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영삼, K리그의 대통령을 향해 '도전'

서지영 2016. 7.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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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태어나보니 대통령과 동명이인이다. 기분이 참 묘하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권자였던 사람과 이름이 같다는 건 분명히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나' 보다는 더 유명한 '그 분'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서 서운하기도 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에서는 김영삼(34·울산 현대)·김대중(24·인천 유나이티드)이 딱 그렇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14대(김영삼·1993~98년)·15대(김대중·1998~2003) 대통령과 이름이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주화의 거목'과 동명이인으로 살아가는 프로축구선수 김영삼과 김대중은 "어린 시절에는 너무 유명한 분들과 이름이 같아서 친구들의 장난 섞인 놀림을 받곤했다. 축구 팬도 나를 보면 역대 대통령을 함께 연상할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소중'에서 '대중'으로…프로데뷔 3년만에 데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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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를 검색했을 때 대통령이 아닌 '축구선수 김대중'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죠"
김대중(24·인천 유나이티드)은 지난 3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전의 '히어로'였다. 교체 선수로 출전한 그는 양 팀이 1-1로 맞서던 후반 48분 헤딩골을 터뜨리며 팀의 역전승을 일궜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시즌 내내 11~12위를 맴돌았던 인천은 김대중의 천금 같은 골에 힘입어 시즌 4승째를 따내며 10위로 올라섰다.

지난 6일 밤 연락이 닿은 그는 "골을 넣던 날이 어머니 생신이었다. 또 나에게는 프로데뷔 3년 만에 데뷔골이었다. 팀 순위도 올라갔으니, 나에게는 무척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고 전했다.

빛나는 활약과 함께 대중의 관심을 받은 건 다름 아닌 그의 이름이었다.

수비수인 그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4년 인천에 입단했다. 188cm의 훤칠한 키와 비교적 정확한 패싱력을 갖춰 '루키'때부터 관계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천의 김대중'을 기억하는 축구팬이 많지 않다.

'이름이 특별하다'고 운을 떼자 그는 "학창시절 때 친구들에게 놀림 좀 받았다. 다행히 무리 중 한 명의 이름이 '구대영(FC 안양)'이었는데, 지금도 놀림을 받고 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대통령과 동명이인인 나는 좀 나은 편"이라며 과거 일화를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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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중'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얻게 됐을까. 혹시 정치인 김대중을 흠모한 부모님이 아들에게 일부러 붙여준 건 아닐지 궁금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고향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터전인 전라도 함평이기도 하다. 그는 "내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정말 큰 대(大)와 가운데 중(中)을 쓴다. 전라도가 고향이긴 하지만 정치인을 생각해서 얻은 이름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름에 붙은 뒷얘기를 꺼냈다. 원래 그의 할아버지는 김대중의 이름을 '소(小)중'으로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중'자를 돌림으로 하는데 앞글자로 '소'가 오면 잘 어울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소중'이라는 이름은 그릇이 작아보인다. 큰 일을 하려면 '대중'이 낫겠다"고 조언하면서 바뀌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작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 김대중이라는 글자를 치면 축구선수보다는 대통령과 관련한 정보부터 뜬다. 인명 사전이나 프로필에서도 인천의 김대중은 좀처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는 "아직 내 실력이 빼어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인천의 축구선수 김대중도 함께 검색되는 날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순항하고 있다. 김도훈(46) 감독은 패색이 짙었던 제주전에 수비수인 그를 투입하면서 "공격적으로 가라"고 주문했다. 지난 전지훈련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한 선수 김대중의 힘을 믿고 있어서 가능했다.

김대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중 실수를 할까봐 불안했다. 지난겨울 준비를 잘해서 몸 컨디션이 좋다. 덩달아 자신감이 생겼다"며 "팀이 어려울 때 응원해 준 팬을 위해서 더 공격적이고 끈질기게 매달리겠다"고 말했다.

◇축구지도자로 인생 2막 준비…"현명한 지도자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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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이름이 같다며 놀리는 동료도 이제 없네요."

두 번 째 축구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삼(34·울산 현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린 날에야 '대통령과 같은 이름'이라며 놀림을 받았지만 울산의 '터줏대감'이 된 지금은 이름보고 장난을 거는 동료도 없다고 한다. 지난 9일 통화가 된 그는 새삼 그 시절이 그립기라도 하듯 "대통령은 한 나라를 이끄는 분인데 동명이인인 것이 나쁘지만 않다"고 웃었다.

김영삼은 2012년 울산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지켜 본 팀 내 몇 안 되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를 누볐으나 올해부터는 주로 R리그에 나서고 있다. 현역 선수로서 몸관리를 하는 동시에 '플레잉코치'처럼 이제 막 축구 인생을 시작한 후배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이제 저도 인생 2막을 생각할 때가 됐다. 구단과 감독님의 배려로 지난해 C급 지도자 자격증를 땄다. 조만간 B급 지도자 연수과정에 들어간다"고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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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축구인생을 살아왔다. 얼굴이 알려진 K리거로서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야 차고 넘친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작명을 하실 때 정치적 동기는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 '영'자 돌림이다 보니 '영삼'이 됐다. 이름 한자(꽃부리 영(英)·석 삼(三))도 달리 쓰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다.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나라를 잘 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지도자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던 김영삼은 좋은 코치,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좋은 지도자는 팀이나 선수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또한 내 의견만 주장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며 "나는 한 나라가 아닌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김영삼 다운 축구 색깔을 가르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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