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 혁명'의 恨, 축구로 잠시 잊다

송창우 2015. 11. 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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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송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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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축구로 하나됐다.

홍콩 축구대표팀이 17일(한국시간) 홈구장 몽콕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7차전에서 중국과 접전을 벌인 끝에 0-0으로 비겼다.
결과는 같았으나 희비는 엇갈렸다.

조 3위 중국(승점 11)은 1위 카타르(승점 18)와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로써 중국은 3차 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홍콩은 밝게 웃었다. 홍콩은 이날 무승부로 조 2위(승점 14)를 수성했다. 내년 3월 카타르전 결과에 따라 조별 라운드를 통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홍콩이 웃은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에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콩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승리한 것 처럼 환호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홍콩 팬들은 '우리가 홍콩이다(We are Hong Kong)'는 문구가 적힌 머플러를 흔들며 기뻐했다. 18일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영광스런 무승부가 홍콩을 하나로 만들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들은 왜 이토록 무승부에 열광했을까.

◇'恨' 날린 무승부

홍콩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중국의 행정구역 중 하나다.
중국은 홍콩이 1997년까지 약 100년간 영국령이었던 특수성을 고려해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불만은 지난해 9월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 혁명'으로 폭발했다. 대학생들과 시민 단체가 주도한 우산 혁명은 중국이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친(親) 중국 인사만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한 것에서 출발했다. 시위대는 정부의 강력한 진압에 결국 우산을 접고 말았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분노의 비가 내리고 있다.
축구가 그들의 우산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홍콩을 정식협회로 인정했다. 이 때문에 홍콩은 중국과 별도의 대표팀을 꾸려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우산 혁명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지난 4월 이들은 러시아월드컵 지역 예선 같은 조 편성이 확정됐다.

홍콩 축구 팬들은 '홍콩을 위해 죽자(Die for Hong Kong)'고 외치기 시작했다. 중국 축구협회(CFA)는 "이 팀(홍콩)은 흑인·백인·황인이 모두 뛰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극적인 포스터로 맞섰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홍콩의 특수성을 비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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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팬, 국가 제창 보이콧

경기 당일, 그라운드 밖에서부터 긴장이 고조됐다.
스타디움 주변에는 10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홍콩 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경찰이 투입된 순간이었다. 양팀 팬들은 철저히 분리됐다. 중국 팬들은 원정 전용 출입구로 입장했다. 홍콩 축구협회 브라이언 륭 회장은 18일 홍콩 일간지 마카오데일리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양쪽 팬은 확실히 분리됐다. 이들은 심지어 화장실도 따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양팀 관중의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은 국가 연주 시간이었다. 홍콩은 1997년 이후 중국과 같은 '의용군 행진곡'을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야유를 보낸다. 이전에 홍콩에서 열린 카타르·부탄·미얀마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FIFA는 홍콩 축구협회 측에 5160달러(약 600만원)을 부과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국가 제창 보이콧'을 막지 못했다. 6000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국가가 연주되자 '부(BOO·야유를 의미하는 의성어)'가 적힌 종이와 함께 야유를 퍼부었다. 다수의 팬들은 'Hong 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경기는 결국 0-0으로 종료됐다. 홍콩은 이날 경기로 지난 9월의 원정 1차전 무승부(0-0)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중국은 1996년 이후 이어간 홍콩전 8연승 행진을 올들어 마감했다. 홍콩 시민들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반면 중국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蹴球?起·축구를 일으켜 세운다)' 선언이 무너지고 있다.

송창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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