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경기재개 지연행위는 그라운드의 흔한 풍경이다. 승부에서 앞서고 있는 팀들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면서 승리를 가져가고자 한다. 이 경우 주심은 주의 내지 경고를 줄 수 있다. 김 주심은 신세계가 지정된 위치를 벗어나 볼을 그라운드 안으로 던져넣는 과정을 '경기재개 지연행위'로 판단해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문제는 판정이 이뤄진 시점이다. 수원이 리드를 잡고 있긴 했지만 접전 상황이 아닌 전반전이었던데다 신세계의 행동이 경기시간을 일부러 지연시키려 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선수가 지정된 스로인 위치를 벗어날 경우 대기심 또는 부심, 주심이 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사인을 주지만 김 주심은 이런 과정 없이 곧바로 휘슬을 불었다. 수원 선수단이 강력히 항의에 나선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내놓은 'K리그 판정 가이드라인'에서 경기재개 지연행위에 대해 엄격한 판정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다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팬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취지였다. 지난달 30일 전북 수비수 이주용이 프리킥 과정에서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아 경고누적에 의한 퇴장 조치를 당한 바 있다. 규정과 전례를 보면 김 주심의 판정은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운영의 묘'를 이야기 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 클래식 구단 사령탑은 "수원이 전북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세계의 퇴장으로 판이 어그러졌다. 두 팀 간의 맞대결이 갖는 무게감과 경기의 재미를 생각해본다면 주심이 주의 내지 구두경고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심판진의 판정분석이 강화되면서 그에 따른 징계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유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잣대가 엄격해 질 수 있는 분위기는 이 때문"이라면서 "판정도 경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경기 흐름이나 재미를 위한 관대함도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신세계의 퇴장 뒤 포백라인에 구멍이 생긴 수원은 후반에만 내리 세 골을 내주면서 결국 2대3로 역전패 했다. 후반 추가시간 염기훈의 추격골이 터졌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뒤였다. 수원 팬들 입장에선 김 주심의 판정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