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호 결산] 칠레에서 '감독 최진철'을 얻었다

손병하 2015. 10. 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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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호 결산] 칠레에서 '감독 최진철'을 얻었다

(베스트 일레븐)

대회가 시작되기 전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선수들이었다. 특히 이승우와 장결희 등 어린 스타플레이어들에게 기대가 쏠렸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힘은 피치 위에 서 있는 선수들이 아닌 벤치에 앉아 있는 감독에게서 나왔다. 최진철 한국 U-17대표팀 감독이 네 경기에서 보인 능력은 정말 빼어났다. 어쩌면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최 감독일지도 모르겠다.

최진철호가 뜨거웠던 항해를 차갑게 마쳤다.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칠레 U-17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은 조별 라운드서 B조 1위를 차지하는 뜨거움을 보였지만, 벨기에와 맞선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인 16강전에서 0-2로 져 차갑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별 라운드 세 경기에서 ‘축구의 나라’ 브라질을 꺾는 등 놀라움을 선사했던 최진철호는 벨기에 역습 두 방에 무너지며 아쉽게 도전을 끝냈다.

비록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진 못했으나 최진철호의 도전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FIFA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조별 라운드 무실점(2득점)이란 새 기록을 썼고, 브라질·잉글랜드 등 세계적 축구 강호들과 같은 조에 묶였으면서도 1위(2승 1무)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이승우를 축으로 오세훈·김정민·이상민 등 다양한 선수들이 맹활약해 미래의 한국 축구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감독 최진철’의 발견이었다. 사실 대회가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최 감독에 대한 조명이나 기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칠레에서 치른 네 경기를 통해 빼어난 리더십과 용병술 등을 두루 선보이며 명장이 될 만한 자질을 뽐냈다. 특히 최 감독이 보인 과감한 결단력은 2002 FIFA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최 감독의 전략은 첫 경기부터 빛났다. 조별 라운드 B조 1차전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난 한국은 전반 수비, 후반 공격이란 작전을 완벽하게 구현해 거함을 침몰시켰다. 한국은 강력한 압박으로 브라질 공격을 무력화했고, 그 결과 후반 34분 장재원의 결승골로 짜릿한 1-0 승리를 낚았다. 브라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최 감독의 작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이후에도 최 감독은 피치 위 선수들이 보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벤치에서 지략 짜내기에 골몰했다. 조별 라운드 두 번째 기니전에서는 후반 교체 카드를 통해 승리를 얻었고, 최종 잉글랜드전에서는 1.5진을 기용하는 파격 속에서도 B조 1위 자리를 사수하는 쾌거를 보였다. 특히 잉글랜드전에서는 베스트 멤버를 가동해 사력을 다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선보여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비록 패했으나 16강 벨기에전에서도 최 감독의 지략은 빛을 발했다. 최 감독은 최악의 전반전을 보낸 후 후반전 반전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때도 선수 교체로 흐름을 바꿨다. 최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공격수 오세훈을 중앙 수비수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반전 중앙 수비를 봤던 이승모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켰다. 파격에 가까운 승부수였다.

최 감독이 던진 이 승부수는 통했다. 열세이던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바꿨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선 이승모가 중원에 수비력을 더하자, 김정민이 전진 배치되며 답답했던 공격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전 45분 동안 단 한 개의 슈팅을 기록했을 만큼 답답했는데, 후반전엔 소나기 슈팅을 터트리며 벨기에를 위협했다. 전반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최 감독의 용병술 덕이었다.

이렇게 최 감독은 칠레 땅에서 펼쳐진 네 경기에서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펼쳤다. 대회 전만 하더라도 이처럼 훌륭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놀라웠다. 좋은 선수를 길러 내는 것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게 좋은 감독을 얻는 일이다. 최 감독이 보인 리더십과 용병술, 그리고 결단력은 그래서 더 반가웠다. 2015년 가을 한국 축구는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진 못했어도 명장이 될 자질을 엿보인 최 감독을 얻었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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