뛰어다녔다.

바그닝요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축구 이외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가족과 시간을 보내곤 한다. 현재 그의 가족은 브라질에 있는데, 이날도 인터뷰 시작 직전까지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간 차 때문에 아침과 밤 한 번씩 밖에 못함에도 그 시간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주변에선 바그닝요가 경기장 안에서 종종 보이는 거친 행동을 보며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당시 국내 대회서 무패를 달리던 전북 현대를 FA컵서 꺾는 과정서도 다소 간 잡음이 있었다. 당시 전북 팬들은 부상으로 쓰러졌던 바그닝요가 골을 넣은 뒤 자신의 다리가 멀쩡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셀러브레이션을 한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바그닝요는 “그 셀러브레이션은 미리 계획했던 게 아니다. 전북처럼 강한 1부 리그 선두(당시) 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기쁨을 담아 나도 모르게 나온 동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전북 팬들로선 불쾌할 수 없었다. 반면 부천 팬들은 절대로 잊지 못할 셀러브레이션이었을 뿐 아니라, 바그닝요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게 된 장면이었다.

바그닝요는 “부천 팬들의 사랑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 (팬들이 좋아한다면) 이번 시즌에는 골 셀러브레이션을 더욱 자주 선보이겠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바그닝요는 이번 시즌 목표를 묻는 평범하고도 진부한 질문에 “2018시즌 부천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에 나서는 것”이라고 현답을 했다. 이번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다음 시즌 이야기를 꺼냈지만, 거기엔 이번 시즌 팀을 승격시키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다음 시즌에도 계속 부천을 위해 뛰겠다는 충성심까지 말이다.

부천이 1부리그 승격으로 가는 길에 민폐를 끼쳤다며 다시 팀에 남아 재도전에 나서는 바그닝요다. 더해 부천의 2018시즌 K리그 클래식을 이끌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품고 있으니, 부천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 부천을 선택한 바그닝요의 2년 차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글·사진=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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