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항이 그저 가족 같은 신화용, "바보 같죠?"

임성일 기자 2015. 12. 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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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이 J리그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잔류를 선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포항 스틸러스의 수문장 신화용에게는 '무관의 제왕' 이미지가 있다. 실력은 리그 톱클래스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No.1 자리와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올해만 봐도 그렇다.

신화용은 2015 K리그 클래식 38경기에 출전해 32골을 내줬다. 실점률이 0.84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통틀어 신화용과 견줄 수 있는 골키퍼는 손에 꼽을 정도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현대의 권순태는 36경기에서 35실점(0.97)을 했다. FC서울의 유상훈은 26경기에서 23실점으로 0.88의 실점률을 찍었다. 모두 신화용을 넘지 못했다.

주전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GK 중 신화용보다 실점율이 낮은 이는 성남FC의 박준혁(32경기26실점/0.81) 뿐이다. 하지만 신화용은 박준혁보다 6경기를 더 나왔다. 38경기는 올 시즌 한 팀이 소화할 수 있는 전체 경기수와 같다. 신화용은 시즌 전체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2015년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은 FC서울 오스마르와 신화용 단 2명만 밟은 대기록이다.

포항이 K리그 클래식 참가 12개 클럽을 통틀어 최소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신화용의 공이 크다. 그러나 신화용은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GK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권순태에게 밀렸다. 올해는 한 번쯤 불러주겠지 싶었던 대표팀에서의 호출도 없었다. 외로운 골키퍼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인정한다. 신화용은 분명 리그 최정상급 골키퍼다.

특히 포항에서는 상징적 인물이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신화용은 그때부터 지금껏 오직 포항의 유니폼만 입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2006년부터는 주전으로 뿌리를 내렸고 올 시즌까지 매해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신화용이 스틸러스에서의 아이언맨 행보를 2년 더 이어간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신화용은 이미 포항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과 관련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2년 연장했다. 황선홍 감독이 떠나고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포항으로서는 후방의 구심점 신화용을 잡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리'가 적잖이 작용했다. FA라 이적이 자유로웠던 신화용이고 실질적으로 다른 구단에서의 오퍼도 들어왔다. 특히 올해는 바다 건너에서도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었다.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 이범영(부산) 등 국내 A급 골키퍼들에게 관심이 많은 J리그가 신화용에게도 접근했다.

이적 시장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몇몇 J리그 구단에서 신화용과 접촉했다. 부르는 금액도 적지 않았다. 정성룡이나 김승규 수준에서 맞춰주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적지 않은 액수를 내밀었는데도 신화용 쪽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얼마면 되겠냐고 재차 묻는 구단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관련 내용을 신화용에게 확인하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바보 같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더 많은 금액으로 모셔가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동결'에 그친 포항 잔류를 택한 신화용은 "예전에는 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도전에도 목말랐고 더 많은 돈을 받고 싶기도 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지기 싫다"며 포항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말한 '가족'은 복수의 의미였다. 하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일컫는 일반적인 가족이다. 신화용은 "가족 모두 일본을 가기도 애매하고 나만 가자니 내키지 않았다. 그냥 한국에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덧붙여 "난 정말로 포항(스틸러스)이 좋다. 다른 팀에서 뛴다는 생각을 지금껏 해본 적이 없다"며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전했다.

이어 "올해 기록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연봉 인상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입장만 주장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한 뒤 "2년을 약속하면서 2017년 연봉은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내년에 더 잘해서 그때는 인상을 요구해 볼 것"이라며 그저 또 웃었다.

신화용은 "복잡한 것은 다 잊고 가족들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언젠가부터 신화용에게 포항은 가족의 다른 이름이 됐다. 2016년에도 포항의 수문장은 신화용이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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