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전투병은 아니잖느냐?".. 박항서 감독, 사퇴 심경 고백

임기환 2015. 12. 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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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전투병은 아니잖느냐?".. 박항서 감독, 사퇴 심경 고백

(베스트 일레븐)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이 4년 만에 상주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유를 공개했다.

<스포츠 서울>은 11일 오전 박 감독의 사퇴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박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 온 만큼 여유를 찾고 숨을 고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올해 계약이 만료된 박 감독은 상주와 재계약 도장을 찍지 않았다.

이날 오후, <베스트 일레븐(b11)>은 박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감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계약도 만료됐고 사정도 있어서 사퇴했다. 날 원하는 팀이 있다면 맡을 의사도 있다. 지금은 홀가분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상주를 맡으며 두 번의 K리그 챌린지 우승과 두 번의 K리그 클래식 강등을 반복한 박 감독은 올 시즌 팀을 맡으며 말 못할 고충이 심했음을 내비쳤다.

박 감독은 “군 팀을 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시민 구단이 되다 보니 정치적 색깔이 있었다. 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환경에서 감독을 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특히 이번 시즌이 유독 힘들었다며 올해 있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4년간 세 분의 부대장을 모셨는데, 지난 두 번의 부대장들은 지도자의 의견을 존중해 줬다. 소통도 잘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 부대장은 선수들을 전투병 비슷하게 만들었다. 세계 군인 선수권 대회가 있다며 선수들을 숙소가 아닌 운동장에서 쉬라고 시켰다. 시즌 중에도 아침마다 4~6㎞씩 구보를 시켰고, 리그 경기 하루 전에 (선수들을) 산에 올려 보냈다. 그러면 선수들 근육에 무리가 간다. 지난해까진 구단에 국장이 있어 부대하고 소통했는데, 올핸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부대장이 올 때마다 정책이 바뀌었다. 선수들이 군인은 맞지만 전투병은 아니잖느냐? 개인적으로 면담을 요청해 우승하지 못하면 결과 갖고 책임진다고도 했다. (그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지만, (상무의) 30개 종목 특성이 다 다른 거 아니겠나? 축구 감독 처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어 박 감독은 “물론 내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군인 처지에선 그게 상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인의 상식엔 맞지 않았다. 난 감독으로서 선수 처지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군인이니깐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작년까진 어느 정도 감독의 권한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선수 선발에 권한이 없었다. 세계 어딜 가도 그런 기준은 없다. 일정 부분에선 감독이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재량권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선수 선발 부정) 예방 차원이라지만, 그러면 (감독을) 처벌하면 되는 거다. 올해 유독 문제가 많았다”라고 그동안 불편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갖고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축구밖에 없다. 언젠가 축구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다만 그동안 지혜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새해에는 고쳐 보고자 한다”라고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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