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에 막차타고 독일행, 인천 박명수의 뉘른베르크 임대 뒷 이야기

이정수 2017. 2. 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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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인천 구단이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시킨 박명수를 프로팀으로 불러들였다. 제공 |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막차를 놓치지 않은 끝에 결국 독일 2부리그 뉘른베르크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K리그 클래식 인천의 유스팀 출신인 박명수(19)의 독일 진출은 극적이었다.

인천 산하 유스팀인 광성중과 대건고를 거쳐 올 시즌 프로팀 입단에 성공한 박명수는 뉘른베르크 임대 이적에 성공했다. 태국 부리람에서 소속팀 동계훈련을 소화하던 박명수는 지난 2일 급히 귀국길에 오른 뒤 4일 독일로 향했다. 17세 이하(U-17) 대표팀에서 활약하면서 지난 2015년 칠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참가하는 등 장래가 기대됐던 박명수의 유럽진출 꿈이 이뤄졌다. 시민구단 인천은 그동안 공 들여온 유스시스템을 통해 첫 유럽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박명수의 독일 진출은 극적인 막판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박명수는 고교시절 대건고가 고등부 신흥강호로 떠오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다. 인천 구단의 우선 지명을 받은 후 지난해 숭실대에 진학했는데 발목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리느라 대학에서의 1년을 허비했다. U리그에서 활약이 없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해외구단에서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2월 초까지 아우크스부르크 도르트문트 잉골슈타트에서 일주일씩 테스트를 받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언어 문제로 고개를 가로저었고 도르트문트에서는 테스트 성적이 엉망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잉골슈타트에서는 활약이 그저 그랬다.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잉골슈타트와 뉘른베르크의 연습경기에 주 포지션인 왼쪽 풀백으로 나서 전반만 뛰었던 그는 상대팀 뉘른베르크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명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팀스포츠의 박진영 대표는 “경기 날이 귀국하는 날이었다. 비행편 시간 때문에 전반밖에 뛸 수 없었는데 마침 위치가 뉘른베르크 벤치 앞이었다. 전반 막바지 빠른 오버랩에 이은 크로스로 잉골슈타트의 동점골을 도왔는데 그 모습을 본 뉘른베르크가 이후 연락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3주를 실패했지만 마지막 45분에 결과를 뒤집은 셈이었다.

선수등록 과정도 ‘막차’를 잡아탔다. 뉘른베르크와 인천 구단의 상호 합의는 마쳤는데 워크퍼밋 발급이 늦어졌다.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발급이 되지 않아 선수도, 선수대리인도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이었다. 포기해야하나 싶던 때 워크퍼밋이 발급됐다는 연락이 전해졌다. 마지막 서류작업을 마치고 TMS(Transfer Matching System)상 등록과정이 필요했다.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일 새벽 1시40분, 현지시각 31일 오후 5시40분이었다. TMS상에서 선수 이동이 등록되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얻어 ITC(국제이적동의서)가 발급되려면 현지시간 오후 6시 이전에 TMS에 접속해야만 했다. 인천의 담당자에게 급히 연락을 했는데 담당자가 TMS 로그인 암호를 기억해내지 못해 4회 연속 비밀번호를 틀려 마지막 상황까지 몰렸다. 5회 연속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 일정시간동안 로그인이 제한되는데 마감시한 1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로그인에 성공했다. 박진영 대표는 “새벽까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워크퍼밋 발급이 늦어져 사실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막바지 몇 분의 시간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극적으로 임대가 성사됐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박명수의 임대기간은 오는 6월까지로 길지 않다. 짧은 시간동안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계약상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는데 임대 기간동안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뉘른베르크가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고 완전 이적을 추진할 수 있다. 더불어 임대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있어 새로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박명수는 “일찍 돌아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해외무대 경험을 쌓고 선진축구를 배우고 온다는 생각은 아니다. ‘동양인 선수도 잘한다. 한국 축구가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도록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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