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일본 전지훈련 '코디네이터' 나이또 씨

입력 2016. 2. 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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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한국어에 훈련장소·식단까지 척척
K리그 구단의 일본 전지훈련을 도와주는 나이또씨.(오사카=공동취재단)

K리그 일본 전지훈련 '코디네이터' 나이또 씨

유창한 한국어에 훈련장소·식단까지 척척

(오사카=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지훈련 중인 일본 오사카 J-그린 사카이 드림캠프에는 한 일본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의 역할은 단순히 통역과 가이드 이상이다.

인천이 캠프를 차리기 전부터 전지훈련에 적합한 장소룰 물색했고, 특히 일본 프로축구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다리도 놓았다.

인천이 일본에서 훈련만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는 코디네이터인 그는 선수들이 숙소에서는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히 챙긴다. 심지어 선수들 입맛에 맞는 식단까지도 직접 짠다.

인천을 비롯해 많은 K리그 구단이 일본에 동계훈련을 올 때면 빼놓지 않고 통하는 나이또 타마미(52) 씨다.

나이또 씨는 현재 인천의 전지훈련을 돕고 있지만, 불과 일주일전에는 가고시마에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FC서울이 그곳에 캠프를 차린 탓이다.

가고시마에서 FC서울의 캠프가 끝나자마자, 곧장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올해는 FC서울 및 인천과 일정이 겹쳤지만, 지난해까지 2년 동안은 광주FC도 지원했다. 신태용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었던 성남FC는 근 10년 동안 나이또 씨의 힘을 빌려 일본 전지훈련을 했다.

3~4명이 할 법도 한 일을 그는 혼자서 다한다. 에이전트 등 특정 회사 소속도 아니다. 홀로 직접 모든 것을 처리한다.

오사카는 나이또 씨가 살고 있는 후지산의 시즈오카와는 약 500km 떨어져 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K리그 구단의 전지훈련을 돕는 것이다.

1994년부터 13년간 한국 유학생활을 한 그는 한국 축구는 물론, 한국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유학을 하면서는 특이하게도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통역 자격증을 따려고 한국에 갔는데, 통역을 잘하려면 한국에 대해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해 사학과에 갔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나이또 씨와 K리그 구단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해 고향인 시즈오카의 구단 시미즈S펄스가 당시 안양 LG치타스와 초청 경기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됐다.

"당시 방학이라 집에 와 있었는데 포스터를 보고 무작정 방송국에 전화해 '한국말을 할 줄 아는데 도와주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LG를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LG의 통역, 가이드도 하고 선수들 심부름도 했어요"라고 웃었다.

시미즈S펄스와 LG의 친선경기는 월드컵 개최 전까지 계속됐고, 그때마다 나이또 씨는 한국을 오가며 LG의 가이드가 됐다. 그 때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이 현재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다.

본격적으로 K리그 구단의 전지훈련을 돕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월드컵이 끝난 뒤 이제 친선경기는 없나보다 했는데, 이듬해 아는 분을 통해 전지훈련을 오는 성남을 소개받았어요. 이후 성남이 10년 간 훈련을 올 때마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어요"라고 전했다.

당시 선수였던 이가 바로 인천의 김도훈 감독, 광주FC의 남기일 감독이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이제는 그의 직업이 됐다. 그는 "선수부터 봤던 이들이 어느새 감독이나 코치가 돼 있더라구요"라고 웃었다.

구단들이 전지훈련을 할때 쯤이면 나이또 씨를 잘 아는 이들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장소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

김도훈 감독은 "전지훈련을 오면 이래저래 신경써야하는 일들이 있는데 나이또 씨는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도 18년, 그러다 보니 나이또 씨는 "축구 한일전이 열리면 저는 한국을 응원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축구의 팬이 됐다.

그리고 전지훈련을 다녀간 팀의 경기 결과와 순위를 체크하고, 감독 인터뷰도 인터넷으로 보는 등 K리그 열혈 팬이 됐다.

"제가 도왔던 팀이 이기거나 우승할 때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하는 그는 전지훈련을 돕는 일이 생계 수단이 됐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는 "감독들이 연락을 주지 않으면 이 일도 끝나겠죠. 혹시 또 지금의 선수들이 나중에 감독이 돼서 연락할지는 모르죠"라며 웃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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