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리그도 EPL처럼 지역사회 구심점 될까?

권태정 2015. 10. 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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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안양] 권태정 기자= “축구가 가진 힘을 간과하지 말라. 20년 동안 지역사회연계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열정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모두가 그 열정을 알게 될 것이다.”

21일 오후 안양시 평촌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프로축구의 지역사회연계 발전방안 세미나’에 연사로 나선 앤디 에반스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인더커뮤니티트러스트 대표의 마무리 발언이다. 세미나를 주최한 FC안양을 비롯해 모든 K리그 구단들에 전하는 메시지였다.

QPR인더커뮤니티트러스트는 잉글리시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클럽 QPR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에반스 대표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와 영국문화원이 함께 하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 ‘프리미어 스킬즈’의 일환으로, K리그 챌린지의 FC안양과의 클럽간 지역사회 활동 교류 사업을 위해 손 잡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 세미나는 K리그 구단들이 직면한 지역사회연계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발견한 시간이었다.

지역사회연계, 사회공헌과 홍보 사이
QPR인더커뮤니티트러스트가 출번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에반스 대표는 이 재단의 비전이 “지역사회 속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를 촉진하며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위한 축구 교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프로그램, 비행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다운증후군 아동을 위한 스포츠 교실 등 축구 안팎을 아우른다.

QPR의 이 같은 지역사회연계 활동은 말 그대로 비영리 재단이 주체가 된 사회공헌이다. 이를 통한 팬들의 충성도 증가는 부산물에 해당한다.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잉글랜드의 구단들은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사회적 책임으로써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잉글랜드와 한국은 구단이 서 있는 토양부터가 다르다. K리그 구단들은 관중을 늘리는 것이 큰 숙제다. K리그 구단들에게 지역사회연계 활동은 사회공헌이면서도, 사실상 홍보의 의미가 크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미지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K리그의 경우에는 그보다도 한 단계 아래의 차원이라 볼 수 있다.

3년차 FC안양의 행보
창단 3년차에 불과한 FC안양이 다양하고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FC안양은 유치원생을 위한 ‘축구탐험대’, 초중고생을 위한 ‘학교원정대’, 성인을 위한 ‘나도 축구선수다’ 등 축구를 통한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펼쳐 지난해 ‘K리그 대상 사랑나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나도 축구선수다’에서 처음으로 여성 회원을 모집해 축구 교실을 열어 참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축구를 직접 하고 싶어 하는 성인 여성들에게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에반스 대표가 FC안양의 사회공헌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밝힌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즉각적인 관중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조급함도 존재한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 참가자가 “해당 사회공헌 활동이 FC안양의 여성 관중 증가에 효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FC안양의 지역사회연계 활동에 대한 발표를 맡은 유영근 FC안양홍보마케팅 팀장은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지만 그 잠재성과 의미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
사회공헌을 통한 지역사회연계 활동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것은 에반스 대표도 의견을 같이 했다. 에반스 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20년 간의 여정을 강조했다. 꾸준한 노력이 축적되면서 구단과 지역사회 사이의 신뢰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QPR인더커뮤니티트러스트의 소개 영상에는 “나는 QPR을 지지하고, QPR은 나를 지지한다”고 외치는 팬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연계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FC안양과 같은 시민 구단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변경이 있을 시 외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구단의 비전이 흔들릴 수 있다.

유영근 팀장은 지역사회연계 활동의 실무에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유 팀장은 “지역사회연계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인원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사무국 전체 인원을 합쳐도 스무 명 정도뿐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일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QPR인더커뮤니티트러스트는 현재 풀타임 근로자 20명과 시간제 근로자 86명으로 운영된다고 소개됐다.

FC안양은 처음으로 시도된 영국 구단과의 지역사회연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자극제와 노하우를 함께 얻었다. 올해 초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프리미어 스킬스’ 컨퍼런스에서 FC안양과 만난 에반스 대표는 FC안양이 지역사회연계의 중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관심을 갖게 됐다며 꾸준한 교류와 협력을 약속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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