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최용수 감독의 꿈은 '중간순위 1위'가 아니다
감독은 근엄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정서 때문인지 K리그에는 유럽처럼 튀는 감독을 찾기가 참 힘들다. 거침없는 언행은 둘째치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감독조차 드물다 보니 사진을 찍는 입장에는 가끔 서운할 때도 있다. 사진기자는 장면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표정변화가 없으니 뉴스로 다루기가 참 난감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사진기자에게 굉장히 사랑받는 유형의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골이 들어가면 선수보다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가끔은 망가짐을 자처해 팬들의 웃음을 사기도 한다. K리그 감독 중 '쇼맨십'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겠다.
2016년, 그랬던 최 감독이 달라졌다. 현재 무려 5연승을 달리며 K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예전같은 화려한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슬로스타터'라는 불명예를 경계한 것일까? 기뻐도 마음껏 기뻐하지 않는 최용수 감독이다. 4월16일 수원FC를 3-0으로 꺾은 그날도 그랬다.
무뚝뚝한 감독에 비하면 이 정도 액션도 감사하지만, 예전의 최용수 감독을 생각하면 아쉬운 변화다. 물론 찍는 입장에서 말이다. 아드리아노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군대가는 신진호의 추가골, 데얀의 쐐기골까지 기뻐할 타이밍이 무려 세 번이나 있었지만 최 감독은 마지막까지 침착했다. 하지만, '속감정'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까지 숨길 필요도 없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화려한 세리머니'를 대신해 준비했다. 참고 참았지만 숨길 수 없었던 최용수 감독의 기쁜 순간들이다.
자, 그럼 빠른 그림으로 다시 감상해보자.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최용수 감독은 빠른 손놀림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기쁨을 억눌렀다. 데얀의 쐐기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렇게 참고 참았건만 데얀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모든 것이 무장해제 돼 버렸다.
↓실제 장면은 아래와 같다
마지막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였다.
3골차 승리, 5연승, 리그 1위. 기뻐할 이유가 충분한데 마음껏 표출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행여 기쁨에 도취되어 일을 망칠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그의 모습 덕분에 FC서울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2016년 최용수 감독의 꿈은 '중간순위 1위'가 아닐 것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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