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손흥민 향한 조롱과 비난, 도를 넘었다

이근승 2016. 8. 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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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기에 아쉬움 남긴 손흥민,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

[오마이뉴스이근승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17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석현준(25, 라브존스포르), 손흥민(24, 토트넘 홋스퍼), 장현수(24, 저우 R&F FC)와 황희찬(20, C 레드 불 잘츠부르크), 김민태(22, 갈로 센다이), 구성윤(22, 사도레 삿포로)은 별도 항공편으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신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에게는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와일드카드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손흥민을 따로 언급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신 감독은 "손흥민은 호주 멜버른에서 36시간 비행기를 타고 대표팀에 합류한 뒤 후배들 챙긴다고 정신없이 바빴다. 비록 결과는 아쉽지만, 손흥민은 누구보다 간절했고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뿐만 아니라 석현준, 장현수 등 3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러니 너무 많은 비난은 자제해주길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열심히 뛴 손흥민, 싸늘한 축구 팬들의 여론

비록 목표였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선수단을 맞이하는 언론과 팬들의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다.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달리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아쉬움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신 감독이 손흥민에 대한 비난 자제를 부탁할 정도로 손흥민을 둘러싼 여론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4경기에 출전, 229분을 뛰었고, 12개의 슈팅을 시도해 2골을 기록했다. 특히 14일 온두라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총 7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상대의 득점이 그의 패스미스에서 비롯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손흥민이 보여준 경기력을 둘러싼 축구팬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그래도 수고했다'는 쪽과 '패배의 원흉'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경기에서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을 두 번이나 놓쳤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비판은 뼈 아팠다. 특히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고 나이는 어리지만 오랜 유럽 생활 경험이 있는 '에이스'였기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는 일부의 도를 넘어선 비난이다. 신 감독이 밝혔듯이 손흥민은 36시간이라는 오랜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챙겼고, 그라운드 위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결장'을 예고했던 첫 경기(5일) 피지전부터 투입됐고,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팀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온두라스전 종료 후, 일부 네티즌들은 손흥민을 조롱했다. 비판과 조롱은 다르다. 온라인에서 한 네티즌이 군과 관련된 합성 사진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했고,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그에 대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군대 가서 정신이나 차려 인마", "군대 면제받기 위해 뛰더니 꼴 좋다" 등의 말들이 나온 것이다.

손흥민의 눈물과 사생활,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

온두라스와의 8강 경기가 종료되고, 손흥민은 주심에게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과가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상대의 시간 지연을 보상할 적절한 추가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항의한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한동안 그리운드에 꿇어앉아 오열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일부 네티즌은 "항의할 힘으로 골이나 넣지", "눈물을 통해 동정심을 유발한다", "군 면제를 받지 못해 억울해서 운다" 등의 비난을 가했다. 심지어  손흥민의 사생활까지 들춰내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손흥민의 눈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그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이 두 대회 모두 '군 면제' 혜택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은 이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손흥민은 모든 대회에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고, 자신의 능력 부족을 원망해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온두라스전이 끝나고 "제가 득점 기회를 놓쳤고 경기를 망친 거 같아서 너무 죄송하다. 동료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승부욕이 강한 선수고, 책임감이 있는 선수란 이야기다. 그런 선수에게 병역 문제를 들먹이며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스포츠 스타라는 이유로 사생활 노출과 무분별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손흥민은 불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이거나, 경기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A매치 48경기 16골, 분데스리가 통산 135경기 41골, 챔피언스리그(본선) 16경기 3골, EPL 첫 시즌 39경기 8골 6도움 등 그가 지금까지 이룬 기록들은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기록들이다.

이제 24살에 불과한 손흥민에게 발전을 위한 비판도 좋지만 그만큼 격려와 위로도 필요하다. 경기장 밖의 사생활까지 들춰내는 무분별한 비난은 폭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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