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할말하자]책임지는이 없는 전북 유감(遺憾)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책임지겠다”던 음성이 생생히 기억난다. 음성은 생생한데 여전히 메아리만 치고 있다. 전북 현대는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매수가 보도된 후 수뇌부들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가기 직전인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K리그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스캔들을 남겼지만 ‘ACL 우승’이라는 방패를 얻자 그 방패 뒤에 숨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라고 외치며 지난 자신들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전북이다.
▶“책임지겠다”… 그래도 보도만으로 결단 내릴 수 없었다
지난 5월 K리그는 충격에 빠졌다. 전북의 스카우트가 2013시즌 당시 심판매수를 했음이 드러난 것. 보도 후 파장이 커지자 전북 측은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고 비난이 거세지자 5월 24일 ACL 16강 2차전 멜버튼 빅토리(호주)전을 승리한 후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과했다.
당시 최강희 전북 감독은 “10여년간 전북에 있으면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한국사회는 책임을 져야하기에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분명히 조사 중인 사안이고 모든 사태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구단도 피해자고 팬들에게도 사죄드려야한다.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보겠다”고 했다.
이철근 전북 단장 역시 "구단의 책임은 저다.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 구단의 일에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 제가 단장이다. 제가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이다. 검찰수사를 보고 상황에 따라 사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만 했다. 시즌 중이었고 제대로 수사가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어떠한 결정을 하는 것이 옳았다. 그랬기에 많은 비난에도 전북은 직진으로 시즌을 진행했다.
▶법원·연맹이 인정한 ‘유죄’… ‘시즌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
하지만 9월 28일 부산지법에서 심판매수건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고 심판과 스카우트 모두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가가 인정한 ‘유죄’사건이 된 것이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3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1억원 벌금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처벌인데다 전북이 연맹의 조사에도 불성실하게 임한 것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일단 시즌 말이었고 전북은 여전히 K리그 클래식과 ACL 우승 가능성을 남겨둔 상황이었기에 법원과 프로축구연맹에서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어떠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은 마음을 넓게 쓰면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넓은 이해심 덕에 전북은 징계를 받고도 끝내 ACL 우승을 해내며 ‘아시아 최고 클럽’이 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현재, 여전히 책임지는 이는 없다
12월말 현재. 전북은 아시아 대표 클럽으로 클럽월드컵에도 참가했고 휴식을 마치고 이제 2017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없고 우승 등 타이틀이 걸린 것도 없다. 그런데 여전히 전북에 책임지는 이는 없다.
5월 첫 보도 당시에는 ‘의혹만으로 결정할 수 없으니까’로 이해됐다. 9월 법원 유죄 판결에도 ‘시즌 말기라 중요하니까’라고 또 이해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도리어 전북의 모 선수는 “K리그의 진짜 챔피언은 우리라고 생각한다”고 하고 수뇌부는 “그땐 물러나려 했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전북, ACL우승에 승점 9점 삭감이 책임을 진 것이라 생각하나
혹시 전북은 ACL우승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으니 면죄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A와 B를 두고 A를 잘했으니까 B의 잘못은 A로 메울 수 있다는 황당 논리와 다름없다. 성적이 좋으니 과오는 얘기하지 말라는 발상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연맹으로부터 받은 승점 9점의 삭감과 1억원의 벌금으로 책임을 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는 잘못을 저질러도 형량만 때우면 새사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와 진배없다.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의 마음과 행동이 우선인데 말이다.
분명 전북은 여러번 ‘심판매수’와 관련된 일이 나올 때마다 “책임지겠다”며 더 이상의 말을 할 수 없게 막았다. ‘책임지겠다’는 상대를 두고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그렇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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